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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선 원불교 전북교구장 "마음 수행은 밝은 기운과 희망을 열어가는 거죠"

지난 30일 전주시 경원동 원불교 전북교구청. 고원선 원불교 전북교구장(66)은 맑은 얼굴로 두손을 합장하고 기자를 맞았다. 인터뷰 질문지를 받아들고 꼼꼼히 답을 적어온 교구장은 "숙제하는 기분이었다"고 웃었다. 둥근 웃음이 번져 나갔다. 원불교의 깨달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원상(一圓相원)을 연상케 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십니까. △ "원불교 교도들은 하루 일과가 초등학생 시간표 같습니다. 아침엔 수양정진, 낮엔 보은봉공, 저녁엔 참회일기 쓰기. 나는 평생 해온 대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5시부터 단전에 호흡을 넣고 기도합니다. 오전 7시가 되면 식사를 한 뒤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직무를 보죠. 바쁜 틈틈이 원불교 '교전'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씩 읽습니다." - 사회 곳곳에서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 스스로가 부처가 되게 하는 마음 수행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종교는 '멈추는 공부'를 시킵니다. 화가 나는 순간에도 가만히 나를 돌아보는 것. 내 맘대로 안되니까 화가 나는 거거든요. 자신을 통제하는 힘이 바닥나는 겁니다. 하지만 마음 훈련을 하게 되면 선한 기운이 물결 치듯 파장을 일으켜 세상에 밝은 기운으로 퍼져나갑니다. 긍정적인 걸 찾아 확대시키고 희망을 열어가는 거지요." - 왜 원불교 교도가 되셨나요.△ "5대 종갓집에서 그렇게 바라던 아들 대신 내가 나왔습니다. 집에선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웃음) 남동생과 차별받는 게 불만도 들었고요. 그런데 그럴 때 마다 옛날 어른들은 '또닥 방망이'만 있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뭐든 원하는 걸 이룰 수 있게 한다고요. 어렸을 때부터 그걸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 원불교와 인연이 닿아 교도가 된다고 했을 때 물론 말도 못할 만큼 반대하셨습니다." - 불교나 기독교천주교에 비해 원불교 교리는 다소 낯섭니다. △ "천주교기독교는 역사가 2000년이 넘었고, 불교는 3000년이 넘었습니다. (교리를) 깊이는 몰라도, 대강은 알고 있죠. 반면 원불교는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 원불교를 창교하신지 원기 97년 밖에 되지 않았을 정도로 역사가 짧습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게 큰 가르침입니다. 마음 공부를 강조하면서도,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했어요. 숯장수엿장사에 고무신 공장까지 하면서 어렵사리 교단 살림을 꾸려 성장시켰습니다. 일각에서는 원불교가 '부자 종교'라고 잘못 인식하고 있지만요."- 정부의 전통문화 관련 국고보조금이 원불교불교 등에 편중 돼 다른 종교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 "원불교의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예산안(428억)이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올해부터 원불교 100년 성업의 날인 2015년까지 익산시와 전남 영광에 국제마음훈련원이 건립돼요. 이곳은 원불교 교도 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을 위한 마음 공부하는 시설입니다. 전북 교도가 5만 여명(익산 군산 제외2005년 인구 센서스 기준)에 불과한 작은 교단이라 더디게 발전하고 있으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종교와 다르게 여성 지도자가 계시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 "원불교 교리는 파격적일 정도로 남녀 평등을 지향합니다. '지자본위'(智者本位) 교법으로 사람마다 능력이 다르고, 부처 또한 위력이 다 같지 않기 때문에 개개인 능력을 최대한 발현하게 합니다. 또 신정의례준칙을 만들어 조상 대대로 내려오며 여성을 괴롭혀온 각종 허례를 대폭 간소화하기도 했습니다. 종갓집 종부로 매년 수십 차례의 제사를 치르던 어떤 할머니는 교전을 펴놓고 공부하며 감격에 겨워 통곡하시기도 했어요."- 종교의 사회 참여에 대한 교계의 목소리는 어떻습니까. △ "원불교를 창시한 대종사께서 '법륜'(法輪)을 통해 종교의 사회 참여에 관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주셨습니다. 교리에서 종교와 정치를 수레바퀴에 비유했어요. 수레가 잘 굴러가도록 종교와 정치가 잘 협조해야 한다는 겁니다. '엄부자목'(嚴父慈母)도 비슷한 취지의 말입니다. 정치인들은 엄격한 아버지 역할, 종교인들은 자비로운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결국 종교는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올해 전북 교구가 내놓는 주된 사업이 있다면.△ "전북이 새만금 개발에 올인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막아지면서, 얼마나 많은 어류 생령들이 죽었습니까. 그래서 '새만금 특별 천도제'(3월25일)를 지내려 합니다. 중앙 교구청에 있을 때에는 군산에서 한 번 했고, 이번엔 부안에서 해보려 합니다."- 임진년 맞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고, 우리 교단도 새로운 종법사를 선출하는 선거(9월22일)가 있습니다. 마침 경산 종법사께서 신년 법문을 통해 새해는 교단과 우리나라, 세계 주요 나라의 지도자가 새롭게 선택되는 해이기 때문에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지도자가 지혜를 모아 방향을 잡아가는 혜안을 가져야 할 겁니다." (끝)

