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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디자인의 심장부에서 피어난 ‘전주한지’, 밀라노가 주목한 스튜디오 WAK

전주 출신 원세현 디자이너와 파트너 김남주 디자이너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 ‘Salone Satellite(사로네 사텔리테)' 참가 
iF·레드닷 석권한 실력파로 ‘전주한지' 활용해 한국적 서사 입혀 
원세현 “한지를 비롯한 한국의 다양한 소재 유럽시장에 알릴 것"

스튜디오WAK 원세현·김남주 디자이너 / 사진=스튜디오WAK 제공

밀라노 가구 박람회 ‘Salone del Mobile. Milano(살로네 델 모빌레. 밀라노)’는 전 세계 디자이너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그 중에서도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Salone Satellite(사로네 사텔리테)’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처럼 미래의 거장을 예견하는 자리다. 이 뜨거운 무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이들이 있다.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유럽 가구시장을 개척 중인 '스튜디오 WAK(Studio WAK)’의 원세현·김남주 디자이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원세현(34) 디자이너와 그의 파트너 김남주(30) 디자이너는 고려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2018년 디자인의 정수를 경험하기 위해 독일로 건너갔다. 이후 삼성과 보쉬(BOSCH), 잉고 마우러(Ingo Maurer) 등 글로벌 기업에서 실무를 경험하며 정교한 제품 설계 문법을 몸에 익혔다.

산업디자이너로서 단단한 기술력을 쌓은 두 사람은 독일 현지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열고 본격적인 유럽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마치 정교한 톱니바퀴 같다. 한 사람은 숲을 보듯 전체적인 구조와 흐름을 잡고, 다른 한 사람은 나무를 보듯 디테일에 집중한다. 이들에게 디자인이란 단순한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게 정말 최선일까?’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가장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과정이다.

전주 한지/사진=스튜디오WAK 제공
 모닥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모닥(Modak)’/사진=스튜디오WAK 제공

원세현 디자이너는 16일 전북일보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독일 유학 전에는 시각적인 화려함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재료의 맥락과 생산방식의 책임감,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문화적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좋은 디자인의 본질을 쫓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열한 질문 끝에서 그는 자신의 뿌리인 ‘전주 한지’와 재회했다. 전주가 고향인 그에게 한지는 어린 시절 익숙하게 접했던 재료였다. 무심코 지나쳤던 익숙함이 특별한 가능성으로 다가온 건 독일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잉고 마우러의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때였다.

 스튜디오WAK 대표작 ‘Silhou ette Cabinet' /사진=스튜디오WAK 제공

그는 “당시에 일본 화지를 활용한 조명 작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저에게는 당연했던 재료가 다른 문화권에서는 특별하고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스튜디오 WAK은 전주한지를 현대적인 가구의 구조와 빛을 완성하는 소재로 재해석했다. 대표작 ‘실루엣 캐비닛(Silhouette Cabinet)’은 전통 창호에서 착안해 한지를 가구 외장재로 과감하게 사용한 작품이다. ‘가려짐과 드러남’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모닥불에서 영감을 얻은 조명 ‘모닥(Modak)’은 아두이노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가 장작을 넣듯 빛의 세기를 조절하게 함으로써 기술에 한지의 온기를 입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이미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하며 독보적인 실력을 입증한 이들이지만, 이번 밀라노 무대는 또 다른 도전이다. 자신의 뿌리인 ‘전주’의 미학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원 디자이너는 “한지를 전통 재료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유럽 디자인 안에서도 충분히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도 지속가능성을 축으로 삼아 한지뿐만 아니라 자개 등 한국의 다양한 재료와 문화를 유럽 시장에 적극적으로 소개할 것”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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