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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

이완구 총리 내정자가 기자들과의 식사 중에 뱉은 거침없는 상식 이하의 말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 백화점으로 지탄받던 터에 식사 중 발언내용이 알려지면서 총리 부적격 판단을 받고 말았다. 이렇게 사적인 자리에서는 거친 말을 쏟아내도 공적 발언에서는 매우 신중한 것이 정치인들이다. 어떨 때는 신중하다 못해 너무 에두르고 두루뭉술하게 말하기 때문에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사후에 책임질 말을 아끼다 보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치인의 말이 과연 그 일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무슨 숨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게 바로 정치 언어이고, 정치인 화술의 문법이다. 정치인 화술 문법의 제1조는 “말은 화려하게 하되 나중에 책임질 말을 삼가라”이다. 대표적인 게 정치인들의 사과발언이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쉽게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잘못했다, 죄송하다는 말은 안하고 ‘유감이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말로 끝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유감이라는 말도 부담스러워 일왕 아키히토는 199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에게 한일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으로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하였다. ‘통석의 염’이란 ‘애석하고 안타깝다’는 뜻인데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어서 사과의 진정성을 놓고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옛말에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그 따뜻함이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그 날카로움이 가시와 같으므로 한마디 말은 천금과도 같다”(利人之言 煖如綿絮, 傷人之語 利如荊棘, 一言半句 重値千金)고 하였다. 또한 정치학자인 최상룡 명예교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의 자원은 돈, 칼 그리고 말이다. 현대사회에서 돈과 칼은 시스템으로 해결되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정치가 바로 언어다”고 하였다.그렇다. 정치에서 언어와 수사학은 매우 중요하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고 수식하느냐에 따라 대중들의 반응은 크게 달라진다. 미국 공화당의 ‘언어세공사’ ‘언어의 흑마술사’로 불렸던 프랭크 룬츠가 만든 정치 언어들인 “온정적 보수주의”, “삶의 문화”, “기회 장학금” 등의 정치적 반향은 매우 컸다. 특히 “지구 온난화” 대신에 “기후 변화”란 용어를 사용토록 함으로써 지구온난화의 책임이 공화당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었던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는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보수정권이나 대기업들은 “지구 온난화”란 말보다는 “기후변화”란 말을 더 선호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도 정치적 언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는데, 미군은 “적의 위치가 ‘스마트 폭탄’에 의해 ‘외과적 정확성’(surgical precision)으로 제거되었다”는 식으로 발표하였다. 미군의 오폭에 의해 사망한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부수적 손실’(collateral damage), ‘우호적 발포’(friendly fire)란 언어를 사용하여 미군의 실수에 대한 공중의 분노를 축소시키려 하였다. 공자는 논어에서 “말 잘하고 얼굴을 잘 꾸미는 사람 중에 어진 사람이 드물다”고 하였다. 말 잘하고 잘 생긴 정치인이 판을 치는 오늘날 영상정치시대에 대한 경종처럼 들린다. 결국 공자 말씀은 말과 진리는 같지 않으며, 말 잘 하는 것이 결코 정치인의 덕목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 던져주는 가르침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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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16 23:02

'전북청년 2015' 시동

공간 논의를 위해 ‘전북청년 2015’ 작가 4명이 도립미술관에 왔다. 앞으로 전북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작가들이다. 6월에는 이들을 위한 전시가 열린다. 먼저 이들에게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물었다. 그리고 한 칸씩 배분해 주었다. 또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건 상관치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 공간은 각자의 것이니 기량껏 준비해서 마음대로 걸라고 했다. 작품 준비를 위한 재료비는 각 200만원씩 지원키로 했다. 미술관이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주고 간섭하지 않으며 작가들 마음껏 준비해서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결과에 따라 최고의 작가는 아시아현대미술전에도 참여시키고 앞으로 구축될 레지던시 공간 입주에 우선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 약속들은 실천될 것이다. 작가들은 긴장과 침묵을 지키다가 돌아갔다. 앞으로 5개월여 남은 ‘전북청년 2015’전의 경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작가 한 사람이 전시실 한 칸을 채운다는 일은 꽤 벅찬 일이다. 그들도 나도 알고 있다. 78대4의 어려운 관문을 뚫고 온 작가 4명을 경쟁시키며 최고의 기량을 보여 달라니, 주마가편의 힘든 요구이다. 그러나 전북미술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이들부터 크게 달라져야 한다. 주변의 칭찬과 기대에 만족해서는 희망이 없다. 물론 결과에 따라서는 4명 모두 희생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명이라도 기대할 만한 결과를 낳으면 미술관은 최대한 이 작가를 키울 것이다. 아름다워야 할 예술 무대에서 왜 그리 살벌한 경쟁을 유도하느냐는 반문이 오기도 한다. 예술계에서 아름다운 평화는 깨졌다. 예술은 이제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술답기 위하여 고통을 겪고 삶의 바닥으로 나가야 한다. 예술처럼 보이기 위해 아름다워져야 하는게 아니고 예술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아직 작가들은 5개월 후 어떤 작품이 구축될지 자신도 모른다. 미술관은 작가를 믿고 미술관을 통째 열어 주었다. 이제 미술관 전시실은 각각 작가들 것이 되었다. 어떤 작품을 어떻게 걸지, 새로운 작품으로 가득 채울지 또는 텅 비우게 될지 무엇으로 예술을 말할지 모두 작가들 몫이 되었다. 작품과 그 설치까지 작가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2015 청년 전시는 진행될 것이다. 최대한 작가들에 대한 설명을 간략화 하여 관객들은 순전히 그 작품으로 작가들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작가들은 작품으로 말을 하는 존재들이다. 작품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지 않으면 그 작가는 관객으로부터 멀어진다. 그 어떤 의미란 작가도 관객도 아직 알 수 없는 새로운 가치, 이 시대 우리의 삶 가운데 각인시켜야 할 그 무엇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움이란 더 이상 미술을 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어느 날 무기직 여직원이 상설관 청년전에 걸린 이주리 작가의 작품이 좋아서 자주 보러 간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예술에 문외한인 그 직원도 치열한 작업을 알아보고 있었다. 사실 이주리의 작품도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남과 여의 신체가 뒤얽혀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장면에서 삶의 어쩔 수 없는 고리, 사는 동안 빠져나올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그 무엇을 예술이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예술은 설명 이전에 더 큰 무엇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안되는 모순을 갖고 있다. 마치 우리들 삶이 그런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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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9 23:02

인간과 담배 그리고 지구와 온실가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출몰하던 옛날 옛적 상상속의 이야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17C 무렵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였다고 하여, 호랑이도 담배를 필만큼 담배가 기호품으로 널리 보급되던 시절을 비유하기도 한다.하지만 담배의 유해한 성분은 폐암발병 증가 등 인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고, 정부는 담뱃값 인상, 금연구역의 확대 등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다.온실가스 문제도 담배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지 않나 싶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으로 지구촌은 온난화와 기후변화라는 중병(重病)을 얻어 세계 도처에서 극심한 홍수와 가뭄, 생태계 파괴, 식량감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굴뚝에서 연기가 나면 나라와 가정에 부가 축적되는 신호로 여, 반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결과 단기간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라는 멍에를 썼다. 국제사회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구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는 인식하에 이의 감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20년의 배출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를 확정한 이후 성공적인 목표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이다.올해부터 시행중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국가 배출량 중 3분의 2를 차지하는 발전·산업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해 비용은 최소하면서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부여하고, 기업들은 허용량 범위내에서 생산활동을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노력하되,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국가거래소를 통해 기업간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이다.또한 온실가스 개선사업에 투자하여 감축한 양만큼 배출권으로 상쇄가 가능하므로, 저탄소 기술개발 및 관련산업 육성은 물론 새로운 사업기회 마련으로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7%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친환경차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하이브리드자동차(CO2 배출량이 97g/km 이하인 중소형 하이브리드 차)구매보조금 지원사업이 새로 시행된다. 또한 자동차 CO2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중립-부담금으로 나누어 구매자에게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국내산업계의 부담 등을 고려하여 2021년으로 조정되어 시행할 계획이다.그리고 위와 같은 국가차원의 정책 못지않게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국민 개개인의 실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하기, 가전제품 사용 후 플러그 뽑기, 겨울철 내복 입기, 자원 재활용 등 ‘온실가스 1인 1톤 줄이기’는 한명이 실천하면 티끌에 그치지만 전국민이 실천하면 국가목표 감축량의 19% 감축이라는 태산을 이루어 낼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기업, 국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한다면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로 인한 전 지구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응한 모범적인 국가로 국제사회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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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2.02 23:02

