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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작가, 서권 '시골무사 이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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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무사 이성계 표지/사진=교보문고 제공

매년 추석을 앞둔 이맘때면 '밥상머리 민심'을 잡으려는 정치인들의 기사를 자주 접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올해는 감감하다. 주변의 정치적 관심이 단식을 끝낸 야당 대표의 행보에 쏠려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야당 대표가 스무날 넘는 단식 끝에 국회에서 얻은 게 고작 체포 동의안 가결이라면 어째서 단식을 했는가. 곡기를 끊는 대신, 야당 일부 의원이나 여당과 정부가 원하는, 그들의 이해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고개를 끄덕이다 적은 이득이라도 취하면 그만일 것을. 누군가는 열패감에 쌓여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었고 누군가는 지지 정당 대표의 단식이 ‘척하는’ 액션이 아니라 통과의례로 한번은 넘어야 할 산이었다며 좌절된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나는, 아흔을 바라보는 늙으신 아버지의 서운한 말 한마디에 불현듯 가부장적이었던 과거 집안 분위기를 소환한다. 더불어 마음 쓸 일이 늘어난다.   

이렇듯, 사람 사는 일이 여러모로 어수선한 가운데 서평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름부터 서평할 만한 책을 찾아 읽었으나 모두 마뜩잖았다. 어떤 책은 독자의 이해 부족으로, 어떤 책은 저자의 기술 부족으로, 어떤 책은 시의에 맞지 않아서, 어떤 책은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여전히 추천 책을 찾지 못해 초조했던 9월의 초입이었다. 최명희 문학관에서 <‘남민’의 시대>라는 주제로 열린 80~90년대 전북 민족 문학의 운동성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그곳에서 서권(본명)이라는 소설가를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인(서소로)으로도 활동한 그는 고등학교 교사였으며 오래전에 작고하였고 역사 장편소설인 <시골무사 이성계>는 지인들의 노력으로 출판된 것이었다. 책날개와 발문(신귀백/영화평론가)을 통해 저자의 왕성한 창작활동과 또 다른 이력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개가 숙여지는 대목이었다.

본문은 ‘성계’로 지칭되는 이성계가 남원 일원에서 아지발도를 수장으로 한 왜구를 토벌하는 내용이다. 황산대첩으로 알려진 전투를 단 하루의 서사로 하여 그 안에 중앙군과 사병인 가별치(초)의 차별, 신돈을 통해 드러낸 공민왕의 개혁의지, 박순이와 미즈류를 통해 희화되어버린 사랑까지 멋들어지게 심어 놓았다. 소설 안에 성계의 역성혁명에 대한 당위는 없었다. 주입하는 사상이 없으니 읽는 동안 자유로웠다. 고려 말 부패한 정권과 원의 횡포로 인한 삶의 신파도 없었다. 작품 후반 어디선가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으나 아슬아슬 넘어갔다. 감정의 최고조에서도 <38쪽. 그 피 묻은 가죽 위에 볕살이 또렷이 빛났다.>와 같은 정도의 먹먹함을 유지했다. 그것이 오히려 아름다웠다. 

오늬(화살 머리를 활시위에 기도록 에어 낸 부분), 줌통(활의 한가운데 손으로 쥐는 부분), 전통(왕에게 바치는 보고문인 전문을 넣던 통), 경번갑(미늘을 사이사이 쇠고리를 얽어서 만든 갑옷), 관솔불 같은 단어들은 생소하여 사전을 찾아야 했다. 한편으로, 고증으로 엿볼 수 있었던 작가의 장인 정신에 대해서는 읽는 내내 숙연하기도 했다. 

<시골무사 이성계>는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귀한 책이지만 문장을 다루는 솜씨가 그에 미치지 못하여 부족한 마음을 웹서핑으로 달랜다. 운 좋게 검색된 기사의 일부로 두서없는 책 추천을 마치련다. 

'고려군과 왜군의 군대 진영, 전법에 대한 묘사와 무기 사용법, 전투가 막바지에 치달을 무렵 수 백개의 말이 떠오르는 풍등 장면 등은 압권. 무사들의 세세한 전투 장면은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묘사 불가능한 지점이고, 전쟁신을 읽을 때 화살을 쥐는 들숨과 당겼던 살을 푸는 날숨은 전쟁이 끝나는 순간까지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할 만큼 박진감이 넘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2012년 3월 20일자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이화정 -'

오은숙 작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공저로 <1집 스마트소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2021 신예작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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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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