  • 기획
  • 이화정
  • 2012.02.01 23:02

완주 송광사 도 영 큰스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큰스님은 말했다."복을 많이 지어야 복을 많이 받습니다. 복을 남에게 주고 복을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완주군 소양면 송광사 도영 큰스님은 거처에서 인자하신 미소로 반겨주시며 덕담을 시작했다. 왠지 무릎을 끓고 얘기를 들어야 할 것 같은 단아한 분위기의 선방에서 큰스님은 "편히 앉으시라. 편히 앉으셔야지 …"라면서 향 좋은 차를 내놓았다. 지난 여름 제 철의 연꽃에 작설을 넣어 냉동시켜서 겨울에 마시는 정성 그윽한 차였다.  큰스님은 "불교와 부처님 말씀은 한자가 많아 단어 이해가 안되는 등 어렵다 하지만 가장 쉽게 풀어서 전하고 있다"면서 "책을 세 권 썼는데 많은 불자들이 쉽게 써서 고맙다고 한다"고 설명했다.-전북일보 독자에게 새해 인사 부탁합니다.△해마다 새해가 되면 희망을 안게 되는데, 올해 보다 더 편안하고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랍니다. 전라북도는 경제성장이 안돼 먹고 살려 떠나는 사람이 많아 인구문제가 심각합니다. 살기좋은 전북을 만들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만금과 혁신도시가 잘 돼 희망이 솟고 있습니다. 올해 전북 방문의 해를 맞아 외지에서 100만명 이상이 찾아오게 한다는 목표가 달성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북의 청정 환경을 널리 알려 귀농 귀촌하는 사람이 늘었으면 합니다.-덕담도 부탁 드립니다.△저는 날마다 좋은날 되세요라고 만나는 사람에게 말합니다. 좋은날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됩니다. 지족상락 능인자안(知足常樂 能忍自安)이라 했습니다. 만족함을 알면 항상 즐겁고 참을줄 알면 편안해지는 것입니다.-요즘 사람들은 삶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전국 어디를 가보아도 도시나 시골이나 곳곳마다 주인이 '나투어' 계십니다. 모두가 주인입니다. 주인이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임제선사의 말씀처럼 수처작주(隨處作主)요 입처개진(立處皆眞)입니다. 어느 곳을 가든 내가 주인입니다. 남의 정신에, 남의 행동에 끌려다니는 삶이 아닌, 내가 주인으로서 거듭나는 삶이 되어야 합니다. 머무는 모든 곳이 진리입니다. 지금 있는 자리에서 거짓되지 않고 진실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것이 바로 깨달음입니다.-입문하신지 50년이 넘었습니다. 가장 기억나는 일은 무엇입니까.△사찰은 산사라 하여 주로 산중에 있습니다. 나무로 법당을 짓습니다. 저는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도시에 콘크리트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1984~1986년 전주 금암동에 세운 전북불교회관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불교는 관음재일, 지장재일 등 10개의 재일법회를 하는데 평일이어서 공무원이나 직장인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전북불교회관에서 재일법회를 하고 주말과 공휴일에 법회를 열어 시민들이 편리해졌습니다. 종단의 인가를 받아 1988년 전북불교대학의 문을 열었습니다. 전법할 수 있는 포교사를 양성하고 청소년들이 불교에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을 맡아 열정을 쏟으셨지요.△2001년부터 임기 5년간 전국을 무대로 발로 뛰었죠. 개가불자와 신도들을 수없이 만났습니다. 총무원장과 교육원장 보다 업무가 많았지만 열심히 했습니다.-지금까지 후회스러운 일은 혹시 없습니까.△1986년 12월 6일 주지일 때 금산사 대적광전에 불이 났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긴 일입니다. 제 잘못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책임을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큰스님은 당시 주지를 사임했으나 조계종은 1994년에 다시 주지를 맡기는 등 종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탁했다)또 불자라고 해서 후회가 왜 없겠습니까. 적은 일이지만 후회스러운 일이 상당히 있었습니다.-부모님에게서 받은 가르침은 무엇입니까.△어렸을 때부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교육받았습니다. 항상 상대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바꾸는 것입니다. 집착을 버리면 행복이 보입니다. 오복을 다 갖춰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을 바꿨을 때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인생고락 종심기(人生苦樂 從心起),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의 자살이 잇따르는 등 학교폭력이 심각한 문제입니다.△물질만능주의의 결과물입니다. 지식교육만 시키고 인성교육을 시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바쁘다고 돈으로만 부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인내를 가르치고 우애와 가족애를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가정에서부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자녀들이 자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토록 해야 합니다. 부모가 밥을 먹었다고 해서 자녀가 배부르진 않습니다.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인간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공부하는 학생이 폭력을 휘둘러서는 대한민국의 희망이 안보입니다. 생명경시풍조가 사라져야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학교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전라북도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전북의 돌파구는 새만금에 있습니다. 새만금은 세계적으로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희망을 두고 있고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군산국제공항도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전라북도민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 성실하게 절약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물질적으로 부족해도 정신적으로 쾌적한 환경이 됩니다. 도민들이 마음을 비우면서 살길 바랍니다.