객지에서의 한 끼, 음식에 담겨진 추억

조금은 엉뚱한 상상력이 발동했다. 연말 회사 간부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다. “혼자들 지내면 식사는 제때 챙기시나요?” 객지 생활의 어려움을 주고받던 와중이었다. 어색한 웃음들 사이로, 어디선가 “요리 솜씨만 늘었습니다.”란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서로 그 솜씨 좀 나누어 볼까요?” 혁신도시로 내려와 처음 맞는 새해, 여전히 익숙함보다는 낯선 것들이 더 많은 나날이다. 비단 본사와 함께 거처를 옮겨온 경우가 아니더라도 회사 업무의 특성상 원거리 출장자와 지방 근무자가 많아 직원들이 먹고 자는 문제가 항상 마음이 쓰이던 터였다. 무언가 활력과 공감을 불러 모을 만한 계기가 필요했다. 더욱이 이곳은 ‘맛의 고장’ 전주가 아니던가. 음식을 주제로 한 특별한 이벤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직원들 가운데 평소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숨은 식객(食客)을 찾아 나섰다. 객지 생활의 애환과 삶의 이모저모를 ‘한 끼 음식’을 통해 살피고자 했다. 음식에 담긴 사연만큼 뜨겁고 진한 것이 또 있을까 싶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다 가난했던 시절,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목구멍에 넘길 것이 없어지는 게 사람 가두는 포도청보다 더 무서운 형벌로 여겨졌었다. 가난보다 더한 배고픔의 상처. 밥은 곧 눈물이고 간절함이었다. 필자에게도 그 아픈 기억의 음식이 있다. 바로 호박죽과 찐 고구마다. 요즘은 찹쌀 새알심을 넣고 끓인 호박죽을 별미에다 건강식으로 즐기는 이들이 많지만, 퉁퉁 불은 쌀 몇 알갱이만 겨우 담긴 누런 죽을 날마다 주식으로 삼아야 했던 유년의 기억 속엔 그보다 더 쓰디쓴 약이 따로 없었다. 실제로 어느 날인가엔 속에서 받지 않는 죽을 억지로 삼키려다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욱’하고 도로 내뱉은 적도 있었다. 겨우내 한퇴기 남짓한 텃밭에서 거둔 고구마는 또 어떤가. 보리 몇 줌 넣어 지은 고구마밥은 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밥풀 묻은 고구마’라 불러야 옳았다. 쌀밥은 그야말로 언감생심. 귀한 손님이 찾아올 때만 내놓는, 집안의 마지막 체면이었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손님은 밥그릇을 다 비우지 않고 일부러 남겨두어 주인집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면 다시 “찬이 변변치 않아도 물 말아서라도 다 드시라” 권하는 것이 가난한 주인이 갖추어야 할, 남은 예의였다. 모두가 한 끼 밥에 가슴 쓸어내리던 시절의 얘기들이다. 어려웠던 옛날을 기억하자는 게 아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하며, 젊은 세대를 향해 객쩍은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음식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말해 보자는 것이다. 음식 속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길이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놓는 다리가 있다. ‘한 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겸상(兼床)의 의미는 공유협생(共有協生)과도 통한다. 식구(食口)라는 한자어도 실은 ‘밥을 같이 나누어 먹는다.’란 뜻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던가. 기왕이면 직접 만들어본 음식 이야기라면 더 좋겠다. 찌개에 담을 두부와 부침 두부를 자를 때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지, 뜨거운 물에 산 낙지를 데치는 순간의 오싹한 긴장감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살아가면서 내 입에 들어갈 음식 하나 만들어본 경험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각박하고 쓸쓸할까. 음식은 기억이고 관계다. 밥상 위에 차려진 음식은 그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들을 낳는다. 음식 속에 나의 지난날,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변하는 것은 세월이고 사람일 뿐이다. △이상권 사장은 제18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인천광역시당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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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26 23:02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 6시 50분. 해가 바뀐 뒤로는 아침마다 새해다. 눈이 많이 왔던 날 일본에서 오기로 한 하정웅 선생이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 무사히 도착했느냐는 물음에 ‘전주는 참 아름답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교통이 마비될 정도의 전주 풍경이 그의 눈에는 아름답게 비쳤던 것이다. 나중 만났을 때에 그는 웃으면서 ‘내가 살던 아키타는 하룻저녁에 3~40㎝가 내립니다. 며칠 쌓여보세요. 사람 키를 넘고 지붕을 덮습니다.’라고 말했다. 역시 그의 눈에는 전주가 참 아름답게 비쳤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한 청년작가의 개인전 오프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었다. 그 작가는 40대 중반이 되도록 혼자 작업만을 위해서 살아왔다. 그래서 작품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최고의 작가로 꼽았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그를 지탄했다. ‘…작품에서 아직 수틴이나 베이컨의 냄새가 가시지 않았고, 푸줏간 고기를 그렸다고 고기 냄새가 나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푸줏간 고기가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나는 아직 만족할 수 없습니다. 작가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뭘 말하는지 감각적으로라도 익힐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작품에서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기 시작하면 국제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데 왜 적당히 여기에서 머물려는 것입니까?’ 잔칫날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이었지만, 이 말을 벼르고 있었다. 우리는 주변의 울타리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이것을 뛰어 넘는 것부터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한다. 알람이 나를 깨웠다. 아침마다 나는 깨어나야 한다. 70이 다 되어가는 불교 선배는 토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우리 집 근처의 술집으로 나를 불러낸다. 화제는 해안스님, 강원도 오현 회주, 등산, 한정식집, 여자, 경허와 돈오돈수, 전립선 이야기 등 다양하지만, 귀결점은 늘 깨달음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한의사를 해 와서 신기한 약도 많이 만들었다. 술 먹고 속이 좋다는 그의 처방약을 먹었지만 술에 약한 나는 집에 와서 모두 토해내기도 했다. 모두 토해내기! 토해내고 좀 진통을 겪지만, 쓸모없는 것을 모두 토해낸 다음엔 개운해진다. 깨달음은 술 마시며 즐겁게 한담을 할 때에나, 속이 쓰려서 괴로울 때에나, 다 토해내고 좀 개운해지는 과정에도 늘 있었다. 아침에 해가 뜰 때에 붉게 물드는 하늘처럼, 그것은 신비롭고 아름다웠다.아침마다, 헛되지 않기 위하여, 오늘 하루를 제대로 소진하다 보면 또 한해가 가겠지…. 매일 깨어나고 매일 죽는 일의 반복, 살아 있기에 죽을 때까지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몸부림을 친다. 아침마다 제대로 죽기 위하여 산다.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겁내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죽는 일에서 배운다. 그래서 적당히 하는 법들을 익혔지만, 적당히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당히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나에게는 중용이다. 적당히 기계처럼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 아슬 하지만 최대한으로, 모자라지만 속이지 않고 진실로 대응하는 것, 그것이 중용이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적당히, 남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마는 것은 무능력이다. 미워해야 할 것과 사랑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것이 지성이다. 오늘 아침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곧 쓰레기통에 버리자. 각성은 버려질 때에 빛난다.△장석원 관장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홍콩 베니스비엔날레 참여작가 선발 심사위원, 중국예술연구원 객원교수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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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9 23:02

