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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인물] 김병관 “이준석 현상,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이념적이고 대립적인 정치 그만두라”는 메시지
40대의 역할 부재…“2030과 정치권과의 괴리를 키웠다”
40대의 완충 역할론 거론…정치 선거제도 개혁 필요

김병관 씨
김병관 씨

일명 ‘이준석 현상’을 둘러싼 담론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치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5년 전, 40대의 젊은 벤처기업가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며 정치에 입문,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던 더불어민주당 김병관(48·정읍) 전 의원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가 궁금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 성남시분당구갑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8월부터는 국회 시스템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국회의장 디지털 혁신 자문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준석 현상에 대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라고 했다. 이념적이고 대립적인 정치를 그만두라는 메시지라는 설명이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의 40대의 역할 부재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2030과 5060세대 간 완충 역할을 해 줄 40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40대 역할론을 강조했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백수’되니까 훨씬 바빠져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분들 만나고, 지역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남시분당구갑)으로서 지역민원도 처리하고요. 또 국회의장 디지털 혁신 자문관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치는 계속하는 건지.

“어쨌거나 시작했으니까. 퇴출되지 않는 한 해야죠.”

 

- 초선 때 활동은 어떠했는지.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게 많았습니다. 정치가 제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였죠. 하지만 이념과 가치가 대립되는 공간이다 보니까 너무 빨리 변해도 문제가 있겠다는 생각도 했죠. 또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 익숙치 않았는데, 그것이 저를 한 단계 성장시켰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됐고, 조금은 더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죠.”

 

- 한때 젊은 정치 신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치인으로서 최근의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보는지.

“국민들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정치인을 요구하는 것이죠. 특별히 이준석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고, 너무 이념적이고 대립적인 정치를 하지 말라는 바람인 것 같습니다.”

 

- 정치에서 2030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치권의 고민도 깊습니다.

“물론 ‘2030’ 중요한데, 왜 갑자기 ‘2030현상’이 나왔나 생각하면 40대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치 주류는 586으로, 40대가 민주화를 이끌었던 그 분들을 계승했어야 했는데, 그렇질 못했죠. 자연스레 선배 세대를 계승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40대는 여전히 정치·경제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낀 세대가 됐죠. 그게 결국 2030과 정치권과의 괴리를 키웠다고 봅니다. 정치권에서는 2030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매몰돼 있는데, 더 크게 세대 간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합니다.”

 

- 말씀하신 ‘세대 간 격차’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

“개념에 대한 이해의 격차인데요, 예를 들어 페미니즘의 경우, 50대와 2030이 느끼는 게 완전히 다릅니다. 인식 차이가 매우 큽니다. 우리 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은데, 80년대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에 학교 다녔던 경험들이 다 달라요. 예전 농경사회 땐 경험이 비슷했지만, 민주화 이후로는 10년 격차 간의 인식 차이가 큽니다. 특히 30대·20대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도 달라요. 그들은 선배들의 탓을 하죠. ‘제대로 못했으니까 이런 갈등이 생겼다’고요. 40대가 완충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했죠.”

 

- 586세대가 정치 무대에서 너무 오래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 분들은 그 분들 나름대로 자기 위에 층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도 현역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죠. 그렇다보니까 아래를 내려다 볼 겨를이 없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40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인데.

“아주 중요한데, 우리가 계속 낀 세대로 잊힌 세대가 되다보니까, ‘70년대생 90년대 학번’에 대해선 그 누구도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우리 세대도 곧 50이 되는데요. 그리고 우리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후배들은 우리를 ‘꼰대’세대로 봅니다.”

 

- 정치에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 신인들을 많이 데리고 정치를 하셨죠. 좋은 지도자의 모습이었죠. 당시 40대가 정계에 많이 진출했죠. 그러나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오던 그같은 이벤트는 이후엔 없어졌습니다. 이준석 현상으로 돌아오면 국민들이 기성정치를 원하지 않고 식상해하고 있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경륜이나 경험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시대적 요구를 맞추기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 리더들은 신진세력과 중간세대와 같이 가야합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다양성, 지금이 바로 그런 것을 해야할 시기라고 봅니다.”

 

- 최근 시대적 요구인 ‘공정’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정이나 불평등의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거든요. 우린 특별히 시대가 빨리 변했기 때문에 더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30으로 대표되는 후배 세대나 다음 세대가 겪게 될 미래 세상은 과거보다 더 암울할 수 있습니다. 후배 세대들은 열심히 일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렵고, 세금은 훨씬 많이 내야 하고요. 이걸 어떻게 해결할 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죠. 고민입니다.”

 

- 정치에 대한 2030의 불만은 매우 큰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 ‘키보드 워리어’(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루머나 악성 댓글 등을 인터넷에 무차별 유포하는 네티즌)라고 하는데, 586세대의 경우, 거리 투쟁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등 네트워크가 잘 돼 있었죠. 그러나 지금의 2030은 네트워크가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키보드로 풀고 있는데, 거기 밖에 공간이 없어요. 이게 안타까운데, 그래서 이준석만 보지 말고 투표장으로 나오라고 하죠.”

