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출신 강민숙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소년공 재명이가 부르는 노래>(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를 출간했다.
1990년대 첫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로 독자의 심금을 울렸던 베스트셀러 작가 강민숙 시인은 남편의 사망신고와 둘째 아들의 출생신고를 같이 해야 했던 기구한 운명을 시작(詩作) 활동으로 극복한 사연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강 시인은 두 아들을 홀로 키우느라 생활고에 쫓기면서도 같은 처지의 여성들 모임인 ‘참솔회’ 를 이끌었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등 많은 시집을 출간하며 문학인의 길을 걸어왔다.
시작 활동뿐만 아니라 40세에 대학 공부를 시작해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맹렬 여성의 대명사로 회자 되었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은 강 시인이 “뼈저리게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는 심정으로 '소년공 재명이의 삶'을 70편의 시로 묶어낸 것이다.
“내 어릴 적 하늘은/가난에 매 맞아/시퍼렇게 멍든 하늘이었다./내 마음 같아/차마/올려다볼 수 없는/그런 하늘이었다./아픔을 참다가/마침내 쏟아내는 눈물/소나기/나도 시원하다/가난의 눈물 쏟고 나니.”( ‘내 하늘’ 전문)
가난에 지친 소년공 재명이가 올려다본 하늘이 매 맞아 ‘시퍼런 하늘’이었던 것은 강 시인이 서른살에 남편을 떠내보내고 보았던 그 시퍼런 하늘이었다. 소년공에게, 강 시인에게 ‘쏟아지는 소나기는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선물’ 이었던 셈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에는 춥고 가난한 삶이 담겨 있다. 그리고 소년공 재명이의 고단한 삶과 이를 극복해내는 용기와 응원이 있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추천사에서 “어떤 ‘사람’에게 온전히 바쳐지는 시를 쓴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이 이 시인을 그리로 이끌었을까? 어느 날 어느 곳에서, 그는 나였고 곧 우리라는 강렬한 일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라며 “우리가 외면하고 덮으려 했던 자화상이자, 우리 자신에게 바치는 고통과 희망의 헌사가 부디 ‘시퍼렇게 멍든 하늘’까지 닿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강 시인은 “30년을 넘게 앓아온 아픔이 한 사람을 만나 붓을 들게 했다”며 “아무나 걸을 수 없는 길을 걸어온 소년공의 삶을 시로 써내며 세상의 낮은 자들을 보듬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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