대통령 기자회견

취임 3년 차를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을 가진다. 모두들 회견 내용에 지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만 회견 자체만으로도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박근혜 대통령에게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불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후 지금까지 기자회견을 단 4차례 밖에 하지 않았는데, 그 중 3차례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국민 담화였다. 따라서 기자들과의 질의와 답변이 오고 가는 말 그대로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 딱 한 번뿐인 셈이다.이마저도 질문이 사전에 제출되고 여기에 맞게끔 답변이 준비되어 그저 원고만을 줄줄 읽는 맥 빠진 회견이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2년 동안 진짜다운 기자회견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난 한 해 내내 온 국민들을 몹시도 슬프게 만든 세월호 사건이나 국기를 크게 흔들었던 정윤회 씨 문건 파동 때도 박 대통령은 국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기를 거부하였다.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돌아보더라도 박 대통령의 국민들과의 불통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중 기자회견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루즈벨트 대통령으로서 재임 12년 동안 무려 881번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이는 일 년에 72.7회, 한 달에 6.1회 꼴이다. 케네디는 일 년에 평균 22.9회, 아들 부시는 26.3회, 클린턴은 24.1회, 그리고 오바마 현 대통령은 20.7회를 하였다, 기자회견을 가장 적게 한 대통령은 레이건으로 일 년에 약 6번 정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이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년 만에 첫 번째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에,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반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 취임 이후 첫해에만 노 대통령은 10번, 이 대통령은 3번의 기자회견을 한 것을 돌아보면 박 대통령의 소통 기피는 전무후무한 일이다.사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자회견을 좋아하는 대통령은 없다. 모두 기자회견을 꺼려한다.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자 회견장에서는 대통령이 의제나 메시지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기조발언은 통제할 수 있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적대적 질문을 받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미리 준비하지 못한 문제나 이슈가 튀어나오고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아 까딱하면 온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골치 아픈 기자회견보다는 자신이 의제나 메시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정치이벤트를 벌이거나,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을 골라 선별적으로 인터뷰하고, 아니면 특정 언론사에 정보를 흘리는 방식을 즐겨 사용해왔다. 국민들은 대통령과의 진솔한 소통을 간절히 원한다. 대통령과 국민을 이어주는 유일한 소통수단은 기자회견이다.그럼에도 곤혹스럽거나 비판적인 질문을 두려워해서 대통령이 국민들의 소통 열망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박 대통령이 장관이나 비서관과 대면보고와 대화를 더 많이 갖고, 기자회견은 물론이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국민들과의 대화도 자주 가졌으면 싶다. 박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통일 대박 보다 소통 대박 노력이 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고 본다.△권혁남 교수는 한국언론학회장, 전북대 사회과학대학장을 역임하고 현재 전북선거방송토론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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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12 23:02

생태환경용지는 새만금의 미래

새만금에 가면 방조제 외에 딱히 가볼데가 없어!새만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간혹 들리는 말이다. 연간 600만명에 이르는 방문객들이 새만금을 방문하지만 바다사이로 난 방조제를 차를 타고 잠시 지나치는 정도로만 새만금을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예전에 새만금은 만경강과 동진강에 이르는 하구 생태계의 보고로써,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여 많은 이동철새들,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이 터전을 이루어 살던 곳이었고,육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배출한 오염물질을 정화하던 하구 습지 생태계의 보물창고와도 같은 곳이었다.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된 후 해수유통량의 조절에 따른 노출지의 증가로 생물서식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각종 개발에 따른 오염원 유입 및 정체수역 등으로 인해 새만금은 수질오염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이에 환경부에서는 새만금 개발계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하여 새만금 생태계 재창출 및 수질오염 저감을 위해 새만금내에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2015년부터 새만금에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할 수 있게 된 것은 환경친화적인 새만금 개발에 있어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사실 개발측면에서 본다면 크게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보여 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생태환경용지가 현재 새만금 종합개발계획 용지조성사업 중 선도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이는 우선 놀라울 만큼 성숙된 우리 국민의 생태환경 의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서 수행한 생태환경용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새만금의 생태환경용지 필요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85%에 이른다는 것은 국민들이 생태환경의 가치를 매우 높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다음으로 새만금의 어떠한 개발도 방조제로 조성된 새만금 호내의 망망대해처럼 보이는 친수 공간의 건강성과 지속성을 등한시 하고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다.마지막으로 새만금에서 각 용지별로 추진되는 종합개발 계획사업의 모든 개발 방향이 생태환경용지의 계획처럼 지속가능한 발전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방조제 축조 이후 조성된 새만금호의 수질이 청정하게 관리되지 못할 경우 생명체가 사라지고 수질이 오염된 새만금에 그 누구도 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어느 산업단지도 그러한 환경에서는 번창할 수 없을 것이다.반대로 청정 새만금이야 말로 새만금다운 최고의 관광자원이요, 국제적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살고 싶어하는 곳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만금 생태환경용지는 바로 이러한 새만금의 자연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사업이다.새만금에 조성되는 전체 생태환경용지 50.21km 중 2015년에 추진하는 1단계 사업은 새만금 호내 부안군 일원에 0.81km(81ha) 규모로, 2020년까지 약 700억원을 투자하여 새만금의 생태복원, 수질정화, 생태체험?교육 등을 목적으로 조성된다.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는 새만금을 방문하는 모든 국민들이 새만금 방조제 외에도 새만금의 동식물, 깨끗한 물환경 등 새만금의 대자연을 접할 수 있는 생태환경용지를 조성함으로써 새만금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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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05 23:02

