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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란 시인,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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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둥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표지/사진=교보문고

최수란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시인동네)를 시인동네 시인선 255번째 책으로 펴냈다.

이번 시집은 등단 절차를 생략한 채 세상에 내민 시인의 첫 언어다. 그 언어는 부서진 채로도 여전히 타자를 향해 열려 있으며, 시는 관계의 윤리에서 출발해 끝내 타자에게 도달하려는 시적 여정으로 읽힌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바흐친의 ‘다성성’ 이론을 통해 조망한다. 시인의 언어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끊임없이 다른 발화자와의 응답 속에서 구성된다. 독백과 진술이 아닌 질문과 응답, ‘너에게로 가는 먼 길’이라는 제목처럼 이 시집은 너와 나, 자아와 타자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떠난 자와 남은 자, 말해지지 않은 이름들을 불러내는 시적 공간이다.

본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밤”과 “바람”은 실존의 불확실성과 상실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시인은 사라짐을 단순한 소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사라진 것들’을 끌어안고, 그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적 몸짓을 이어간다.

또 이 시집은 텍스트 내부에서도 다성적인 구조를 지닌다. “나”, “너”, “당신”, “사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한 편의 시 안에서 공존하고,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타자의 자리로 내어주며 듣는 태도를 실천한다.

최수란의 시는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말해지지 않은 존재들을 끝내 호명하고자 한다. 그 호명이야말로 사라진 것들의 존재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적 윤리이자, 이 첫 시집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요청이다.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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