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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춘분] 농부 손길 분주해지기 시작

춘분은 양력 3월 21일경으로 경칩과 청명 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네 번째 절기다. 올해도 21일이 춘분이다.우주 태양의 황경(黃經)이 0로서 겨우내 밤보다 짧았던 낮의 길이가 이때를 기점으로 점점 길어져서 낮과 밤의 길이가 비슷하게 되는 때다.겨울 추위에서 벗어난 우주 만물들은 생기 있고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다. 기온도 눈에 띄게 높아져서 그야말로 완연한 봄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춘분 즈음이 되면 기온이 큰 폭으로 올라서 농사일을 하에 매우 좋은 때다. 2월은 천하의 만민이 모두 농사를 시작하는 달이다.라는 옛말이 있듯이, 이 때쯤이면 모든 농가의 일손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 한다.일 년 중 춘분에서부터 약 20여 일 간은 기온상승이 가장 큰 때이다. 이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고, 따뜻해지는 시기로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절기다.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도 아주 좋은 때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봄에 만약 밭갈이를 하지 않으면 가을에 바랄 바가 없다. 춘약불경 추무소망이(春若不耕 秋無所望)이라고 했듯이 동양에서는 춘분날을 농경일(農耕日)로 삼고 씨앗을 뿌렸으며 이때는 이웃끼리 씨앗을 바꾸어 뿌리기도 했다.그러나 이 무렵에는 아직 찬바람이 많이 불기도 한다. 이를 가리켜 꽃샘추위라고 부른다. 꽃샘추위의 매서움은 2월 바람에 김칫독 깨진다, 꽃샘추위에 설 늙은 이 얼어 죽는다 와 같은 속담에도 잘 나타나 있다. 꽃샘추위는 풍신(風神)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고 한다. 한편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 길 가는 배도 특히 조심해야 한다.옛 세시 풍속에는 춘분 무렵, 특히 음력 2월 1일은 여러 가지로 치르는 풍속이 많이 있다.이 날은 영등 할머니(할만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날이라 한다, 이 할머니는 2월 1일에 세상에 내려와 두루 민가를 시찰하고, 20일 에 하늘로 올라가서 세상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느님께 아뢴다고 한다. 또한 이 날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2월1일은 농가에서는 머슴날(奴婢日)이라고 한다. 가을 추수가 끝난 뒤 오랫동안 쉬던 머슴들이 이제 2월이 되면 농사일을 준비해야 하므로 농사에 가장 주요한 구실을 하는 머슴을 위로한다. 그들로 하여금 즐겁게 쉬도록 하며 주인은 술과 안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머슴을 배불리 대접한다. 이 때 머슴들은 동네 풍물로 하루 동안 흥겹게 놀며 큰 잔치를 벌인다.2월1일은 또 대청소를 한다. 2월 초가 되면 노래기가 나오기 시작하므로, 방에 까지 기어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부적을 만들어 붙인다. 백지에 향랑각씨 천리속거라고 써서 기둥이나 벽, 서까래에 거꾸로 붙인다. 노래기를 빨리 천리만큼 먼 곳으로 물리치는 방법이리라! 또한 솔가지를 꺾어 지붕 위에 꽂기도 하고 솔잎을 따서 문 앞이나 뜰에 뿌려 벌레를 퇴치하는 풍습을 행하기도 했다.2월 초 하루 날은 나이 떡을 해먹는 날이다. 온 식구의 나이대로 숟가락으로 쌀을 떠서 떡을 만든다. 식구들 나이대로 합한 쌀로 적은 송편을 빚어 그 나이에 맞게 먹는다. 이것을 세병(歲餠) 또는 수복병(壽福餠)이라고도 하며, 이렇게 하면 그 해 온 집안이 무병하고 만사가 형통한다고 여겼다.이 날은 또 집집마다 콩을 볶아 먹는 날이다. 콩을 볶을 때 주걱으로 저으면서 달달 볶아라 콩도, 세알도, 쥐 알도 볶아라. 달달 볶아라 하면서 볶은 콩을 먹으면 새와 쥐가 없어져서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이 콩 볶는 날을 은근히 기다렸던 것이리라.예부터 춘분 기간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고, 우렛소리가 들리며, 기온이 상승하는 절기, 꽃샘추위의 절기 그야말로 춘분점(春分點)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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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20 23:02

