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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전북자치도, 그린수소 산업 전문인력 양성·전주기 생태계 조성 잰걸음

그린수소의 물결, 이제는 전북이 주도할 차례
기술에서 사람까지, 산업을 움직일 인재가 열쇠
흩어진 기반을 연결할 ‘전주기 생태계’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수소산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핵심 에너지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이 수소경제의 주도권을 두고 질주하는 현재, 전북은 수소특화산단 조성과 국제표준화, 재활용 실증 등을 통해 조용하지만 단단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러나 수소는 설비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것을 ‘다시 쓸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체계를 돌릴 사람이 있는가’가 관건이다. 전북일보는 창간을 맞아 전북이 수소, 특히 그린수소로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 지금 풀어야 할 결정적 숙제를 짚는다.

중공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 영남권에 밀려 성장의 기회를 놓쳤던 전북은 이제 수소를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소 산업 성장의 핵심축인 그린수소 산업은 여전히 ‘생산’에만 머물고 있고, 제도와 인재, 생태계는 공백 상태다. 지금 전북이 풀어야 할 과제는 분명하다. 생산을 넘어 순환으로, 실험을 넘어 생태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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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테크노밸리 입주 그린수소 기업 아헤스 수소 생산 설비./사진=이준서 기자.

 

정책도 사람도 없다…그린수소 '생태계’ 구축 시급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청정 수소다.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미국, 일본 등은 그린수소 생산 설비에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 공제를 제공하며, 산업 초기부터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다. 수소차에는 구매 보조금이, 충전소에는 운영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정작 수소를 ‘만드는’ 핵심 설비에는 정부 지원이 거의 없다. 현장에서는 '그린수소라는 말을 국가가 강조하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손에 쥘 수 있는 지원은 아무것도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전북 완주 테크노밸리의 수전해 설비 전문기업 아헤스는 이를 실감하는 대표 사례다. 고가의 백금·이리듐 대신 값싸고 내구성 높은 비귀금속 촉매를 활용한 수전해 장치를 자체 개발해 주목받고 있으며, 이미 603억 원 규모의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23년에는 인도와 3억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선 전북도를 비롯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기술 R&D 및 설비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기업의 요구다.

아헤스를 이끄는 이중희 대표는 “지금은 탄소중립을 위한 그린수소 산업의 초입기인데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제도적 기반과 초기 지원이 부족하면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며 “정책이 현장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현실적 장애물은 인력이다. 수소산업은 설계, 조립, 운전, 유지보수 등 전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 역량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북 지역에는 관련 전공자도, 실무 교육을 받은 기능 인재도 크게 부족하다. 한 수소장비 기업 관계자는 “설비는 만들어졌지만 실제 돌릴 사람이 없다”며 “경력직을 뽑기도 어렵고, 신입에게 기능교육을 시키자니 중소기업으로선 리스크가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북에는 수소산업에 특화된 직업훈련기관이나 전문대 수준의 기술교육 모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우석대가 운영 중인 수소연료전지 IEC 국제표준 기반 인력양성 과정은 전국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규모와 범위는 산업 수요를 감당하기엔 한계가 있다. 실무 중심의 교육 체계와 민간 협력 기반 확충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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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테크노밸리 입주 그린수소 기업 아헤스 직원들이 수소 생산 설비를 작동시키고 있다./사진=이준서 기자

 

숨가쁘게 달려온 기반확충…이제는 연계 통한 시너지를 낼 때

글로벌 수소 선도국들은 공통적으로 ‘전체를 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독일은 9000km에 달하는 수소 전용 배관망과 51개의 지하 저장시설을 갖췄고, 철강 산업에는 수소환원제철(SALCOS) 기술을 접목해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95건의 국가표준, 209건의 단체표준을 정립해 산업 질서를 선점하고 있으며, 혹한기 운행이 가능한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했다. 일본은 수소타운 ‘하루미 플래그’ 조성을 통해 생활 속 수소 경험 확산에 집중하고 있다.

전북도 만만치 않은 기반을 갖고 있다. 완주의 수소특화 국가산단, 군산의 CCU 기반 e-연료 생산단지, 우석대·군산대의 사용후 연료전지 재활용 국제표준화 작업까지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제·완주 일대를 수소클러스터로 지정하고 중대형 모빌리티 실증, 시험 인증 체계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기술, 실증, 표준이 모두 전북에 모여 있는 것은 전국에서 보기 드문 구조다.

문제는 이들 기반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정책, 인재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지 않으면 산업은 결코 돌아가지 않는다. 그린수소 생태계는 단순히 설비를 갖추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생산에서 활용, 회수, 재사용에 이르는 전주기 순환 모델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국내 수소산업 권위자인 이홍기 우석대 부총장은 “그린수소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제는 ‘만드는 산업’을 넘어 ‘다시 쓰고 돌릴 수 있는 산업’으로 가야 한다”며 “기술과 표준을 넘어 산업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인재를 함께 설계하는 것이 전북의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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