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06 15:14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바래봉 철쭉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에 일출을 보러 오세요/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망연자실 아무나 오지 마시구…이원규(李元揆)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싯귀(詩句)의 첫 머리이다. 굳이 천왕봉의 해돋이 뿐만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지리산이라면 가슴부터 설레이게 하는 어머니 품안 같은 산이다. 그 자락이 길고 깊고 넓어서 사계절 어느 한 봉우리마다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지 않는 곳이 없다.지리산은 천왕봉 말고도 노고단의 구름바다, 반야봉의 저녁 노을, 피아골의 단풍이 모두 절경이다. 또 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꽃의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장터목과 세석평전, 가깝게는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는 마치 꽃방석을 펼쳐 놓은 듯 산자락을 붉게 수놓아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는다. 그중에서도 바래봉 철쭉은 색깔이나 군락형태로 보아 전국에서 으뜸이다.해마다 5월이면 세석평전과 함께 철쭉제가 이 바래봉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시즌동안 대략 70만명 이상의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남원시가 철쭉을 시의 꽃(市花)으로 지정하고 봄철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철쭉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쭉 군락지가 훼손되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운봉 면양목장의 초지였던터라 이를 관리하는 축산기술연구소측에서 이곳에 초지를 확대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군락지 가운데 수천평이 뽑혀져 나갔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남원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20여억원을 들여 진입로 개설, 주차장 공원화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이처럼 행정기관끼리도 손발이 안맞아서야 어찌 되겠는가. 자연이 주는 귀중한 관광자원이 축산진흥이라는 명목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비극만은 막아야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9 23:02

[오목대] 同工異曲

동공이곡(同工異曲)라는 말은 글을 짓는 방법의 교묘함에 있어서는 옛날의 문장과 전혀 똑같은데 그 홍취가 다르다는 뜻으로 원래 칭찬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칭찬하는 말로는 사용되지 않는다.‘표면은 다른데 내용이 똑같다’는 뜻으로, 경멸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이는 중국 한유(韓愈)의‘ 진학해(進學解)’에 있는 말이다. 시문을 지음에서는 ‘같은 것 같기도 하면서 흥취가 다른 것’또는 ‘행동한 것이나 지은 것이 다른 것 같기도 하면서 처리하는 방법이 전혀 똑같은 것’을 말한다.오늘날 세상에는 말만 다르지 내용이 같은 경우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겉과 다른 경우를 말한다. 선거때마다 나타나는 일이지만 정치인이나 후보자들에게 실망하는 것도 그런 사례중의 하나다. ‘국민을 위하고 주민을 위한다’하면서도 행동이 전혀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국민을 위한다는 차원으로 어떻해서든지 합리화한다. 후보자들이 이쪽 사람에겐 이런 말하고 저쪽 사람에게 저런 말하고,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뒤집고 저녁에 한말을 아침에 뒤집는다. 그들은 당선이라는 목적, 단 하나만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내용은 같은 것이다.정치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서민들을 위해 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공사의 경우도 그러하다. 주택경기가 별로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아파트를 지었다가 분양이 되지 않자 분양계약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임대아파트로 전환하는 일이 발생했다. 법적 하자는 없다지만 그것만으론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분양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노력을 다했는지 의심이 간다.주공아파트는 서민들의 주택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요즘 소규모 주거세대들로 구성된 고층·고밀도 주거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민간아파트에 비해서 그래도 신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돈없는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는 목적은 달성할지 모르지만 공사 편한대로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수백채의 아파트를 이처럼 책임지는 사람없이 계약 사항을 바꿔도 되는지 모르겠다. 민간기업 같으면 벌써 부도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8 23:02

[오목대] 네거티브 선거전

4.13 총선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 나라의 선거전이 치졸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지만 이제는 과열을 넘어 기이할 정도이다. 상대방 후보나 당에 대한 흑생비방, 폭로 등 인신 공격성 발언은 이미 선거판의 단골 기본메뉴가 된지 오래이다. 표만 된다면 할말 안할말 가릴 것이 없이 쓰레기 버리듯 뱉어낸다. 마치 너 죽고 나 살자는 막가파식 험담과 비방이 난무하다보니 선거판은 그만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선거판이 달아오르면서 공당을 자처하는 여야 각 당의 행태 또한 볼만하다. 장군하면 멍군하고 되받아 치는 수순이 절묘할 뿐만 아니라 약발이 잘 받아서 인지 정책대결보다는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조장하여 서로 득을 보려는 나눠먹기식 타협이 가관이다.어디 그뿐인가. 때로는 당리당략에 의해 때로는 표의 움직임에 따라 어제는 갈라서고 오늘은 손을 잡는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정치판에서 적과의 동침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보니 여야 할 것이 없이 온통 줄줄이 물고 물리기식으로 엮어져 있다. 한쪽에서 ‘대통령 하야(下野)’를 들먹거리면 다른 쪽에서는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을 내세운다.이대로라면 선거 막판이 걱정된다. 우리의 선거판은 국민들의 뜻과 나라의 미래는 실종되어 찾아 볼 수가 없고 정치꾼들의 싸움질과 검은 속셈으로 뒤덮여 있다. 국민을 볼모로 한 지역패권주의가 잠시 가라앉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국가를 담보로 국부 유출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국민들은 정치를 불신하는 차원을 넘어 혐오할 정도가 되어 버렸다.4.13 총선이 치러지고 난 후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총선의 승패는 둘째치고 온갖 비방과 폭로, 흑색선전과 지역감정 조장 등이 총망라된 네거티브 선거전 때문에 이미 정국은 사분 오열되었다. 이번에도 정치권은 타협과 화해라는 새로운 길의 선택을 포기하고 갈등과 대립이라는 구태의 길을 다시 걷고 말았다. 정치권이 어떻게 그 뒷감당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7 23:02