[③경칩] 겨울잠 자던 동·식물 기지개

경칩은 양력 3월 6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다. 오늘이 경칩이므로 올 해는 적정(適正)하게 들어있는 셈이다.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로서 겨우내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바깥으로 나오고, 땅 속에 웅크리고 있던 벌레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절기다.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동물들 뿐 만 아니다. 겨울 보리밀시금치우엉등과 같은 식물들도 모두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와 같이 식물들도 겨울잠을 깨는데, 이를 식물기간이라 한다. 월동에 들어갔던 농작물들도 생육을 개시한다. 이렇듯 겨울 내내 잠을 자던 동식물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면, 비로소 봄의 소리! 봄의 몸짓으로 알린다.농가월령가 2월령에는 경칩 춘분에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월은 한창 봄이라 경칩 춘분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는 풍년 흉년을 안다 하며, /스무날 맑고 흐림으로 풍년 흉년, 짐작하니,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 말랐던 풀뿌리는 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 산비둘기 소리 나니 버드나무 빛이 새로워라. (중략)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농가에서는 겨우내 쌓아두었던 거름(인분과 두엄)을 논밭에 뿌려 땅의 기운을 회복시킨 뒤, 경칩 절내(節內)에 봄보리콩들깨수수삼 등의 씨를 뿌렸다. 이것은 모두 풍성한 가을을 맞기 위한 준비였다.조선시대에는 해마다 농신(農神)인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후(后稷氏)에게 소를 바쳐 제사를 올렸다. 이 제단을 선농단(先農壇)이라 하였으며, 해마다 풍년을 빌기 위하여 경칩 후 첫 해일(亥日)에 임금이 친히 제사를 지냈던 풍속이 있었다.해마다 경칩 무렵은 날씨가 따뜻해져 초목(草木)의 싹이 돋고 동면(冬眠)하던 동물들이 깨어 꿈틀대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명칭이 정해졌다. 이때 풍속에는 개구리 정충(精蟲)이 몸을 보호한다고 해서 개구리 알을 잡아먹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도룡뇽 알을 먹기고 했다.고전 예기 월령(고전(古典 禮記 月令)에는 경칩에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고,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고 되어 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을 이름이니 주변의 움직이는 생명들을 꼼꼼히 보살필 일이다.경칩 무렵에 오는 음력 행사로 재미있는 것은 좀생이별 보기다. 음력 2월 6일 저녁 초승달과 함께 뜨는데 맑은 날 육안으로 보면 6~7개의 별로 보인다. 초승달과 좀생이별의 간격을 보면서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쳤는데, 달과 가까이 있으면 흉년, 멀리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또한 좀생이의 빛깔이 붉으면 가뭄이 들고, 반대로 투명하면 비가 적당히 내려 풍년이 든다고 했다.옛날에는 경칩 무렵에 행해졌던 풍습으로는 여려가지가 있다.경칩 당일에는 벽을 새로 바르거나 담을 쌓는 집들이 많았다. 경칩에 흙일(土役)을 하면 한 해 동안 뜻밖의 사고나 재앙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다. 또한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하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 일부 지방에서는 이 날, 단풍나무고로쇠나무어름넝쿨을 베어 나무의 수액을 마시기도 했다. 이것을 먹으면 위가 튼튼해지고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한국세시풍속 한서(漢書)에는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뒤에 한 무제(漢武帝)의 이름인 계(啓)자를 피휘(避諱)하여 놀랠 경자를 써서 경칩이라 하였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천둥소리와 무관하게 따뜻해진 날로 벌레들이 깨어나고 덩달아 함께 농부도, 머슴도 깨어나 바쁜 한 해 살림살이에 들어가는 때다.요즘은 해마다 2월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14일은 화이트데이라 하여 젊은이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고 법석을 떤다.우리나라에서는 바로 경칩이 연인의 날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초콜릿으로 달콤한 사랑을 표현했다면 우리 조상들은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의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 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 서양의 사고가 물질적인데 반하여 동양적 표현방식은 다분히 상징적이고 정신적이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구별이 있어 서로 마주 보고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그저 마주 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가고 결실을 맺으니 은행나무는 순결한 사랑의 상징이 된 것이다.예부터 경칩 때에는 각기 지방마다 흥미롭고 다채로운 풍속들이 많이 행해졌다. 본격적인 농사일의 시작으로 매우 바쁜 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다양한 풍속들이 행해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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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6 23:02

