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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투수로 등판한 ‘가루쌀 바로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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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을 의미하는 한자 ‘미(米)’를 보면 ‘八, 十, 八’로 이루어져 있는데, 쌀 한 톨을 얻기 위해선 농부의 손길이 여든여덟 번 필요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쌀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쌀 소비를 늘려보자는 취지로 2015년에 제정되어 올해로 벌써 9회째를 맞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쌀 소비는 해마다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인의 주식(主食)으로서 쌀의 위상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이다. 30년 전인 1992년 112.9㎏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밥 한 공기에 쌀이 약 100g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하루에 한 그릇 반 정도 밥을 먹는 셈이다. 그나마도 젊은 층은 밥 대신 빵, 고기, 샐러드 등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쌀 소비가 30년 전보다 반 토막 가까이 줄다 보니 많은 양의 쌀이 재고로 쌓이고 있다. 그 양만 매년 15만t 이상 된다. 쌀 생산량은 2015년 432.7만t을 기록한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뚝 떨어진 소비량에 비해 여전히 공급량이 넘쳐난다. 

그렇다고 소비에 맞춰 쌀 생산을 무작정 줄일 수는 없다. 최근 심해지고 있는 이상기상과 불안한 국제정세를 고려하면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쌀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보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소위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가루쌀 ‘바로미2’이다. 농촌진흥청에서 밀가루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벼 품종으로,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되어 있어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다. 

쌀을 밥이 아닌 빵이나 면의 원료로 쓰려면 가루로 만들어야 하는데, 일반쌀은 단단해 가루를 내기 위해 물에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습식제분 방식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대량 제조와 유통을 어렵게 만들어 그간 쌀은 가공용으로 선호되지 않았다.

‘바로미2’는 이러한 일반쌀의 가공 단점을 보완해 쌀가루 가공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임으로써 빵이나 면, 과자, 맥주 등 다양한 쌀가루 가공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일반쌀의 공급 과잉을 줄이고, 가루쌀을 통해 쌀 소비를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바로미2’는 1%도 채 안 되는 국내 밀 자급률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재배 특성상 6월 하순쯤 늦게 모내기를 하기 때문에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보통 일반벼는 5월 말‧6월 초에 모내기를 하고, 밀은 주로 6월 중순 즈음 수확을 한다. 농업인은 어쩔 수 없이 밀과 쌀 중 하나를 선택해 재배해야만 했다. 하지만 늦은 모내기를 하는 ‘바로미2’를 심으면 밀 수확이 가능해져 우리밀 생산을 늘릴 수 있다.

또한 ‘바로미2’는 밀가루 대체 품종으로써 연간 200만t에 달하는 수입 밀가루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오는 2027년까지 밀가루 수입량의 10%인 20만t을 가루쌀로 대체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바로미2’가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원료곡의 안정적인 생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표준재배법 보급, 이모작 작부체계 개발, 종자‧원료곡 안정생산 기술지원, 쌀가루 가공 시제품 개발‧평가 등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후변화, 전쟁, 곡물가격상승 등으로 식량안보 위협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가루쌀 ‘바로미2’가 남아도는 쌀과 모자란 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식량안보까지 튼튼히 지키는 구원투수로서 성공적인 활약을 기대해본다./조은희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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