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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귀촌 시인 김용만, 첫 시집 펴내

용접공 출신...5년 전 완주 동상면으로 귀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인간 내면 진리 추구

5년 전, 완주군 동상면 수만리 입석마을에 작은 집을 마련해 돌담을 쌓고, 꽃을 가꾸고, 텃밭을 가꾸고, 시를 쓰면서 귀촌의 단맛을 한껏 누리고 있는 시인 김용만(62)이 첫 시집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삶창 출판사)를 냈다.

임실 출신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의 동생인 그는 이제 막 첫 시집을 낸 늦깍기 시인이지만, ’아름다운 것들은/ 땅에 있다// 시인들이여// 호박순 하나/ 걸 수 없는// 허공을 파지 말라// 땅을 파라’(시인)고 목소리를 높이는, 자연에 충실하며 인간 내면의 진리 찾기에 천착하는 난형난제 시인이다.

그는 완주 귀촌 5년 만에 내놓은 첫 시집에서 용접기 대신 호미들고 완주 산골에 살며 느낀 안타까움과 희열, 그리고 자연의 충만함과 비움 등을 간결한 시어로 엮어 낸다.

그는 자신의 귀촌 사연을 시 ’귀촌‘에서 이렇게 밝혔다.

‘평생 그리던 시골집 하나 사놓고/ 덜컥 아팠다/ 속살이 타버린 줄도 모르고/ 하루를 못 바티고 다들 떠난/ 마찌꼬바 용접사로 삼십여 년 살았다 / 노동이 아름답다는데 나는 신물이 났다/ 살 타는 냄새를 맡았다’

그는 부산 영도의 한 ‘마찌꼬바(작은 회사를 일컫는 일본어)에서 용접 일을 하며 30여 년을 ’살 타는 냄새를 맡으며‘ 죽어라 일했다.

하지만 그는 일만 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그의 마음은 뜨거운 감성으로 일렁거렸고, 일상의 느낌을 시어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서울 구로공단 일대의 노동자들의 시 모임인 ’일과 시‘ 동인으로 활동하며 문학의 저변도 넓혀왔다.

시골뜨기가 된 시인은 삶의 미학을 간결하면서도 재치있는 은유적 표현으로 노래한다.

‘하느님도 혼나야지’에서 김 시인은 ‘학동마을 구 이장님은 장마철에도 또랑에 물이 없다며 논 가상에 자전거를 삐딱하게 세운다’고 한 뒤 ‘온종일/ 천둥소리 자갈자갈/ 돌 구르듯 끓어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이어 ’난 하느님이 알아서/ 하는 일이라/ 암 소리 안 하지만/ 낼 아침 구 이장님에게/ 하느님은 틀림없이 또 한소리 듣겠다‘고 꼬집는다.

시인은 ‘맨날 그럽니다’에서 시 작업에 몰두하기보다는 호미들고 밭이랑 풀이라도 매야 하는 산골살이의 아쉬움도 살짝 내비치는 솔직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내 ‘잎 떨군 가지마다/ 햇살 눈부십니다/ 저리 홀가분하게 사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라고 말한다.

김시인은 4부로 나눠 담은 66편의 시를 통해 먼 길을 떠나기 위해 새들이 이른 아침부터 뒷산에다 울음마저 버리듯(‘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이 항상 비우는 삶의 지혜를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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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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