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내가 책임지는 것이 자기 조력이다. 영화에서 소스를 찾자.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자기 조력(Self Help)이란 ‘스스로 돕는 것’을 말한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또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힘으로 해결하는 지혜이자 능력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존감, 자기효능감이 쑥쑥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나의 첫 기억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전거를 배운 일이다. 페달에 발도 닿지 않던 나는 하숙집 아저씨에게 자전거를 빌리고, 옆방 형에게 뒤를 잡아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땀에 범벅이 된 채 꼬라박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훗날 형을 뒤에 세워놓고 시원하게 달릴 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 성인이 되어 무엇인가 내 힘으로 해결하고 득의양양할 때면 어김없이 자전거의 추억이 떠오른다.
자기 조력의 방법은 각 분야에 다양하게 존재할 터지만, 힐링시네마에서는 긍정적 정서, 자기성찰, 인간관계, 인지적 틀, 삶에 대한 태도와 지혜에 초점을 맞춘다. 생애 주기별로 적용하고 노년층에 대해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로 자아 통합을 이루도록 돕는다. 지식기술의 충전을 강조하는 평생학습, 자기조절 능력을 강조하는 자기 주도적 학습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강박이 똑똑> 이란 스페인 영화가 있다. 강박증에 노출된 여섯 사람(남, 여 각 3명)이 서로 힘을 합쳐 강박장애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숫자, 세균, 반복, 선(線을 밟지 못하는), 건망증, 틱 등의 강박이 있다. 영화의 처방은 ‘자기 개방과 스스로 해결하기’이다. 강박이>
중년 여성 열 명이 이 영화를 같이 보고 자기 조력에 대하여 나누고 있다.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나온 단어가 불안과 걱정이다. 코로나, 남편, 아이, 경쟁 환경, 돈, 돈...... 건망증, 결벽증, 잡생각,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떨고, 반복적으로 숫자를 헤아리고, 버리지 못하는 습성 등. 망설임 없이 자기 개방을 하는 모습에서 집단과 영화의 힘을 느낀다. 그동안 자기와 세상에 대하여 이해하던 생각과 행동을 조금씩 바꿔보자는 쪽으로 목표를 정하고 계속하고 있다.
자기 조력을 위한 중·고등학생 대상 추천 영화로 <극한직업> 을 꼽고 싶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으면 찌질이들을 가리킨다. 임무 수행을 잘못하는 형사들을 보며 공부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자신과 동일시한 것 이리라. 영화에서 형사들이 통닭집을 열고 반전을 꾀하는 모습을 함께 보며 자신의 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탐색한다. 극한직업>
‘영화는 나를 비추는 천 개의 거울’이란 말이 있다. 영화 속에서 천 개도 넘는 자기를 발견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영화 볼 때 몸을 비틀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자꾸만 치고 올라오는 생각이 있다. 흘려보내지 말고 연상 작업을 해보자. 영화가 관객의 삶에 브리징(다리 놓기)을 시도하는 것이니. 자꾸 말을 거는 영화를 선정해서 자기 삶과 연결하면 무엇인가 발견하게 되고 해법도 찾을 것이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에서 남주인공 ‘데니스’가 여주인공 ‘카렌’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를 다른 사람의 삶의 끝에서 발견하고 싶지 않아요. 내 삶은 내가 책임져요.” 아웃>
자기에게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삶, 아름답지 않은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다.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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