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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하미경'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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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 표지/사진=김영주 작가 제공

하미경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를 펼쳤다.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

꽃집에 가야겠어

내일 봄비가 내리면

밖에 핀 목련은 떨어질 테니까

수선화 봉오리를 사겠어

거실에 화분을 놓고

수건으로 잎을 닦아줄 거야

물도 넘치지 않게 주고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켜줄 거야

나는 얼굴도 멋지고 성격도 부드러운 아이

이 말을 꼭 전해주라고 주문을 걸 거야

봉오리가 살짝 벌어질 때

나는 화분을 들고

너를 만나러 가겠어

주문 건 말들이

너에게만 쏟아지도록

볼이 발그레한 소녀가 수선화 봉오리를 돌보는 모습,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주문을 걸었을 모습이 생기 있게 표현되어 있다. 봉오리 자체가 꿈이고, 희망이다. 화분을 건네주기 전에 할 말을 차곡차곡 넣어 놓는다. 수줍은 소녀와 수선화 봉오리의 절묘한 조화에 매료된다. 봉오리가 살짝 벌어질 때 그동안 걸었던 주문이 튀어나올까 봐 소녀는 너를 만나러 가겠다고 말한다.

하미경 시인은 부지런하다. 늘 동시생각에 빠져 앞은 보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언니, 들어봐잉! 목련 꽃잎은 떨어졌응게 수선화 봉오리를 사는 거야. 잉, 워뗘?”

“좋다.”

“좋아? 그럼 봉오리에다가 주문을 거는 거여. 나의 좋은 모습을 어필하는 주문 말여. 워뗘?”

하미경 시인의 ‘들어봐잉’이란 말을 할 때는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그간 쓴 동시를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읽어준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할 때가 많다.

‘동시가 저렇게도 좋을까?’

설레는 그녀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읊조리게 된다. 다람쥐는 밤이나 잣을 구해와 겨울 식량으로 먹는다며 땅에 묻고는 어디다 묻었는지 잊는단다. 그곳에서 싹이 돋아날 때면 그제야 밝혀지듯 기억하지 못한다.

하미경 시인은 절대 그런 법이 없다.

“이건 별로지? 그럼 넘어가고잉?”

하지만 그녀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김장독에 김치를 저장하듯 시시때때로 독을 열어 김치를 맛보듯 동시의 깊이를 키운다. 어느 날이 되면 잘 익은 김치 한 쪽 떼주듯 내게 말한다.

“들어봐잉?”

동시인으로서 그곳에 흠뻑 미치는 것조차 하미경 시인에게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빤닥빤닥한 그녀의 이마와 상기된 볼은 늘 동시를 꿈꾼다. 지금도 다음 동시집을 채울 동시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하미경 시인의 첫 동시집의 「공」이란 동시다.

굴러가야 공이지

누군가 뻥!

걷어차야 공이지

그냥 우두커니 있으면

동그라미지

하미경 시인은 그냥 우두커니 멈춰 있는 동그라미이길 거부한다. 굴러가고 뻥 차 하늘 높이 떠오른 공이길 바란다. 공만큼이나 부지런하다. 

이번 시집에는 「손」이란 동시다.

땀이 나면 손수건이 되고

밥을 먹을 때면 손가락 젓가락 집는 도구가 되고

잘 가라고 흔들면 안녕이라는 말이 되지

네가 손을 잡을 때만 손이 되는 거야

찌르릉 내 짝꿍. 찌르릉, 내 짝꿍. 찌르릉 내, 짝꿍. 찌릉내 나는 아이를 내 짝꿍이라는 게 정겹다. 계속 나는 찌릉내는 교실에서 자전거를 타며 맴돌 듯 ‘찌릉찌릉찌르르르릉’ 거린다. 하미경의 동심은 찌르릉 살아있다.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 ‘마키코 언니’로 등단. 동양일보 동화부문에서 ‘가족사진’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레오와 레오 신부>장편동화, <가족이 되다>청소년소설, 수필오디오북 <구멍난 영주씨의 알바보고서>를 출간했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글 놀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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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시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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