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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작가, 가와무라 겐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지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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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표지./사진=교보문고 제공

이런저런 이유로 책장에는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이 많다. 출판서 서평만 보고 이끌려 사 놓은 것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소개로 사 놓은 것 등 책을 사 놓은 이유도 다양하다. 그중 제목이 주는 호기심 때문에 선택한 것도 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그것이다. 

뭔가 소중한 게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당황하며 감정을 추스르는 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이다. 소중하다는 건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을 테니까. 물론 소중하다는 기준은 주관적인 개개인의 가치라는 걸 전제하면서 말이다. 

주인공은 서른 살 젊은 청년이다.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죽음이라는 걸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앞에 악마가 나타난다. 세상에서 뭔가를 하나씩 없애면 하루라는 시간을 더 연명하게 해준다는 황당한 거래를 제안한다. 주인공은 생각할 것도 없이 그 거래를 받아들이고 처음에 없앨 것으로 전화를 선택한다. 

필자도 전화 없는 세상에 살아봤지만, 지금은 손안에서 휴대폰이 없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 휴대폰이 단순한 전화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떠올리게도 하고, 관계를 연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이기도 해서다. 전화는 어쩌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것일 텐데, 없앤다는 건 불편을 넘어서는 일이다. 

전화를 없애므로 주인공은 하루의 시간을 연명할 수 있었다. 둘째 날, 악마는 다시 나타나 또 뭔가를 없애라고 요구한다. 주인공은 영화를 선택한다. 영화는 인간의 삶에 많은 부분의 정서를 담당하고 있다. 철이 채 들기도 전부터 우리는 영화와 친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그만큼 영화는 우리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영화를 걷어버린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될지는 가늠할 수가 없다. 주인공은 영화를 없애기로 하면서 영화와 관련된 것을 떠올린다. 지금은 사라진 DVD 가게에서 일하는 친구와 영화관에서 일하는 첫사랑까지. 

주인공은 전화를 없앤 후 상념에 빠진 것처럼 영화를 없애고 고뇌에 빠진다. 

“소중한 것 대부분은 잃어버린 후에야 깨닫는 법이다. 라고 어머니는 영화를 보면서 자주 말했었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지금 나는 영화를 잃는 게 너무 슬프고 너무 애달프다. 난 왜 이렇게 제멋대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잃는 걸 알아챈 순간, 수많은 영화들이 얼마나 나를 지탱해주고 형성시켜 왔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 생명이 아깝다.” 

자신의 생명이 아깝다.라는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를 사랑하니까. 악마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이용해 집요하게 세 번째, 네 번째 없애야 할 것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예상치 않은 선택도 한다. 단 하루라도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애를 쓰지만 어느 순간 타자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까지 한다. 결국 주인공은 생명 연장 시도를 멈춘다. 없애야 할 것이 무엇인지, 왜 멈출 수밖에 없었는지는 책을 통해 접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뭔가를 잇달아 소멸시키지만 동시에 우리 내면에서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살려낸다. 

우리는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과잉 착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여유롭게 생각하는 삶은 자취를 감추고 서서히 소멸해 가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처럼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 선고를 받는 것처럼. 깊어가는 가을에 다시 한번 정신없이 살아가는 궤도에서 벗어나 내가 버릴 수 없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 번째 짝>으로 등단한 이후, 2019년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달려라, 달구!> 선정됐다. 또 그는 2023년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사업에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꼮지의 우연한 외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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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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