  • 기획
  • 백기곤
  • 2012.01.25 23:02

"욕망의 페달 내려놓고 신앙과 삶이 일치되게 살아야"

동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원로목사회 회장(76)은 2003년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한국장로교출판사)를 펴냈다. 전주 중부교회 목사직을 퇴임하면서 큰 아들 김의신 목사(광주 가일교회)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말씀과 성령의 관계를 기록한 책. 이 설교집에 새삼 눈을 돌린 것은 신앙과 삶의 불일치 되고 있는 개신교 교인들이 많아졌다는 위기의식에 대한 일종의 해답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1973년 200여 명이 예배를 드리던 전주 중부교회는 현재 2000여 명이 함께하는 큰 교회 공동체로 성장했다. 그가 목회 인생 50여 년을 다 건 결과다.-아나운서 김동건씨와 이름이 같습니다. △ 내가 하나님 나라의 아나운서라고 하면 사람들이 참 좋아해요. (웃음) 하지만 설교를 해오면서 설교가 단순히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써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 설교집을 내신 게 꽤 오래 전입니다만, 여전히 울림이 있습니다. △ 예수님을 믿는 것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가졌던 믿음까지 믿어야 진정한 신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성 훈련은 예수님과 그 예수님의 믿음까지 믿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말씀에 대한 경청이 중요하죠. 들어야 깨달을 수 있고, 깨달으면 행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설교는 하나님과 접촉하기 위한 또다른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 설교만 40년 넘게 해오셨고 이와 관련해 책까지 내셨습니다. 설교 준비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저녁 예배 때에는 성경의 한 편을 연속적으로 해설하는 강해 설교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부분만을 편식하는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낮에는 주제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본문을 고르는 제목 설교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게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목사의 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 평소 영성 훈련, 성서 공부가 목회의 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압니다. △ 예수님도 돌밭과 가시덤불, 길바닥, 옥토를 비교하시며 씨앗이 자랄 수 있는 마음밭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개신교가 더욱 발전하려면 제도와 형식의 개혁뿐만 아니라 내면과 영성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그래서 지난 28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산상기도회를 주도했습니다. 안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적 자유를 찾는 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직접 나섰지요. 다녀오면 일년 동안은 뜨근해요. 하지만 일년 이상 못 갑니다. (웃음) - 회장님은 중부교회 역사나 마찬가지신데, 어려운 일은 없으셨습니까.△ 비교적 순탄한 생활을 했습니다. 교회는 담임목사 한 사람의 능력과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거든요. 장로권사집사에 각 부서를 맡아 수고하는 교인들까지 한마음으로 섬기는 교회를 만들 때 성장할 수 있습니다. 1973년 광주에서 전주로 왔을 때 사택도 따로 없는 셋방살이를 전전하곤 했었죠. 대지 구입, 교회 신축 등 교회 자체로도 산적한 과제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신이 나를 이곳으로 이끄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습니다. - 중부교회는 다방면의 선교를 했는 데요, 외국에 병원을 짓는 의료 선교까지 한 것으로 압니다. △ 중부교회가 안정을 되찾은 것은 주는 교회가 되면서부터죠. 우리가 지역사회에 덕을 많이 봤기 때문에 이제는 갚을 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개척 교회를 지원하고 농촌 교회를 돕는 일에 앞장서면 설수록 교인수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교회가 창립 40주년(1997년)을 맞았을 때에는 러시아에 모즈독 예수병원을 세웠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당시 의사들 월급이 100불도 안 됐어요. 너무 피폐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운영비를 지원해 환자들이 무료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 그렇게 퍼주면서도(?) 교회의 대형화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습니다. △ 물론 모두가 대형교회화를 외칠 필요는 없지만, 성경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대형교회가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하나님 앞에 감사드려야하지 않겠어요? - 그렇다면 교회의 정치사회 참여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나는 기독교가 의미있는 일에 사회적인 발언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일에는 종교를 떠나 연대할 게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기독교 정당 조직은 과연 그럴 필요가 있나 합니다. 재래시장 살리기, 북한 동포 돕기 등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고,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런데 이런 일을 빌미로 섬기는 일 보다 종교는 내세우는 일이 먼저 돼서는 안될 겁니다. - 찬반양론이 다소 첨예한 교회 세습화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내가 은퇴할 때 일부에선 내 아들을 후계자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나왔어요. 그런데 세습이라는 말 자체가 갖는 부정적인 뉘앙스도 걸리고, 또 아들이 아직 여기 올 때는 아니다 싶었어요. 사실 자식을 데려다 놓으면 내가 얼마나 긴장되겠어요. 모처럼 짐 벗어놓고 편안하게 쉴 때인데, 자식이 교회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 텐데.- 도민들에게 덕담 한 말씀. △ 새해가 되니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됩니다. 밝은 해, 평화로운 해가 됐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 정권이 바뀌면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잖아요? 남북이 평화로운 관계를 회복해 통일을 위한 극적인 전환점을 맞는 한 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다만 언론이 지나치게 어두운 면만 찾아서 기사화하니까 좀 밝은 면도 알리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도 희망을 갖고 기쁨을 서로 나누는 사회를 만들 거 아닙니까. 안 그래요?(웃음)

  • 기획
  • 이화정
  • 2012.01.18 23:02

이병호 천주교 전주교구장 "국가가 배분을 공평하게 하는게 정의로운 사회"