농업과 함께 키워가는 전북의 미래

유례없이 눈이 많이 내리는 12월이다. 첫눈이 소담스럽게 쌓이더니 제법 많은 눈이 연일 쏟아졌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며 지난 시간을 되짚으니 많은 생각이 스친다. 무더운 여름, 농촌진흥청은 반백 년의 역사를 끌어안고 전북혁신도시 농생명연구단지로 옮겨왔다. 열심히 뛰었지만 한 해를 마무리 할 때가 되니 또 다른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새 둥지인 전북은 우리나라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품고 있는 대표적인 쌀 주산지다. 벼농사는 전북의 농업 소득원 중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매우 중요한 산업이며, 앞으로 계속 발전시켜나가야 할 미래 핵심 산업이다. 전북의 쌀 산업은 ‘전국 고품질 브랜드 쌀 평가’에서 해마다 3개∼5개의 브랜드가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 하는 실정이다. 경기 쌀에 비해 20kg짜리 한 포대의 가격이 5000원∼7000원 가량 낮게 유통되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이런 가운데 새해부터는 우리 농업계에도 큰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지난 1995년 이래 20년간 유예해 온 쌀 관세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물량이 40만 9000톤으로, 국내 쌀 수요의 9% 수준이다. 새로운 수요 창출을 통한 소비 확산이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에 정부는 쌀 부정유통 방지 대책과 공공비축제의 안정적 운영, 쌀 가공산업 확대 등의 정책을 세워 대응에 나섰고, 농촌진흥청 역시 최고품질 품종 개발과 수입쌀 혼합 유통 방지 대책, 생산비 절감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다소 위협적인 현실이지만 탈출구는 있다. 먼저, 전북 쌀 산업의 큰 특징이자 장점은 ‘들녘별 단지화’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활용해 맞춤형 이모작 단지를 육성하면 생산·가공·유통 일원화로 생산비는 낮추고 경쟁력은 높여 품질 향상과 소득 증가를 꾀할 수 있다. 또한, 평야지에는 고품질 쌀과 맥류, 가공용 쌀과 소득 작물 등 이모작 특화단지를 키우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또 다른 특징은 ‘신동진’ 벼 단일 품종의 재배율이 42%로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기상재해, 돌발병해충의 피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늘고 있는 돌발병해충과 이상기상에 따른 저온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우량 품종의 확대 보급이 필요한 상황이다.천재적인 군략가인 제갈량은 오히려 정치가로서 더 많은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촉의 내정을 맡으면서 가장 힘을 쏟은 분야가 바로 농업이다. 남만의 계속된 침입이 식량 부족에서 기인했음을 꿰뚫고 정벌 후에는 철제 농기구를 보급해 생산력을 키웠다. 또, 북벌 중에는 군량이 부족해 퇴각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는 군대가 굶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나라의 식량을 지키는 힘은 농업인의 손에 달려 있다. ‘농업은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그저 과거에 그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제 농촌은 농사짓던 터전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도시의 팽창과 가속화된 산업화로 사람들이 점점 지쳐가면서, 건강과 여유를 동경하게 됐다. 그렇게 다시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농촌진흥청이, 그리고 전북이 함께 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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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9 23:02

공감 능력 기를 수 있는 교육

언제부턴가 우리는 ‘공감’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게 되었다. 우리사회의 공감능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감은 인간생존의 기초이고,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공감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우리 사회는 SF영화에서나 보던 감정이 사라진 무자비한 고도물질사회가 되거나, 점차 퇴보해가다 원시사회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지만, 공감 없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 사회적 지능은 다른 사람, 다른 존재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이고, 다른 말로 서로 공감한다는 것이다.헬렌 켈러 이야기 중에 아주 유명한 일화가 있다. 두 살 때 귀와 눈이 멀게 된 헬렌은 어느 날 우물가에서 인생을 바꾸어 놓을 만큼 새롭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스승인 셜리번은 그때의 경험을 한 편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우리는 펌프로 갔다. 나는 펌프질을 하며 헬렌에게 컵을 아래쪽에 대게 했다. 찬물을 길어 컵을 채웠을 때, 헬렌이 내민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썼다. 손바닥 위로 떨어져 흐르는 물의 차가운 느낌과 직접 연관된 물이라는 단어가 아이를 놀라게 한 모양이다. 아이는 컵을 내려놓고 뿌리박힌 듯 우뚝 서 있었다. 아이는 물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 그리고는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어 펌프와 울타리에 대해서 물었다. 다음에는 몸을 돌려 내 이름을 물었다.”살아있는 체험과 공감이 가지는 확장력에 대해 이 보다 더 좋은 예시는 없을 것이다. 요즘 창조경제를 짊어질 창조적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이와 함께 창의와 혁신이 대학교육에 있어서도 최고덕목이 되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창조적 인재란 실용성과 유용성을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에 문화를 접목시킬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문화란 무엇인가. 예술, 문학, 정치, 법, 경제 등 사람이 만든 것은 무엇이든 문화가 된다.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를 소비하는 모든 행위가 소통이고 공감이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 모든 존재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불우한 이웃에 대한 사랑은 불우한 삶에 대한 공감을 전제로 하고, 위대한 예술에 대한 사랑은 근원적 삶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되며, 자연에 대한 각성은 존재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된다. 헬렌 켈러가 우물가에서 경험했던 것 같은 존재에 대한 낯설고도 강렬한 공감의 순간은 한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변곡점이 된다. 현 교육 시스템에는 이런 요소가 부족하다. 우리 사회에 잠재된 공감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공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정교하고 우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양을 쌓고 상식을 늘이는 인문교육이 아니라, 여러 부문에 걸친 융합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타자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고 상생할 줄 아는 공감능력을 기르는 확장된 인문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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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22 23:02

줄줄이 새어나가는 에너지를 주시하며

여산재(餘山齋)의 새벽, 별이 유난히도 밝게 반짝였다. 오늘도 일상대로 새벽에 일어나 씻고 메일부터 검색 했다. 아래층 다실로 내려가 침향을 피우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선 음악을 들으며 어제 치른 금혼(金婚)을 겸한 수필집 <새벽, 그 살구빛 하늘을 열며> 출판기념 행사를 돌이켜 봤다. 어려운 걸음을 해주신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장관, 이강근 주임교수 최복규 수석부장판사, 송하진 지사, 박성일 군수를 비롯한 귀한 문학인 선배, 동료들 그리고 후배들, 각계 기관장의 심심한 축하의 뜻을 반추해보는 시간이었다. 산속이라 6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는다. 어둠을 가르며 가로등을 따라 대아저수지 방향으로 나갔다. 300년 지난 느티나무 밑에서 1163호 대형 버스를 만났다. 모래내 시장을 경유하여 학동마을까지 들어오는 시내버스다. 헌데 승객이 한 분도 안보였다. 다시 5분쯤을 걸었을까. 학동종점을 찍고 돌아 나오는 시내버스를 만났다. 여전히 승객은 기사 혼자였다. 이른 새벽부터 돈 들여 기름을 낭비하는 일이 내심 안타갑기 작이 없었다. 집집마다 실내온도를 낮추고 한 등 전기 끄기 운동을 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상가에서도 문을 닫고 냉난방하기요, 기업체들은 예산절감의 일환으로 사무실도 서늘하고 넓은 공장안은 더욱 차갑다. 승용차들까지 카풀제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인데 승객이 하나도 없이 빈차로 산골오지 마을까지 버스가 운행을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어불성설이다. 기름 한 방울 캐내지 못하는 대한민국이다. 한해 석유 수입량이 8억 배럴인 바, 석유수입국으로 세계에서 4위를 마크한 실정이다. 정부와 경제계, 시민단체들은 ‘에너지 절약실천 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에너지 절약형 기풍을 사회적으로 확산키 위함이다.석유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불가결한 물질이다. 발전소를 비롯한 산업체, 자동차와 선박, 의류 생활 도구까지 어느 한 가지 석유가 없이는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 향후 40년을 이대로 더 캐내면 지구상에 석유매장량이 고갈된다는 학계의 보고다. ‘세계의 유가를 뒤흔든 셰일가스 혁명’, 요즘 미국에서 뽑아내는 셰일 가스는 고운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셰일) 속을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가다가 다시 관을 수평으로 굴삭을 하여 물과 모래, 화학 약품을 혼합하여 고압으로 뿜어 셰일을 부순 뒤 어렵게 가스오일을 추출해낸다. 그러니 자연히 셰일가스 가격이 높을 수 밖에다. 요즘의 유가안정은 셰일가스가 카버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석유수출국 기구(OPEC)가 참다못해 미국 셰일에너지 회사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가격전쟁’에 돌입했다. 대형 고속버스가 전주와 서울, 각 지방에서도 서울을 향해 운행하고 또 지방간에도 수없이 사람을 태우고 다닌다. 그런데 승객은 몇 분 없이 거의가 텅 비다시피 오가는 버스들이 많다. 버스는 ‘풀제로 운영’하면 안 될까를 생각해 본다. 운수회사마다 각각 회사명을 달고 운행하지만 순서에 맞춰 대기하고 있다. 만석이 되면 출발하는 시스템을 적용하여 시간을 기다리지 말고, 만석이 이루어지면 이내 출발할 수 있다면 현재의 운행버스 3~40%만 운행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늦었지만 전주시와 완주군이 전주·완주간의 시내버스 요금을 단일화하고 지간선제 노선개편을 시행하고 협약을 하게 된 것을 환영한다. 시·군 지방정부가 버스회사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시골이나 산골마을의 버스를 이용해야하는 주민들에게 지원해주고 마을자치제로 운영하도록 제도화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리라고 생각한다. 승용차거나 승합차로 승객 수에 적정하게 운행하여 큰 도로까지 주민의 편리를 도모해주는 방법을 취하면 어떨까? 이런저런 나름의 궁리가 퍽도 만만(漫漫)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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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15 23:02

