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6-04 00:18 (목)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창영 작가-이나가키 히데히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세상을 바꾼 식물들, 인간의 욕망을 읽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표지/사진=독자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이라니 일단 제목만 들어도 관심이 간다. 주제가 다양하니 소설처럼 차례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눈길이 먼저 닿는 부분부터 읽어도 아무 부담이 없다. 나는 후추에 가장 먼저 관심이 갔다. 한때 금보다 더 비싼 향신료로 명성을 떨치던 바로 그 향신료다.

그 귀한 후추를 구하기 위해 나선 항해가 인류에게 신세계를 열었음은 다들 안다. 대항해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황금시대를 만들었고, 원주민들에게는 지옥의 문을 열었다. 이후 강대국들이 자원과 식민지를 확보하기 위해 아메리카와 동남아로 진출하면서 침탈의 역사가 이어졌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은 만약 유럽에서 후추가 풍부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식물에 관한 개별 정보만이 아니라 유래를 포함해서 그것이 인류 문명사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여기에 식물에 관한 깨알 같은 정보까지 담았다.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정보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이야기로 살아난다. 식물의 역사가 함께 펼쳐지면서 책은 단순한 지식서의 범위를 넘어선다.

어떤 식물들은 한 시대를 관통하면서 동서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현재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 차만 해도 그렇다. 소설 <삼국지>의 앞부분은 유비가 어머니를 위해 차를 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중국 황실에서만 마시던 차가 대중화되고, 다시 홍차를 거쳐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이었던 보스턴 차 사건까지 이어졌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장편 대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다. 우리가 잘 아는 ‘차마고도’의 출발도 차의 교역에서 비롯한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익숙한 차가 동서양의 역사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한눈에 그려진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토마토였다. 지금은 세계 장수식품으로 꼽히는 토마토가 유럽에 전파된 이후에도 2세기 동안 냉대받았다는 사실은 이채롭다. 심지어 토마토는 유럽 사람들에게 악마의 식물로 불리기도 했다. 홀대받던 토마토는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다양한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로 자리 잡으며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식품으로 거듭났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정보가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야채와 채소의 구분법이나 케첩의 유래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케첩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게 되었는지 알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뜻밖의 사실 앞에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간밤에 태풍 때문에 이곳 다카마쓰에는 비바람이 몰아쳤다. 문득 식물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식물의 역사는 우리 삶의 또 다른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식물에 대한 단순한 소개를 넘어, 인간이 식물과 함께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왔는지를 보여 준다. 한 권의 책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