연초부터 청소년 자살, 국회의원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 소값 하락 등으로 우리 사회 전체가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이런 여러 문제들을 종교계 지도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새해를 맞아 본보는 도내 종교계 지도자들의 말씀을 통해 우리 사회와 개인을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자리를 마련했다. 햇살이 적당하게 비추는 시간이었다. 4일 오전 10시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72)를 찾았다. 전주 남노송동 천주교 전주교구에 들러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인터뷰의) 기본 취지가 뭐요?" 안부를 묻고, 날씨를 묻고, 차분히 질문을 이어가려던 기자는 잠시 당황했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언젠가는 주교직을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주교는 "이런 저런 일에 관심을 쓰는 위치에 오래 있다 보니까, 한 신앙인으로서 다른 처지에서 살다가 삶을 마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일반적인 바람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해마다 신년사를 통해 교단 안팎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셨습니다. 인터뷰 하기 어려운 분께 새해 값진 말씀을 들으면, 더 뜻깊을 것 같습니다. △ 나같은 사람은 항상 성서를 중심으로 해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일반적인 말을 하면 한계에 부딪쳐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일반적으로는 "복 많이 받으십시요." 혹은 "좋은 일 많이 있기를 바랍니다." 그 말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것은 우리의 삶에 지나가는 말이지, 정말 의미있는 말일 수는 없어요. 어차피 좋은 날만 있을 수만 없는 일이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는 것도 어려운 일이요.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일', '복'이 무엇일까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된다, 그런 이야기죠.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십니까. △ 새벽 4시20분에 자명종이 울려요. 우리 미사가 새벽 6시니까, 성당에 들어가면 한 시간 남짓 시간이 있죠. 그때 성서를 외우는 것으로 하루 묵상을 하는데, 외우는 것만큼 깊이 생각하게 하는 일은 없어요. 미사 지내고, 아직 덜 외워진 것이 있으니까 프린트 해 가지고 또 외워요. 또 한 시간 반쯤 치명자산을 돌고, '아름다운 순례길'을 한 달에 한 번쯤 가요. 250km 되잖아요. 하루에 10구간으로 나눴는데, 한 구간 가는데 24~25km 돼요. 7~8시간 걸어야 하는 거요. 걸을 때도 성서를 프린트 해서 외우면서 다녀요. 그러니까 훨씬 의미가 있어요, 나한테는. 그냥 걷는 것하고 전혀 달라. -요즘 학교나 가정이 깨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 이것도 다, 물질생활과 관계돼요. 어머니가 집에 있을 수 있으면 최선이지. 아이가 학교에 갔다 왔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다 ? 나는 그런 날이 한 번도 없었어요. 책 보따리를 마당에 던져두고 논밭에 나가 어머니 냄새 맡고 와야 돼. 어머니 근처에만 가도 공기가 달랐어요. 그런데 요즘 맞벌이 많잖아요. 집에 와도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의 공허감은 어떻게 메워지겠어. 아이들이 너무나 불쌍해.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치가 불가능해요. 부부관계도 많이 해성해성해질 우려가 있고. 