[정월대보름] 풍년 기원…모두 흥겹게 어울리는 명절

음력 1월 15일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보름달을 보는 날로 ‘정월 대보름’ 또는 큰 보름, 원소절(元宵節),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상원이란 중원(中元:음력 7월 15일, 백중날)과 하원(下元: 음력 10월 15일)에 대칭이 되는 말로서 모두 교도적인 명칭이다. 이날은 우리 세시풍속에서는 가장 중요한 날로, 설날 버금갈 만큼 비중이 크다.정월은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그 해를 설계하고, 일 년의 운세를 점쳐 보는 달이다. 율력서(律曆書)에 의하면 정월은 천·지·인(天·地·人) 삼자가 합일하고 사람을 받들어 일을 이루며, 모든 부족이 하늘의 뜻에 따라 화합하는 달이라고 한다. 따라서 정월은 사람과 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하나로 화합하고 한 해 동안 이루어야 할 일을 계획하고 기원하며 점쳐보는 달이다.정월 대보름날, 우리 조상들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농부들은 달을 보며 풍년이 들기를,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은 과거에 급제하기를, 아들을 얻고자하는 사람은 아들 낳기를 기원했다.달은 실생활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농부들은 초승달이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되었다가 다시 기우는 것을 보면서 그 변화에 맞추어 농사일을 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달은 우리 조상들에게 신비롭고 귀한 존재다. 때문에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달을 매우 경사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세시풍속’에는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던 여러 가지 풍습이 있다.보름날 아침이 되면, 우리 조상들은 이른 아침부터 더위를 팔았다. 아무나 눈에 띄는 사람을 부른 뒤, 그 사람이 대답을 하면, 냉큼 “내 더위 사 가게”하고 외쳤다. 그러면, 그 해 여름은 더위를 타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했다.보름날 이른 아침, 밤·잣·호두·땅콩 등을 깨무는, ‘부럼 깨물기’를 했다. 이것을 부럼(腫果)이라고 한다. 부럼이란 일 년 내내 부스럼이 나지 않게 된다해 정월 대보름날에 먹는, 껍질이 딱딱한 과일을 이르는 말이다. 정월 보름날 새벽에 술을 조금씩 마시는데, 이 술을 ‘이명주·이롱주·치롱주· 귀밝이술’이라고 한다. 귀밝이술을 마시면 귀앓이 병에 걸리지 않고, 귀가 밝아지며 좋은 소식만 듣는다고 한다.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약식·약밥·오곡밥을 지어 먹는데 이 풍속은 우리나라 모든 지방에 지금도 남아, 많이 만들어 먹고 있다. 찹쌀·찰수수·콩·팥·기장 등 5곡과, 밤·대추·은행·잣 등의 과일과, 참기름·꿀·진간장 등을 재료로 해 오곡밥을 만들어 먹는 풍습을 행한다.대보름날 밤에는 달을 보면서 그 해의 농사를 점치곤 했다. 이 때, 달빛이 밝고 환하면 그 해 농사는 풍년,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달맞이를 마치고 나면 횃불을 들고 나가, 논밭두렁에 불을 질러 쥐불놀이를 했다. 쥐불놀이는 논과 밭에 사는 쥐, 마른 풀에 붙어 있는 해충, 잡초의 씨앗 등 해로운 것들이 불에 타 없어져서, 농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또한 사람들은 쥐불놀이를 통해 마을에 있는 잡귀(雜鬼)들까지 모두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다. 풍속들을 통해 우리는 정월 대보름이 우리 고유의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풍을 기원하는 축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힘든 농사일을 서로 돕듯이 모두가 흥겹게 어울리는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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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05 23:02

