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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광장] 씨 없는 수박, 전북 농업의 미래를 열다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초여름의 문턱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과일은 단연 수박이다. 시원하고 달콤한 그 한 조각이 계절의 정취를 완성한다. 최근 수박 시장에는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가 일고 있다. 수박씨를 뱉는 번거로움을 덜어 준 씨 없는 수박으로 소비자의 선택 방식에 맞춰 품종과 상품이 시장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 변화를 오랜 시간 준비해 온 곳, 전북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고창 수박시험장이 있다.

전북이 수박의 주산지로 자리 잡은 데에는 천혜의 자연환경이 있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고창의 황토 땅, 정읍의 비옥한 분지, 익산·완주의 온화한 기후는 수박 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전북은 전국 수박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수박의 본고장으로, 각 지역이 서로 다른 출하 시기와 특성으로 상호 보완하며 전국 시장을 안정적으로 채워 왔다. 그러나 자연의 혜택만으로는 변화하는 소비 시장을 이끌 수 없다. 농촌진흥청은 씨 없는 수박과 중·소과종 프리미엄화를 지역특화작목 육성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1995년 설립된 고창 수박시험장을 중심으로 30년에 걸친 연구와 현장 실증을 이어 왔다.

성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북 수박 생산액은 2020년 1,180억 원에서 최근 1,346억 원까지 늘었다. 2020년 대비 농가 소득도 10a당 1.4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창·정읍·익산의 명품 수박은 이제 대형 유통매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소비자도 확실한 품질 보증서로 통하고 있다.

성과의 이면에는 기술 혁신이 있었다. 시험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씨 없는 수박용 불임꽃가루를 국산화했고, 허리를 굽히지 않고 재배하는 수직유인 수경재배 기술과 노동력을 97% 절감하는 소형터널 스마트도 제어 시스템을 개발·보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익산·완주의 봄 출하부터 고창·부안의 여름 성수기, 고창·정읍의 가을·겨울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북 전역이 계절을 나눠 1년 내내 안정적으로 수박을 공급하는 연중 생산 체계를 갖췄다. 소비자에게는 신선한 수박을,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다.

그러나 기술만이 변화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전북 수박의 성공에는 사람이 있었다. 고창 수박시험장을 중심으로 매월 열리는 명품 수박 아카데미는 농업인의 현장 목소리가 곧바로 연구 과제로 이어지는 소통의 장이 되어 왔다. 이만수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북수박연구회 회원과 이석변 명인은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자신의 밭을 시험포장으로 내놓으며 혁신에 앞장섰다. 초기에는 기계 선별·박스 포장에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12brix 이상 고당도 보장이라는 신뢰가 쌓이면서 시장의 반응이 달라졌고, 농가 소득 증대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기술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낸 성과다.

전북 수박은 이제 AI 기반 지능형 농장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생산비 상승이라는 도전 앞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제어 기술을 고도화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올여름, 고창의 황토와 전북 농업인들의 정성이 빚어낸 수박 한 통으로 청량한 계절을 즐겨 보시길 권한다. 전북 수박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름 과일을 넘어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는 날을 기대하며, 농촌진흥청은 그 길에 변함없이 함께하겠다.

전북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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