모든 관계는 거기서 출발해요. -사회 문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속(俗)이 걱정하는 성(聖)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ㅋ英맛 현안에 대한 종교의 참여개입 범위로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물론 교회는 절대 정치집단이 아니여. 자본주의 초기에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니까, 그때부터 교회가 개입해서 소위 정 ㅋ英맛岵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문제를 들고 이래서는 안된다 하고 발언하기 시작했지. 오늘날에도 교회가 이런 쪽 관여를 하려 들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해요. 그런데 이 말의 앞뒤를 잘 생각해야 돼. 예수를 궁지에 빠뜨리려는 적대자들이 물었어요. '카이사르(로마황제)에 게 세금을 바쳐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당시 이스라엘을 로마가 통치하고 있었으니) 세금을 바치면 민족을 배반하는 게 되고 하지 않으면 형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고, 진퇴양난이었다고. 그래서 예수님이 '세금으로 바친 동전에 무엇이 그려져 있느냐'고 물었어. '카이사르의 얼굴입니다.' 답변했지. '그럼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려주게.'라고 했던 거요, 신앙적 가르침으로. 그런데 카이사르의 모상 이전에 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이요.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나 본래의 모습을 망가뜨리면서 살고 있으니까, 하느님 이름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요. 결국 이 세상 모든 권위는 자연법에 기초하고 있어요. 자연법은 달리 말하면 양심법이요. 실정법도 이것을 어기면 아닌 거지. 양심이 있는 사람이면, 더구나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면, 보고만 있을 수가 없는 세상이 된 거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시민들이 갖는 정치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졌고, 선택에 대해 혼란을 야기하는 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 즉흥적으로 좋다는 것을 선택하면 어떻게 되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바로 그거요. 제일 큰 문제는 국민 전체를 위해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사리라든가 연줄에 의존하는 거지. 요즘에 1%를 위한 99% 희생이라는 말이 많이 떠돌잖아요. 결국 돈만 보고 선택하면, 이렇게 되기 쉽다는 거요.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자살률이 가장 높잖아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상이 되면, 행복지수가 더이상 안 올라가. 그것을 벌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여지니까. 정말로 인생을 저 깊이부터 즐길 수 있는 감각이 없어져. 거기에 매달리다가 인생 끝나고 마는 거요. 그러니까 이제는 무슨 과제가 남았냐. 국가가 배분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욕심의 한계를 그을 줄 알아야 되고. 그것이 정의로운 사회요. 그게.-앞서 언급하신 것과 관련해 지역 언론의 책임감이 큰 것 같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특별히 지역 언론은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야지. 그냥 막연하게 말고. 사람들 깊이 들어가서 만나보면 자료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 학교 왕따, 환경 문제. 특히 우리가 자연을 이런 식으로 훼손 더하면 이제는 복원이 불가능해. 인류 멸망이 아주 앞으로 오게 돼요.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기획
  • 이화정
  • 2012.01.11 23:02
기획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