[② 우수(雨水)] 따뜻한 봄·농사 준비 시작 알리는 절기

우수는 24절기 가운데 두 번째 절기다. 입춘(立春)과 경칩(驚蟄)사이에 들며, 입춘 입기일(立氣日) 보름 뒤인 양력으로는 보통 정월에 든다. 올해는 설날과 같은 날인 19일이 우수다.이 무렵은 태양의 황경(黃經)이 330°로서 겨울에 내리던 눈이 비(雨) 로 바뀌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水)로 변하는 때로 의미한다. 이 때 내리는 비를 우숫물이라 한다.옛 세시기(歲時記)에는 “우수가 지나면 동해동풍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 한다”고 했고, 더불어 “우수·경칩이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다.북쪽의 대동강 물이 풀릴 정도라면 남쪽의 봄기운은 더욱 완연할 것이다. 성급한 이들은 섬진강변으로 매화를 찾아 탐매(探梅)길에 나서기도 했다. 중국의 옛날 사람들은 우수 입기일로부터 15일간을 세분하여 그 특징을 나타내었다. 첫 5일간은 얼었던 강이 풀리면서 겨우내 물 밑에 가라 앉아 살던 물고기들이 위로 올라오기 시작 할 때, 수달(水獺)은 물고기를 얼른 낚아채 먹이를 마련한다. 수달에게는 우수 무렵이 먹이를 구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 했다. 5일간은 겨울 철새인 기러기들이 따뜻한 봄을 피해, 원래 살던 추운 북쪽지방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5일간은 이미 봄 맞을 준비를 끝낸 자연은, 어느새 풀과 나무에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이 때,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농부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바로 논·밭두렁 태우기이다. 이것은 우수 때에 행해지는 대표적인 풍속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쥐를 잡고, 들판의 마른 풀에 붙어 있는 모든 해충과 그 알을 태워 없애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타다 남은 재는 거름이 되어 다음 농사 때 곡식의 새싹이 잘 자라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농약이 없었던 시절에 농작물의 병균과 해충을 예방하고, 수확량을 늘리기 위한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풍속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굳이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농작물의 병균이나 해충을 없앨 수 있는 효과 좋은 농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험을 안고 있어, 요즘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하지만 우수의 대표적인 풍속인 논·밭두렁 태우기는 농사의 발전을 위해 애쓴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풍속이다.조선시대 때 고상안(高尙顔)선생이 작곡한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는 우수 무렵에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일 년의 계획은 봄에 하는 것이니 모든 일을 미리 하라, 만약 봄에 때를 놓치면 해를 마칠 때까지 일이 낭패되네, 농지를 다스리고 농사 소를 잘 보살펴서 재거름을 재워 놓고 오줌 주기를 세전(설 쇠기 전) 보다 힘써 하소, 늙은이 기운 없어 힘든 일은 못하지만 낮이면 이엉을 엮고 밤이면 새끼 꼬아 때맞추어 지붕을 이니 큰 근심을 덜었도다.(중략) 예부터 우순풍조(雨順風調))라, 전해 오는 말이 있다. “비는 순하게 내리고, 바람은 고르게, 조화롭게 불어다오.” 농업을 위주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무엇보다도 가정에서나, 정부에서나 오직 풍년을 기원하는 많은 행사를 행하였다. 또한 간장은 우수 무렵에 담근 장을 최고로 친다. 음력 정월에 장을 담그면 4월 청명절과 곡우 사이에 장물과 된장을 가를 수 있다. 그 때부터 된장이 발효하기 좋은 날씨가 되며 된장이 맛있게 잘 익는 때이다. 이처럼 우수절기는 봄의 시작으로 아주 중요하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따뜻한 봄기운이 서서히 밀려오는 우수는, 농사 준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임이 확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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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6 23:02