 

- 투표장에 나오라고만 하지 말고 이들을 적극 영입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사실 영입을 해도 요직으로 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웬만하면 경선을 해야 하고, 그동안 당에 헌신한 분들을 고려해야 하는 등 변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좋은 보직을 맡기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합니다. 20대가 정치에 들어와서 할 것도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합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기초에서부터 단체장하고 상·하원의원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작은 단위에서부터 경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선이란 제도가 좋긴 한데,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없으니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어렵죠.”

 

- 이런 문제에 대해 중앙당에 건의는 했는지.

“이야기는 했죠. 그런데 생각들이 다르시니까. 문제는 우리가 낀 세대라, 말하고 받아들여지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제 나이대가 많지도 않고요.”

 

- 현역 시절에 당내 청년위원장을 맡았는데, 그 때 할 수도 있지 않았나요.

“그걸 못해서 아쉬운 부분인데요, 초선이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국회 중심은 재선이나 3선으로, 이들이 일을 많이 합니다. 친한 의원들께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의견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쳤습니다.”

 

- 기성 세대는 젊은 층에게 ‘패기가 없다’거나 ‘도전정신이 없다’라고들 합니다. 반면 젊은 층은 실정을 모르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27살에 창업하는 등 선배 벤처기업가로서 해줄 이야기는.

“저도 후배들 만나면 도전하라고 하거든요. 그러나 저 때와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예전에는 도전해서 실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비슷해서 도전이 많았죠. 대학 들어갈 때도 그렇고, 대학 들어가기만 해도 밥 굶을 일은 없었죠.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기회가 있어야 도전할 텐데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도전을 강요당하는 상황입니다. 딱히 20대한테 도전하라고 할 분야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론 저는 창업을 했을 때는 글로벌을 타깃으로 삼아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정치는 이러한 발판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실 아무 발판도 없이 도전하라는 것은 죄죠. 도전을 도와주는 게 정치에서 할 일이다. 실패했을 때 회생할 수 있는 제도적 요건을 만들지 않으면 죄입니다.”

 

- IT분야 전문가로서 각종 규제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규제문제 참 어렵죠. 지금은 기성세대에 최적화돼 규제가 만들어져 있는데, 아직 그 틈이 안 깨지고 있습니다. 시장자본주의에선 돈의 힘으로 깨지는데 우린 그게 안 되니까 정치에서 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기득권에 가까이 있습니다. 그래서 신진들을 데리고 일하면서 이걸 깨줘야 합니다. 그렇다고 기성세대 이야기를 먼저 듣고 하면 개혁이란 게 안됩니다. 앞으로의 정치 리더는 이런 걸 바꿔야 합니다. 우리 경제가 살아남으려면 글로벌하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우리 시야가 너무 국내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 전북도민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저는 고향이 전북이고 부모님 형제 다 거기에 계시니까 전북 사람입니다. 지역구 다음으로 신경 쓰는 게 전북이에요. 전북이 많이 어렵잖아요. 많은 의원들이 전북에 신경을 상당히 써요. 워낙 사회적 기반이 부족하다보니까 신경을 써도 효과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줄 생각입니다.”

 

-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정치가 문젠데, 모든 도시들이 특화는 안하고 비슷한 산업을 하려고만 합니다. 정치에서는 이걸 조장하고요. 예를 들어 전북에서 탄소를 하니까 경북도도 하고, 왜 거기만 주냐 하니까 호남하나 영남하나 충청하나 수도권 하나 이런 식입니다. 국가예산은 한계가 있어서 특화 산업에 따라 예산도 몰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도시마다 여건이 다른데도 균형발전이라해서 예산을 비슷하게 배분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것을 바꿔야만 가능성 있다고 봅니다.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지켜야 되니까 어렵죠. 그래서 정치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김병관은

1973년 전북 정읍 출생. 벤처기업인 출신 정치인.

익산 이리고-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를 목표로 경영학과에 진학했으나,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진로를 변경했다.

졸업 후 벤처기업에 입사했다가 2000년, 27살에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창업했다. 이후 매각·합병 등의 과정을 거쳐 2012년 온라인 게임회사 ‘웹젠’ 이사회 의장이 됐다.

2016년 1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인재 영입 케이스로 입당했으며, 그 해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험지로 꼽히는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중견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선거구가 생긴 이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첫 번째 사례다.

같은 해 8월엔 정치 입문 6개월여 만에 전당대회에서 과반수가 넘는 득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등 정치 신인의 돌풍을 이어갔다.

지난해 실시된 21대 총선에서 49%가 넘는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패했다.

그는 자신의 행보에 대해 “도전의 연속”이라고 했다.

그의 첫 직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조그마한 벤처기업.

그는 “졸업 후 그 누구도 모르는 회사로 가니까 다들 ‘이상하다’며 괴짜 취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정치 입문 후에도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제의나 민주당 텃밭 출마 권유 등을 뿌리치고 험지 출마를 선택했다.

그는 “그때 여러 가지 제안을 받았는데 안정적인 지역이었죠. 그런데 내 스스로 그 지역에서 잘 할 수 있겠나 고민을 했죠”라며 “IT기업인 출신인 만큼 내 정체성에 맞는 지역에서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에 비록 험지이지만 분당을 선택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북도 서울장학숙 출신으로, 장학숙 총동기회 명예회장을 맡아 매년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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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kimj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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