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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가는 것들에 건네는 다정한 안부, 박형진 시집 ‘시의 부엌’

부안 변산에서 평생 흙을 일궈온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 신작
1992년 등단 이후 ‘생명을 돌보는 일’에 천착…김용택 시인 극찬

박형진 시인. 전북일보 자료사진 

봄은 시를 읽게 하는 계절일까. 이맘때쯤이면 유독 시집들이 서점 매대에 오른다.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을 단순한 몇 가지로 간추리기 어려워서일까. 봄에 펴낸 시집은 유난히 각양각색이다. 수많은 시집들 중에 부안 변산에서 평생 흙을 일궈온 박형진 시인이 새 시집 <시의 부엌>(애지)을 펴냈다.

1984년부터 유기농사를 지으며 “땅에 대고 절하다 보니 어찌어찌 시를 쓰게 됐다”는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농경적 사유를 바탕으로 정직한 노동의 감각을 62편의 시로 엮어냈다. 사람과 자연과 뭇 생명이 교감하며 생동하는 순박한 시편들이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온 듯한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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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 시집 ‘시의 부엌’ 표지

시인에게 농사와 시는 분리되지 않는다. 등단 이후 30여 년간 10남매의 막내로서 그리고 네 자녀의 아버지로서 땅을 지켜왔다. 진실한 마음이 깃든 선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땀의 가치를 글로 표현한 그의 시에는 자연의 정기와 사람의 온기가 교차한다.

“집이 낡아간다/ 지은 지 이십여 년 만에/ 차양이 떨어지고/ 마루가 삐걱대고/ 흙담 한 켠이 헐어진다// 나도 낡아간다/ 집보다 더 오래된 집은/ 지붕머리가 하얗게 세어지고/ 눈앞이 흐려지고/ 꿈에서도 이빨이 빠진다//(…중략…)// 지금은 잠이나 자고 싶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지”(‘나는 낡은 것이 좋다’ 부분)

이처럼 삶의 구석으로 밀려나 있는 존재들을 불러내는 시인은 사라져 간, 잊고 지냈던 것들에게 다정한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고향의 질박한 삶과 일상의 시간들을 진솔하게 복원해낸다. 자식을 키워낸 부모의 헌신과 평생을 농사로 살아온 노동의 숭고함이 결국은 ‘생명을 돌보는 일’이라는 하나의 본질로 수렴되는 과정을 담백한 필치로 그려낸다.

김용택 시인은 추천글을 통해 “박형진은 내가 좋아한 사람이다”라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오랜 세월 사용한 마을 말을 버리지 않고 그 말로 시를 쓴다”며 “모항 바닷가 작은 오두막 ‘시의 집 한 채’는, 그 존재가 막강한 아름다움이다”라고 밝혔다.

1958년 부안군 변산에서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시인은 1984년 결혼 후 변산에 정착하여 세 딸과 아들 하나를 기르는 자식농사와 함께 유기농사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왔다. 땅을 일구는 정직한 노동 속에서 시적 영감을 발견한 그는 1992년 ‘창비’ 봄호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바구니 속 감자 싹은 시들어가고>, <콩밭에서> <밥값도 못하면서 무슨 짓이랑> <내 왼쪽 가슴 속의 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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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진 시인 #시의부엌 #농사짓는 시인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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