[① 입춘(立春)] 24절기 중 첫 번째…새해 상징

1년은 크게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로 구성된다. 24절기는 이들 계절적 특징에 따라 세세하게 스물넷으로 나눠 놓은 것이다. 예부터 농업을 중시했던 우리나라는 계절의 변화에 따른 24절기를 농사의 지표로 삼았기 때문에 절기를 챙기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었다. 24절기는 중국으로부터 유래 되었고, 옛날부터 전해 오는 것으로 음력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력을 사용한 것이다. 24절기를 나누는 기준 자체가 달이 아닌 태양이 움직이는 길인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15 간격으로 나누어 24점을 정하였을 때, 태양이 각 점을 지나는 시기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달력은 삼국시대에 벡제가 중국의 송나라에서 들여온 원가력(元嘉歷)을 사용했던 기록이 있으며, 그 뒤 조선 세종 때에는 일종의 태음력인 칠정산 내 외편(七情算 內外篇)의 역법에 기인한 것이다,수필가 고재흠 씨가 각 절기에 맞춰 절기에 얽힌 우리의 풍속들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입춘은 양력 2월 4일경으로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다. 올해는 바로 오늘이다. 이 날은 봄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며,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기도 하다.입춘은 정월(正月), 즉 새해를 시작하는 달에 들어 있어 옛사람들은 입춘을 기준으로 해가 넘어가는 것으로 여겼다.입춘 전날을 절분(節分)이라고도 하였는데 절분은 입춘입하입추입동 등의 변천하는 때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해넘이라고도 불리며 묵은 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날이라는 뜻이다.일부 지방에서는 이날 밤 붉은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마귀를 쫓고 새해를 맞이하기도 한다.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으레 각 가정에서는 입춘첩을 써서 무사태평과 한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풍속이 있다. 조선 성종실록에 의하면 대궐(大闕)에서는 입춘에 문신(文臣)들이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 신년축시) 중에서 선정하여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다 입춘 첩(帖)을 써 붙였던 것이 민간에게까지 퍼져 유행된 것이다.민가에서는 내실 문지방에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부모님 방 문에는 당상부모 천년수 슬하자손 만세영(堂上父母 千年壽 膝下子孫 萬世榮), 대문에는 용(龍)자나 호(虎)자를 써서 붙이기도 했다. 이는 모두 한 해의 무사태평과 복을 기원하는 풍속이다.특히 입춘에는 입춘절식(節食)이라 하여 햇나물 무침을 먹는 풍습이 있다. 산나물들을 눈을 헤치고 캐내 임금님께 진상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궁궐에서는 오신반(五辛盤)이라 하여 멧갓승검초달래평지부추 등 쓰고 맵고 쌉쌀한 다섯가지 나물들을 요리하여 수라상에 올렸다. 겨우내 결핍된 신선한 야채를 보충하기 위한 것으로, 민간에서도 이를 본받아 눈 밑에서 돋아난 햇나물을 무쳐 먹는 풍속이 생겼다.또한 농가에서는 한 해 동안의 농사를 준비하기 시작했었다. 겨우내 넣어 두었던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고 농사지을 때 필요한 것들을 보살폈으며 땅에 거름을 뿌리기도 했다.봄이 시작되는 첫 날, 조상들은 일 년 농사를 준비하며 바쁘게 보냈었다. 사람들은 이 날이 되면 한 해 동안의 평안을 비는 의미에서 입춘굿, 보리 뿌리점 등과 같은 풍습을 행하였다.예부터 제주도에서는 입춘굿을 펼쳤다. 무당조직의 우두머리인 수신방(首神房)이 맡아하는 굿은 농악대와 함께 각 집들을 방문해 걸립(乞粒)을 하고 상주(上主), 옥황상제, 토신, 오방신(五方神)을 제사하는 의식이 있었다.또한 굿을 할 때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구경을 했는데, 이 때 사람들은 농업뿐만 아니라 어업, 축산업의 풍요를 함께 빌었다.또 굿을 하고 나면 농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마을의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풍악을 울리고 돈과 곡식을 얻었다. 그렇게 얻은 음식을 가지고 신령님께 제사를 지냈다.보리 뿌리점(麥根占)이란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그 뿌리의 많고 적음에 따라 그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미리 점치는 풍습이다.이날, 농가에서는 땅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한 뒤, 보리 뿌리를 뽑아본다. 사람들은 이 때 보리 뿌리가 세 가닥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와 같이 농가에서는 주로 농사가 잘 되기를 빌고, 봄이 온 것을 축하하는 풍속을 많이 행했었다.한편 입춘 때 내리는 비는 만물을 소생시킨다하여 반겼고, 이 때 받아 둔 물을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하여 소중히 여겼다. 봄은 그야말로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계절의 시작인 셈이다.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은 추운 겨울이 끝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 왔음을 축하하며, 한 해 동안의 풍요롭고 평화스러움을 기원하는 절기이다.*고재흠 씨는 2000년 월간문학 공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신문학 전북지회장행촌수필문학회장을 지냈으며, 수필집 〈초록빛추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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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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