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다음달 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34회 정기공연
마이산 설화 전설 재탄생, 지역 대학 협업 등 국악·무용·전통 연희 결합한 대규모 무대
강렬한 타악의 울림이 공간을 가르자, 흰 꽃잎 같은 오브제를 든 여성 무용단원들이 무대 위로 스며든다. 은수사 청실배나무의 꽃과 열매로 등장한 무용 단원들에게서는 마치 수호신이 깃든 듯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낸다. 이어 두 남녀 무용 단원이 등장해 격렬한 춤사위로 하늘로 오르지 못한 산신 부부의 전설을 그려내며, 무대는 순식간에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경계로 변한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무용단이 선보이는 창작무용극 ‘작(作)–산과 사람이 빚은 걸작, 마이산’의 시연 장면이 지난 2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대연습실에서 공개됐다. 4년에 걸친 예술 여정을 마무리하는 이혜경 예술감독의 마지막 무용단 정기공연이자,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다.
다음 달 2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개될 ‘작’은 진안 마이산을 둘러싼 신화와 설화를 현대적 무용 언어로 새롭게 풀어낸다. 천(天)·신(神)·인(人)·지(地)를 상징 삼아, 자연과 삶이 어우러진 ‘진안’의 이야기를 담은 신령한 공연으로 도민과 마주한다.
이 땅의 평안과 안년을 기원하며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이 맞닿는 경외의 순간들을 장엄하게 그려낼 이번 무대는 서곡 ‘하늘이 빚다’에서 시작해 산과 인간이 공존하는 에필로그 ‘산을 건네다’까지 여덟 개의 장으로 이어진다. 청실배나무의 신앙, 이성계 건국 설화, 수마이봉과 암마이봉의 전설, 돌탑의 기원 등이 춤과 음악, 소품을 통해 살아난다.
올해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대학과의 협업이다. 전주대 싸울아비 태권도 시범단은 2장의 태권무 장면을 힘차게 채우고, 우석대 국악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장구 객원 연주단은 빗소리를 닮은 장구의 울림으로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위에서 장구는 더 이상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하늘과 인간, 자연을 잇는 상징으로 변한다.
안무는 금척무와 태권도 품새를 결합해 역동성과 절제를 동시에 담아냈다. 직선과 곡선이 교차하는 동선은 마이산의 산세와 기운을 시각화하고, 금척과 말발굽 소리를 담은 ‘박’은 한국적 상징을 강화하며 작품에 무게감을 부여한다.
연출에는 조주현, 작곡에는 장석진이 함께했고, 전체 구상의 중심에는 이혜경 예술감독이 참여해 작품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 단장은 “마이산은 하늘과 인간이 함께 빚고, 바람과 시간이 다듬은 걸작”이라며 “신화와 전설, 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산의 이야기가 춤과 소리로 되살아나는 순간, 무대 위 마이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술가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무대는 저의 마지막 정기공연인 동시에 무용단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만 8세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전석 무료로 진행된다. 예매는 전북도립국악원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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