고수와 하수

우리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수(高手)라고 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하수(下手)라고 한다. 그러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뭘까? 아마 가장 큰 차이는 통찰력의 차이일 것이다. 축구에서 하수는 공만 따라다닌다. 그러면 공 한 번 차보기 어렵다. 그러나 고수는 공이 어디로 올지 예측하고 미리 가 있다가 공을 잡는다. 바둑에서도 고수는 하수보다 미리 몇 수를 더 내다보고 바둑을 둔다. 기업운영에서도 하수는 남들이 성공한 분야를 뒤 따라다닌다. 그러나 고수는 유망한 분야를 예측하고 미리 그곳에 투자한다.그렇다면 인생에서는 어떨까?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 무리하다가 어려운 병에 걸린다. 그래서 이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다 날린다. 결국, 오랜 시간 고생하고도 남는 것은 상한 몸뿐이다. 어떤 사람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 불법을 행하다가 법의 심판을 받는다. 왜 이렇게 되는가? 몸을 무리하게 쓰면 건강을 잃게 된다는 통찰력이 없고, 법을 어기면 심판을 받게 된다는 통찰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이런 것을 몰라서 하수가 될까? 몸을 무리하게 쓰면 건강을 잃는다는 것을 모를까? 아니다. 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을 못 하는 것이다. 왜 생각하지 못할까? 욕심 때문이다. 욕심은 통찰력을 잃게 만든다.오래전 미국에서 미시시피 강을 건너오던 배가 갑자기 파선되었다. 강가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급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배가 물에 잠길 때까지 배에 머물러 있었다. 강가의 사람들은 빨리 물에 뛰어들라고 소리쳤다. 그 사람은 배가 침몰하기 직전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그 사람의 시신을 건져보니 그는 허리의 전대에 황금을 잔뜩 넣고 있었다. 금광에서 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사람은 몸에 그렇게 무거운 것을 지니고 있으면 물 위로 뜰 수 없다는 것을 몰랐을까?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다만 그 순간 황금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 사실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고수와 하수는 기술에도 차이가 있지만, 더 중요한 차이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의 차이이다. 보통 통찰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전한다. 그래서 많이 공부하고, 훈련하고, 연구하고, 경험한 사람이 고수가 된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욕심에 사로잡히면 순식간에 통찰력을 잃고 하수가 된다.어떻게 하면 욕심에 빠져 하수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을까? 하수의 길은 쉽고 고수의 길은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세상에 손쉽게 고수가 될 수 있는 분야가 어디 있는가? 고수의 길은 모두 험난하다. 많은 노력과 시간을 바친 사람이 고수가 된다. 쉽게 고수가 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통찰력 없는 하수의 모습이다.나쁜 식재료를 사용하여 손쉽게 돈을 벌려고 하면 하수이다. 망하거나 감옥에 간다. 인기영합주의로 손쉽게 당선되려고 하면 하수가 된다. 국민의 버림을 받거나 만고의 역적이 된다. 부정행위로 손쉽게 좋은 성적을 얻으려고 하면 하수가 된다. 실력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쇠퇴한다. 당장 수익이 높지 않아도 꾸준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요식업자,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바른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밤을 새우며 꾸준히 공부하는 학생, 이런 사람만이 진정으로 세상에 유익을 끼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고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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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8 23:02

편견을 깨면 농촌의 내일이 보인다

한겨울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에는 산천어가 없고, 간고등어로 유명한 안동은 바다가 없는 내륙지역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축제이기도 한 산천어 축제는 청정 지역에만 사는 산천어를 매개로 화천을 맑고 깨끗한 지역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또, 장거리 이동 중 변질을 막기 위해 소금을 친 고등어는 맛을 차별화함으로써 이젠 전 세계로 수출하는 상품이 됐다.조금 달리 생각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 수능을 앞두고 ‘떨어지는’ 것에 민감한 학생과 부모들은 낙지와 죽을 멀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거꾸로 이 둘을 조합한 ‘불낙죽(不落粥)’이 합격 상품으로 거듭났다. ‘떨어지지 않는 죽’이라는 의미를 더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만 세상의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것을 바라보는 시각을 약간만 달리해도 많은 것이 바뀐다.“땅에서 무언가가 ‘톡’ 튀어나오는 것을 보는 순간이 가장 아름다웠다.”귀농한 미국의 프로풋볼(NFL) 선수 제이슨 브라운의 말이다. 실력 있는 센터로 손꼽히던 그는 2009년 405억 원의 계약을 포기하고 경기장을 떠났다. 농사를 지어 굶주리는 고향 사람들을 돕겠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뉴스에 등장한 그는 유니폼 대신 작업복 차림으로 트랙터를 몰고 있었다. 이웃과 단체에 나눠주기 위해 농사를 짓는 그의 얼굴은 행복 그 자체였다.물론, 이 훈훈한 소식에 감동보다 먼저 ‘엄청난 계약금’을 포기했다는 데 놀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농사짓는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을 가졌을 수도 있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을 걷기로 한 그의 용기가 그래서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어느 날, 자녀가 농사를 짓겠다는 선전포고를 한다면 부모는 가장 먼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고개부터 갸우뚱할 것이다.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에 대해 머리로는 끄덕이지만 가슴으로는 갈등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성세대인 부모에게 농사는 ‘사계절 몸으로 힘들게 땅을 일궈 소득을 내는 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노동’이라는 인식이 깔렸기 때문일 것이다.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농업도 기계화, 현대화, 규모화의 길을 따르면서 몸이 고단한 농업은 옛이야기가 됐다.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귀농, 귀촌하는 인구도 해마다 늘고 있다. 또, 농사를 지으면 도시에 사는 것보다 소득이 낮을 것이라는 고정관념 역시 깨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통계(2013)에 따르면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2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은 주로 시설채소나 특용작물 재배로 스마트 농업을 실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농촌을 위한 희망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촌은 달라지고 있고 농업은 더 많이 나아지고 있다. 농사지을 사람, 짓지 못할 사람이 정해진 건 아니다. 소중한 농업을 지키고 미래 산업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편견을 깰 젊은이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 용기가 필요하다. 힘든 일, 돈 못 버는 일이라는 스스로의 ‘유리천장’부터 깨야 한다. 아직 가지 않은 길에 먼저 발자국을 남기려는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은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이다. 농업 강국 실현은 이들의 손에 매여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농업이라는 밭에 꿈을 뿌리고 희망을 거둔다. 그 중심에 전북이 설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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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2.01 23:02

