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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가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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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용 사단법인 둘레 이사장

정읍은 이제 인구 10만 붕괴가 눈앞에 놓여있는 소멸 위험 도시다. 시민들은 정읍의 경제와 사회·문화 전반이 정체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그러면 쇠퇴를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가.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와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면 정읍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해답은 문화다.

오늘날 문화는 더 이상 여가의 일부나 예술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화는 도시를 살리고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성장 동력이다. 일본 니가타현 에치고 쓰마리 마을은 좋은 예다. 인구 7만의 농촌에 세계적 작가들이 참여해 산골짜기 시골의 논밭을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든 ‘대지의 예술제’가 열리자, 매회 수십만 명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한 것이 아니라 농업과 마을 이야기를 담아냈기에 주민이 주인이 되고, 방문객은 그 삶에 공감하며 돈을 쓰고 머물렀다. 

정읍 역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복합도시다. 내장산 단풍, 정읍사, 동학농민혁명 유적은 물론이고 농촌의 일상 풍경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 보존에 머무르면 변화는 없다. 전문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면서, 정읍의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도시와 농촌을 잇는 문화 프로젝트를 설계한다면 정읍은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구체적 방안은 다양하다. 시내 앞산((초산(楚山)과 아양산(峨洋山) 망상봉(望常峯)))을 사계절 꽃동산으로 조성해 사시사철 방문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고, 체험·전시·공연을 연계하면 도심이 곧 관광지가 된다. 그러나 관광은 볼거리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먹고 자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다.

현재 정읍 시내에는 양질의 숙박시설이 부족하다. 구 경찰서 자리에 호텔이나 펜션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시청과 제일고등학교를 외곽으로 이전해 도심에 레저타운·숲공원·숙박시설을 조성한다면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빈집을 매입·리모델링해 고급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예술 행사는 산업화와 결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축제나 공연은 대체로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렀다. 이제는 지역 농산물과 전통음식을 접목해 새로운 음식문화를 개발하고, 정읍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 청년이 주도하는 창작공간과 스타트업 지원도 병행해 문화산업 기반도 넓혀야 한다. 문화가 산업과 맞물릴 때 정읍 경제는 되살아난다.

이에 대해서는 행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문화재단과 같은 전담 조직이 시민·예술인·기업을 연결하고, 민간의 창의적 기획을 행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정책이 지속 가능하다. 예술가들이 지역에 머물며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농촌 마을과 도심 공간을 문화 실험장으로 활용하면 정읍은 전국 어디에도 없는 독창적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문화가 경제다”라는 신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정읍이 다시 살아나고, 정주인구가 떠나지 않으며, 관계인구와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실질적 전략이다. 문화의 힘을 산업화해 시민이 잘 먹고 잘 살며 행복한 정읍을 만드는 길, 그것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새로운 길이다.

   안 수 용(사단법인 둘레 이사장. 먹사니즘 전국네트워크 정읍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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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경제다 #안수용 #(사)둘레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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