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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차 하지 않으면 무시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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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호 선임기자

분노(憤怒)란 분개해 화를 내는 것을 말한다.   

분노는 자신의 이익을 침해당하거나 손해를 강요당하는 등 여러 불합리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감정이다.

분노는 따라서 정의와 합리성을 지향하는 저항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와 관련 공공기관으로부터 전북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분노조차 분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해양환경공단(이하 공단)이 다른 항만에 비해 '유독' 군산항의 예선 시장을 크게 잠식, 민간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데도 전북이 잠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항만의 입출항 선박수는 예선 수요를 결정한다. 그러나 공단은 예선 수요와 관련된 공정한 기준도 없이 군산항에 터무니없이 많은 비율의 예방선을 배치,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항만의 입출항 선박수는 35만 6600척. 이 가운데 군산항은 7286척 2%에 불과했다.   

군산항에는 현재 7척의 예선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공단 소속 예방선은 57.1%인 4척이다.  

군산항은 예선시장이 쥐꼬리만 하지만  배치된 예방선은 국내 1위 항만인 부산항 6척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항만별 적정 예선 척수에 묶여 민간업계는 3개 업체 3척에 불과, 공단의 위세에 눌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반면 입출항 선박수가 1만 3480척에서 6만 7771척으로 군산항에 비해 예선 시장이 넓은 인천항, 대산항, 목포항, 여수 광양항에는 한 척의 예방선도 운용치 않고 있다. 이들 항만에서는 민간 예선업체들만 활동한다.  

또한 평택항과 포항항도 군산항보다 입출항 척수가 많으나 예방선 배치는 1∼2척에 불과하다.   

예방선의 이같은 항만별 배치 운용과 관련, 공단은 '기준이 없다'고 한다.     

과연 기준이 없을까.     

'공기업인 공단이 왜 민간 시장의 영역까지 잠식하려고 하느냐'며  강하게 분노하는 '지역의 힘'이 기준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군산항과는 달리 민원이 드센 항만에서는 공단이 예선 사업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진단이다. 

이런 행태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군산해수청의 직원들조차 '불합리하다'며 반드시 개선돼야 할 사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이 문제는 전국적인  핫 이슈로 부상치 못하고 있다. 다른 항만의 경우 예방선의 미배치와 적은 배치로 민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군산항만의 문제로 국한됐다. 군산항은 공단의 수익을 위한 호구(虎口)로 전락했다.   

공단의 감독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개선 의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국정감사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통한 항만별 예방선 배치 운용이 요구됐다.   

하지만 '추후 타항만에 예선 폐업, 입출항 척수 증가 등 증선 수요가 발생할 경우 공단 예선의 다른 항만 배치 방안을 공단과 적극 협의하겠다'는 얼토 당토 않은 답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전북은 분노하지 않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공단이 계속 전북을 만만이 보고 있는 이유다.   

분노조차 하지 않으면 결국 무시당한다. 낙후된 전북의 미래가 우려스럽다.       

/안봉호 선임기자

안봉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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