상생과 조화로 가는 길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세계화는 한동안 세계를 바라보는 유일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세계화(Globalism) 조류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으면서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방화(Glocalism)가 거론된 지 오래다.세계화가 강대국 중심인 일국주의(一國主義)였다면, 세방화는 다국중심주의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리즘이 글로벌스탠다드라는 획일적 기준을 강요한다면, 글로컬리즘은 지역과 개인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상생과 조화의 세계관이다. 물론 글로벌리즘에도 장점이 많다. 세계문화의 전 지구적 공유, 빠른 혁신과 변화, 효율성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노동 및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정치적 영향력이 국경을 넘나들다보니 세계가 강대국 중심으로 흐르게 되면서 인류의 핵심가치가 시장문화 위에 서게 되었다. 우리는 이미 다국적 기업의 가공할 힘을 경험했다. 또한 다국적 NGO들의 배타적 영향력도 경험했다. 전 세계가 은밀하게 끊임없이 경쟁하기를 부추기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경쟁자로 여기게 되었다.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란 작품이 있다. 앨리스가 거울나라에서 만난 붉은 머리 여왕은 항상 “더 빨리!다른 생각 말아!”를 외친다. “보다시피 여기에서는 계속 같은 자리에 있으려면 달려야 해. 만일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면 그것보다 적어도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지.” 붉은 머리 여왕이 앨리스에게 외치던 말을 생각하면 앨리스가 있던 그 이상한 나라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전율을 느끼게 된다. 왜 달리는지도 모르고 계속 달려야만 했던 앨리스와 끊임없이 혁신, 성장, 발전을 외쳐야 하는 우리 사이에 별반 차이가 없다.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생물체가 생태계 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열심히 변화를 가져보지만, 생태계 역시 같이 변화하기 때문에 결국은 제 자리에 머무는 것처럼 되는 현상이다. 레드퀸은 한정된 파이 위에서 자신의 몫을 늘이기 위해 모두가 라이벌이 되어야 하는 핏물 가득한 레드오션에 산다. 레드오션은 누군가가 잃어야만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얻는 합계 제로의 섬이다. ‘세계=레드오션’이라는 글로벌리즘이 초래한 획일적 독재성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세방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며 공존을 추구하는 깊고 푸른 블루오션, 그것이 바로 글로컬리즘이다. 수많은 국가, 인종, 문화가 넘나드는 소통의 길이다. 세계화라는 획일적 영향력 아래에서 시장문화를 추종하다 보면 인간의 본질적 가치가 왜곡되고 변질될 우려가 있다. 인간이 소외되는 것이 글로벌리즘의 맹점이다. 세계가 지속가능한 풍요나 평화를 필요로 하다면 상호존중의 가치에 바탕을 둔 글로컬리즘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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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24 23:02

선비문화 체험

경상북도 안동시 선비문화 수련원은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을 기리기 위해 2001년 11월에 설립한 곳이다. 수련원에서 1박 2일 체험했다. 450년 전 퇴계 선생께서 서원으로 출퇴근하던 고갯길을 걸어 서원에 당도하니 입구에 학문과 교육이 융성한 지역이라는 의미의 추로지향(鄒魯之鄕) 기념비가 세워졌고, 처음으로 지방에서 과거시험을 치렀다는 유적 시사단(試士壇)이 보였다.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李滉 1501~1570) 선생이 계상서당에서 서거한 4년 뒤 1574년에 세웠다. 선조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석봉(石棒) 한호(韓濩)가 쓴 ‘도산서원’의 편액이 걸려있다. 영남유림의 중추적 역할을 한 곳이다. 도산서당(陶山書堂) 가운데 방 완락재(玩樂齋)와 마루인 암서헌(巖栖軒)이 있고 서당 앞 네모난 연못 정우당(淨友塘)과 퇴계 선생이 직접 파서 제자들과 함께 마셨다는 몽천(蒙泉)이 있다 도산서원 상덕사(尙德祠)에서의 알묘례(謁廟禮)집전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선비의 삶 그 현장 16대 종손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방문객에게 ‘의재정아(義在正我)라는 4자 성어 한 점씩을 들려 보내며 선생의 가르침을 전해주려는 팔순이 넘은 퇴계 가(家) 종손의 삶이야말로 자신보다는 타인을 우선하는 경(敬)에 입각하여 사셨던 퇴계의 모습 그대로였다.선비라 하면 자신에 엄격하고(薄己)/ 남에게 인자하며(厚人)/ 부모에게 효도하며(孝)/ 나라와 사회에 공헌하고(忠)/ 지식을 사랑하는 사람(好學), 다시 말해 우리 전통사회의 진정한 지도자를 말한다. ‘퇴계 선생의 선비정신과 행복한 삶’을 이어가는 김병일 이사장은 “당신처럼 살면 안 된다.”는 것을 알리고자 이곳에 왔다며 낮은 자세로 본인소개를 한다. 퇴계 이황(李滉)선생의 묘소 옆에 새워진 나지막한 비석에는 관직이 없고,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고 간결하게 적혀있다. 이는 선생의 유명(遺命)을 따른 것이다. 선생께서 손수 지은 자명과 제자인 고봉 기대승이 지은 묘갈명이 뒷면에 새겨 있다. 하계마을은 진성 이 씨 퇴계 선생 후손들의 집성촌이다. 도산서원을 비롯하여 퇴계 종택, 묘소, 이육사 생가 터 등 마을을 중심으로 각종 문화재와 함께 전통 고가옥이 어우러져 있는 마을이며 3대에 걸쳐 25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시킨 독립운동의 성지이자 15명의 조선조 문과 급제자를 배출시킨 가문을 비롯하여 선비정신의산실로 평가되는 한국 유일의 집성촌이다. 민족시인 이육사(李陸史 1904~1944)는 퇴계 선생의 14대 후손으로 아호인 육사(陸史)는 대구형무소 수감번호 264에서 취음한 것이다. 1944년 1월 16일 북경감옥에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이론 중심의 당위론적 가르침보다 일상의 실천적 삶에 대한 존경심이 일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주향백리(酒香白里)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는 말이 있듯이 퇴계 선생의 아름다운 삶 역시 시공을 훌쩍 뛰어넘어 50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러서도 많은 후세인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30년 넘도록 공직에 머물면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내신 김병일 이사장도 도산선생의 소원 선인다(善人多)를 이어내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것인가. 현대사회에서 보기 드문 선비인 성싶었다. 그의 집필인 ‘퇴계처럼’이란 〈글 항아리〉 속에는 그가 현대판 선비인 면면이 더욱 부각되어 있었다. 나에게는 참 좋은, 최고의 수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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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7 23:02

생사의 문제, 선악의 문제

이순신 장군은 항상 우리 민족의 존경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영화 ‘명량’을 통해 그 존경심이 더욱 커진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이순신 장군을 그렇게 존경할까? 영화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순신 장군의 어록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나는 의리를 위해 싸운다. 장수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 중에는 픽션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것은 틀림없다.이런 명언을 쏟아낸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가진 분인가? 이 세 가지 말은 모두 하나의 인생관을 보여준다. 그것은 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로 그 10배가 넘는 적군과 싸운다. 누가 봐도 이길 수 없는 전투를 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려는 의리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은 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인 것이다.이순신 장군의 생각은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必死則生 必生則死)라는 말에 가장 잘 담겨있다. 여기서 죽으려고 하면 산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죽으려고 한다는 것인가? 의를 위해서 죽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말에는 목숨보다 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생관이 들어 있다. 반면에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말은 목숨을 위해 의를 버리면 오히려 죽는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악을 행하는 것보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선을 행해야 한다고 믿은 것이다. 결국, 이순신 장군의 인생관은 생사의 문제보다 선악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신이다. 우리가 이순신 장군을 최고의 리더로 존경하는 이유도 바로 이순신 장군의 이런 정신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생사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지.” 생사의 문제라면 안 되겠지만, 생사의 문제가 아니니까 괜찮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렇게 생사의 문제에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 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한다. 필생즉사가 바로 이런 뜻이다. 우리는 오히려 선악의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손해가 되더라도 악을 버리고 선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래야 산다. 필사즉생이 바로 이런 뜻이다.이순신 장군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 사람이 일제강점기 때 친일파가 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살기 위해 친일파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지금 말할 수 없이 비천해지고 말았다. 생사의 문제에 매달려 어떻게든지 살려고 했더니 오히려 죽은 것이다. 불량식품을 파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망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다. 생사의 문제에 매달려 불량식품을 팔다가 자신과 이웃이 함께 망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자기가 망하지 않으려고 부정선거를 하고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자기가 사는가, 나라가 사는가?우리는 지금 생사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착각 속에 빠져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선악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우리가 선과 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을 내 삶의 기준으로 삼으면 나도 살고 나라도 살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에게서 배워야 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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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10 23:02

