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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아래서 ‘호떡셰프’가 돼 무료 봉사 즐기는 이경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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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59) 씨

황량한 벌판이나 다름없는 진안 용담댐 아래. 언제부턴가 수~토요일이 되면 이곳에 자리 잡는 ‘호떡트럭’ 한 대. 

개조한 짐칸에 쪼그려 앉은 한 여성이 즉석에서 호떡을 구워 판다. 트럭호떡은 보다 도톰한 것이 장점인 것 말곤 외견상 평범하다. 하지만 유난히 고소한 데다 단맛까지 적당해 관광객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호떡을 굽는 주인공은 용담면 주민 이경숙(59) 씨다. 일부 고객은 우스갯소리로 그를 ‘호떡 셰프’라 부른다. 

이 씨는 3년 넘게 이곳에서 호떡을 팔아 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입소문이 나 고객들이 스스로 찾아와 가족 먹을 분량까지 사가는 일이 많다. 

“마을에서 꽤 먼 거리에 위치한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장사가 될 수 있을까 싶어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가 용담댐 아래에서 호떡을 굽는 날은 1주일 가운데 수~토요일 4일간이다. 날마다 양동이 두 통 분량의 밀가루 반죽을 소진한다. 

하루 장사 끝에 밀가루 반죽이 남을 경우 이를 전량 호떡으로 구워 어려운 이웃 등 필요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그가 무료로 나누는 것은 수~토요일 잔여 호떡뿐 아니다. 월·화요일에 굽는 호떡은 모두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수~토요일 나흘 동안 돈을 벌었으니 월·화요일 이틀은 나눔 차원에서 봉사를 한다”고 했다. 

월·화요일 호떡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정해 트럭을 정차한 후, 평소와 동일한 분량의 호떡을 구워 나눈다. 

“호떡을 제공하면서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줄 때 정말 행복합니다.” 월·화요일엔 그야말로 ‘사랑과 봉사의 호떡트럭’이 되는 것이다. 

곳곳의 마을회관이나 각 읍면 '행정복지센터 인근' 또는 ‘시장통’이 주로 가는 곳이다. 수~토요일 중 홍삼축제, 김치축제 등 지역의 큰 행사가 있으면 돈벌이(?) 일정을 접고 호떡트럭을 몰고 현장으로 달려가 호떡 무료 제공 봉사를 펼친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는 남녀노소에게 큰 인기를 끈다. 

“수~토요일 나흘 동안 고객의 사랑을 받아 돈을 벌었으니 그 절반인 월·화요일 이틀 동안엔 누구에게든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이른바 ‘호떡 무료제공 봉사’를 하는 이유다. 

그에 따르면 봉사라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큰 매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봉사를 하다 보면 오히려 내가 더 큰 도움을 받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사물과 상황에 대한 관점을 달리할 수 있고 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그는 목회자다. 하지만 두 가지 독특한 꿈이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목회자와 다르다. 하나는 ‘자신이 번 돈을 성도에게 나눠주는 목회를 하고 싶은 꿈’이고, 다른 하나는 ‘머무르기를 원하는 사람이 숙박비 없이 원하는 만큼 쉬어 갈 수 있는 무료 힐링 공간을 만드는 꿈’이다. 

그는 두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그는 15년 전부터 호떡장사에 나섰다. 점포가 아닌 트럭에서 호떡장사를 하는 이유는 밑천 없는 목회자가 시작해 볼 수 있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호떡을 굽다 보니 벌이가 제법 괜찮아 계속 이어오게 됐다. 이 목사에게 호떡 장사는 이젠 사업이자, 전도와 봉사 수단이자,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됐다. 

한 지인은 그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다며 읊어 내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중략)/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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