ICT로 본 농업의 미래

최근 일본에서는 원격농장이 큰 인기를 얻었다. 컴퓨터 영상을 보며 게임을 하듯 채소를 키우는 것이다. 원하는 종자를 구입(약 1㎡ 당 월 500엔)하면 농장 직원이 작물 재배를 시작한다. 재배 상황은 영상으로 전달되고 수확한 후 택배로 배달까지 되는 시스템이다. 또한, 농장 직원 대부분은 고령자로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농부인 듯 농부는 아닌,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색다른 재미에 푹 빠졌다. 땅 한 번 밟지 않는 ‘온라인 농부’인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주에서는 과일을 12등급으로 감지해 어느 정도 익었는지 파악해 멀리 있는 주인에게 전달하는 로봇도 있다. 위성항법장치(GPS), 온도센서, 레이더 등 첨단 장비를 장착해 과수원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전송한다. 때에 따라 직접 비료나 물을 주기도 한다. 최근 농업 현장의 변화는 빠르고 놀랍다. 사람의 일로만 여기던 것들을 점차 인터넷과 로봇, 위성 등이 대신하고 있다. ‘그게 가능해?’라며 갸우뚱하던 이들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첨단 기술 덕분이다. 이렇게 농업의 형태가 바뀌는 모습을 세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농업 혁명’이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우리나라도 ICT와 농업의 융합, 그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농촌진흥청의 ‘스마트 팜(smart farm)’이다. 빛과 공간, 물주기의 제약을 극복해 지하나 실내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실내농장시스템으로, 생산력은 높이고 노동력은 낮췄다.친환경 LED와 태양광 자연채광 조명 시스템을 이용하고, 공기 중의 수분을 모아 스스로 물을 공급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원격 모니터링을 할 수 있어 빛의 양, 온도, 습도 등을 자동 또는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지난 10월 10일, 세종시에서는 ‘창조마을’시범사업 출범식이 열렸다. ‘창조마을’은 기존의 농업에 ICT 등을 접목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해 생산성과 경쟁력 강화를 꾀함과 동시에 교육과 복지 수준을 높인 살기 좋은 농촌마을이다.‘스마트 팜’은 물론, 농산물의 생산부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스마트 로컬푸드시스템’은 ‘창조마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결합으로 소규모 농가와 고령 농가의 참여도 활발해질 것이다. 게다가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 러닝(smart learning)’까지 더한다면 전에 없던 농촌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전북도‘스마트 농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북의 농가 수는 10만 6000여 가구로 총 가구 대비 15.4%에 이른다. 전국 평균인 6.4%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며, 전업 농가의 비중도 57.8%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농촌진흥청은 전북 혁신도시에서 기술과 정보를 결합한 첨단농업을 이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농생명 연구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 개발과 보급에 주력하며, 부족한 농업 인력을 대신할 과학 영농 실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농업 강소국 네덜란드, 사막을 일군 이스라엘의 기적이 눈앞에 있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힘은 첨단 산업에 있다.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 좋은 농작물 생산으로 우리 농업이 나라를 이끌 미래 성장 산업으로 도약하는 그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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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1.03 23:02

좋은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

21세기, 그 중에서도 전반기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격동기라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세계문명의 힘의 축이 동아시아로 서서히 이동하면서 세계질서가 개편되고 있는 조짐이 매우 많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이언 모리스 교수는 21세기를 “서양에서 동양으로 힘의 축이 이동하는 시기”라면서 “앞으로의 40년이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하였다. 또한 ‘메가트랜드’를 쓴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세계질서는 서구 중심에서 아시아 중심으로 진화”하는 거대한 조류 속에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반도국가이자 분단국가이다. 반도국가, 분단국가라는 말이 듣기에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우리 민족의 한계이자 가능성이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 있는 나라로 이탈리아가 있다. 로마가 이탈리아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로마시로 출발해서 세계최강의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역사는 ‘관용정신’에서 찾고 있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패자조차 자기들에게 동화시키는 방식만큼 로마의 제국화에 이바지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용정책 덕에 이민족을 차별하지 않는 로마가 ‘기회의 땅’이 되었고, 세계의 주민들이 자진해서 로마의 시민이 되고자 했다. 21세기를 준비하는 대한민국에 가장 필요한 정신이 바로 이 관용의 정신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인접국가 한·중·일은 감정적·역사적 이견으로 이해의 충돌이 심하다. 정말이지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흔히들 반도국가 민족은 열정적이고 진취적이라는 통념이 있다. 춤과 노래를 즐 매사에 다이내믹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생각해보면 근거 없는 말은 아닌 듯싶다. 지나치게 열정적이다 보니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동류의식이 생겨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차별의식이 많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 지역감정이다. 지역감정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미숙한 역사의식과 만나게 된다. 이 미숙한 역사관이 유전처럼 이어져 오고 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우리민족이 21세기 세계의 축이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할 일도 바로 이 분파의식이다. 폐허 속에서 세계 최단기간에 일어선 우리 민족을 외국 언론에서는 ‘자신들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지 모르는 민족’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관용정신’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능력’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다르다는 것은 풍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바라보지 않고, 다름을 잘못됨으로 왜곡한다. 우리는 머잖아 통일한국도 대비해야한다. 통일한국이 되면 지금의 지역감정에 남북감정이라는 또 하나의 분리의식을 더하게 될 것이다. 사분오열된 분리의식이 더 갈래를 친다면 통일한국에 건강한 미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변화의 시대다. 이 조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의 능력’을 우리 안에서부터 꽃피워 통합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져야만 대한민국이 21세기 세계의 축이 될 수 있는 건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 좋은 미래를 준비하는 첫걸음은 우리 안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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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27 23:02

전라감영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서울을 중심으로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8도로 나누어 각각 감영을 설치했다. 전라감영은 전주성내 중앙동에 옛 도청사와 경찰청자리에 설치하고 지금의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호남지역을 감사가 총괄하는 행정기관이었다. 전라감영은 포정문布政門, 선화당宣化堂, 연신당燕申堂, 내아, 관풍각, 내삼문 등 40여 채의 웅장한 규모를 갖추었고 행정의 중심지로서뿐 아니라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자치기구인 집강소의 총본부인 대도소大都所가 설치된 자리로도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 이렇듯 전주는 1395년부터 1895년까지 500년 동안 전라도 전체를 다스리는 관찰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총체적인 문화의 중심지가 바로 전주 중앙동에 위치했던 전라감영이었다. 전라감영이 자취를 감추고 자료마저 대부분 소멸消滅되고, 보존하지 못한 애석함이 너무도 크다. 조선말의 전주모습을 담은 고지도가 아직 남아있고, 전라감사의 집무처인 선화당의 사진이 구술기록과 함께 전해오고 있으니 국가기록원의 배치도면을 면밀하게 살펴서 복원자료로 활용함 직하다. 그리만 한다면 그나마 얼마나 고마운 노릇이겠는가. 일찍이 풍수와 지상가地相家들이 전주를 행주형行舟形이라며 많은 사람과 재물을 한 배 가득 싣고 계류하고 있는 형상이라 설파했다. 상제님께서도 군산이 세계 물류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군창(群倉-군산)이 천하의 곳간이 될 것 이니라.”라고 예언했다.이 땅에 군창(군산)이 있으니 천하를 비우게 하지 아니 하리라. 왜국과 청국이 멀고 서양은 더욱 머나 저곳은 텅 비고 이곳은 가득 차리라. “군창群倉이 천하의 큰 곳간이 될 것이니라.”라는 뜻이다.당시 전주는 한양 평양 다음으로 번성하였으니 예언대로 조선의 3대 도시 중 하나였다. 늦었지만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전라감영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당시의 건축문화와 가치관을 되살려야 한다. 과거 찬란했던 문화와 행적을 재현하여 이 고장의 역사를 똑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요즈음 인산인해를 이루는 한옥마을도 연계하고 객사와 연지공원, 건지산, 산성, 치명자산까지를 포함한 벨트를 조성하여 관광콘텐츠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구도심도 살아나고 관광산업도 육성시킬 수가 있다. ‘삼락농정’ 미래의 경제동력 ‘새만금’을 풀가동하여 떠내려가는 뱃머리를 다시금 전주성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단단히 붙들어 매야한다.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여 영화롭던 3대 도시의 옛 성세가 복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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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20 23:02

성공한 인생과 건강한 인생

처칠이 이런 말을 했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는 것이다. 그러나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다. 더더욱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누가 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명언이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우리에게 더 익숙한 말이 있다. 돈을 잃는 것은 적게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이 말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이 세상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성공을 위해서는 우리의 강점을 강화하는 게 좋을까, 약점을 보완하는 게 좋을까? 수학을 잘하고 음악을 못하는 사람이 성공하려면 수학을 더 잘해서 수학의 전문가가 되는 게 좋을까, 음악을 보완해서 수학과 음악을 모두 어느 정도 잘하는 게 좋을까? 수학에 집중해서 수학의 대가가 되는 게 좋다. 성공을 위해서는 강점에 집중해서 한 가지에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게 유리하다.건강을 위해서는 어떨까? 폐가 튼튼하고 신장이 약하다면 폐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게 좋을까, 신장을 치료하는 게 좋을까? 신장을 치료하는 게 좋다. 사람은 몸의 다른 곳이 모두 건강해도 한 곳만 약하면 건강하지 않은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는 몸의 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몸의 건강만 그런 게 아니다. 인생의 건강도 그렇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몸이 필요하듯이 건강한 인생도 필요하다. 건강한 인생은 어떤 것인가? 자신의 양심에 거리끼지 않는 인생이 건강한 인생이다. 이웃에게 욕을 먹지 않는 인생이 건강한 인생이다. 악하게 살지 않고 선하게 사는 인생이 건강한 인생이다.건강한 인생은 실력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부도덕한 생활을 하면 건강한 인생이 아니다. 세상에서 성공해도 가족들의 원망을 받고 있다면 건강한 인생이 아니다. 건강한 인생은 선하게 살며 이웃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생이다. 돈이나 명예보다 몸의 건강이 더 중요하듯이 인생의 건강도 돈이나 명예보다 더 중요하다. 노벨상을 받아도 이웃으로부터 야비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건강한 인생도 아니고 행복한 인생도 아니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지만 그보다 선하고 건강한 인생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건강한 인생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의 선한 모습을 더 강화해야 하는가, 나의 악한 모습을 고쳐야 하는가? 내가 가족들을 사랑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데 직장에서 근로자를 착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건강한 인생이 되는가? 가정을 더 사랑해야 하는가, 근로자 착취를 그쳐야 하는가? 착취를 그쳐야 한다. 건강한 인생이 되려면 친구들과 더 친해지는 게 아니라 나와 척을 진 사람과 화해해야 한다. 건강한 인생이 되려면 내 인생의 밝은 모습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악하고 어두운 모습을 고쳐야 한다. 그럴 때 인생이 더 건강하고 가치 있고 행복해진다.우리가 성공하려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권력자와 더 가까워져야 한다. 그러나 건강하고 행복해지려면 몸의 병든 부분을 고쳐야 하고, 악한 모습을 선하게 고쳐야 하고, 어려운 이웃을 가까이 하며 도와줘야 한다. 우리 모두가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먼저 건강한 인생을 이루고 그 위에 실력을 갖춰 성공의 길을 갈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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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13 23:02

미래 성장산업으로의 농업

가을비가 지나니 아침 공기가 제법 쌀쌀해졌다. 숨 막히는 폭염을 지나 마른 장마, 가을 장마까지 먼 길을 돌아 만난 맑고 높은 하늘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무덥던 7월의 모퉁이에서 농촌진흥청이 새 집으로 옮아온 지 두 달이 좀 지났다. 많은 것을 꽃 피운 파릇파릇한 봄 같았던 수원시대를 마무리 하고 새 터를 돋워 오천년 전통의 농도인 전라북도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농촌진흥청 반백년 역사가 여무는 가을, 전북시대를 열었다.모든 것이 새롭고 설레는 요즘이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늘 농업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농업은 위기를 극복하는 튼튼한 뿌리가 된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시작은 농업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난 50년이 그랬고, 세계의 많은 나라가 그 길을 걸었다.우리 농업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땅을 일궈 성장했다. ‘쌀 한 톨에는 농부의 땀 72방울이 맺힌다.’는 어르신들의 옛말은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요즘 많은 이들이 농업의 어려움을 꼬집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선진국이나 유명 투자가, 미래학자들의 시각은 좀 다르다. 이들은 외려 인구 증가와 바이오에너지의 수요 증가,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공급의 불안전성 등을 근거로 농업을 강력한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는다. 특히, 고령화와 소득이 많은 독신가구 증가에 따른 고부가 기능성 식품, 가공 식품 등 식품 시장의 비약적인 발전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약용작물과 버섯, 장기 생산을 위한 동물 개발 등 농생명자원에서 얻는 천연 식의약소재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식물공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따라서, 앞으로의 농업은 안정적인 식량 생산과 소비자의 건강, 의료 등 새로운 시장 형성은 물론, 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대될 것이다.이에 앞서 농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관련 기술의 융합?복합을 비롯한 과학적 진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불어 이것이 곧 미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것이다.먼저, 농업과 과학기술이 만난 ‘스마트 농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기술을 통한 정밀 농업이 가능해지면 생산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해 미래의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다.이어, 세계 각국의 시장 개방에 따라 농식품의 수출 확대와 다변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품질 좋은 농산물을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국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안전성 관리와 장기 유통 중 신선도 관리 기술에도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농업과 농촌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환경, 경관 등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6차 산업 모델을 개발하고, 도시민의 ‘치유’를 위해 식물을 이용한 도시농업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시대의 변화에 따라 식량이 나라의 힘을 보여주는 지표이자 무기가 되는 세상이다. 온 나라의 눈과 귀가 이곳, 농촌진흥청을 향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식량 안보라는 궁극의 목표를 좇아온 농촌진흥청은 그래서 더 갈 길이 바쁘다.이제 우린 농업이 자원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마부작침(磨斧作針)’의 각오로 뛰어들면 못할 일이 없다. 미래의 농업이라는 새로운 장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그 중심에서 전라북도의 역할을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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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10.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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