[오목대] 全州 영화제

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인들의 축제 마당이다. 제작자·감독·배우·비평가들이 모여 출품한 영화를 평가하고 더 나은 영화의 예술적 발전에 관해 토론할 기회를 제공한다. 당연히 뛰어난 감독과 좋은 영화가 몰려야 영화제의 위신이 선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영화제로 ‘칸느’‘베니스’‘베를린’‘아카데미’영화제를 꼽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거의 해마다 열리는 이들 영화제는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이름있는 배우나 감독을 만나보기 위해 팬과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덕분에 호텔·식당·쇼핑가등이 호황을 누린다. 남녀 배우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매스콤의 단골 가십 메뉴를 제공하고 그들이 걸치고 나온 의상은 새로운 패션을 창조하기도 한다. 호평을 받는 영화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지만 배급업자들의 손에 의해 흥행성을 저울질 받고 ‘과학적 종합예술’로서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현재 전세계 각지에서 개최되고 국제영화제는 이렇듯 이름있는 영화제 말고도 2천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시아쪽에서도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홍콩·대만·필리핀 등에서도 2∼3년마다 각종 명목의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로는 부산·부천영화제가 있고 전주에서도 내달 28일 첫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어느 영화평론가의 말대로 ‘바야흐로 영화제천국’이 된 셈이다.광주의 비엔날레, 경주의 문화엑스포, 부산·부천의 영화제를 보면서 우리 도민들이 느꼈던 문화적 박탈감이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로 얼마나 보상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극소수 매니아들을 위해 귀중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천년고도의 문화유산과 영화예술의 발상지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에게 어느정도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영화제가 아직 시민들 사이에 피부로 느껴질 만큼 분위기가 뜨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주에서 영화제가 열리는지 조차 모르는 시민이 많고 ‘영화의 거리’조성이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오해할 정도라면 ‘기획’과‘홍보’시스템이 정상 가동된다고 볼 수 없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5 23:02

[오목대] 벤처 黃金시대

요즘 대학가나 일반기업들 사이에서 최고 화제는 벤처기업이라고 한다. 30을 갓 넘은 어떤 벤처인의 개인자산이 수십개의 굴뚝사업을 거느린 재벌회장보다 많고, 어떤 벤처기업은 창업 1년만에 몇백억원을 벌었다는 등의 믿기 어려운 비화(秘話)들이 꽃을 치우고 있다는 것이다.사실 불과 2∼3년전만해도 벤처기업은 생소한 단어였고, 그 가치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마치 피카소가 무명시절 그 그림의 가치를 몰랐던 것처럼 말이다. 피카소와 고향 단골 이발사와의 일화는 유명하다. 이발하기를 좋아했던 피카소는 이발료 대신 가끔 작은 그림을 쓱쓱 그려주곤 했다. 이발사는 그 그림이 별로 반갑지 않았으나 어차피 돈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여서 그냥 받아두곤 했다.그러나 나중에 피카소가 세계적인 화가로 명성을 떨치자 이발사가 하루 아침에 억만장자가 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나라에 IMF 환란이 닥치자 서울 테헤란로에 빌딩을 가진 건물주들은 저마다 전세돈을 빼가는 바람에 쩔쩔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찾아와 사무실 임대료 대신 회사주식을 받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거절하는 건물주도 있고 개중에는 어차피 비어 있는 사무실 유지비라도 덜기 위해 주식을 받아두기도 했다고 한다.그 때는 종이조각에 불과했던 그 주식이 2∼3백배로 뛰어 대박이 터졌고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를 50%나 감면혜택을 받는 벤처빌딩으로 지정돼 정말 꿩 먹고 알 먹은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그래서 요즘 벤처기업과 거래하는 사람들은 돈 대신 주식으로 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자문, 투자관리, 회계처리, 경영컨설팅, 홍보서비스 등을 해주고 받는 수수료는 물론 심지어 술값도 주식으로 줄 수 없느냐는 룸살롱 마담도 있다니 벤처기업의 인기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한마디로 벤처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전북에는 언제나 벤처 황금시대가 돌아올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날을 기다려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4 23:02

[오목대] 시민단체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란 다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비국가 또는 비정부조직체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자발성을 바탕으로한 비영리 집단이나 조직, 결사체, 기구나 단체, 운동세력등을 포함한다. NGO는 원래 UN등의 국제기구가 정부기구가 아닌 행위자를 총칭하기 위해 만들어낸 용어이다. 그 역사는 1863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국제적십자사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NGO를 공식적인 영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 2월 UN의 경제사회 이사회에서 였다.NGO는 이제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에서도 최근 NGO는 양적으로 급증하고 있고 전문화되고 있다. 80년대 후반까지는 몇 가지 한정된 이슈를 중심으로 시민단체들이 활동했으나 90년대 들어 그들의 영역은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다. 최근 시민운동 정보센터에서 발간한 ‘한국민간단체 총람2000’에 나타난 시민단체 수는 4천23개정도이고 학회와 조사되지 못한 시민단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6천4백40여개로 나타나 있다. 여기에 지부조직까지 포함하면 시민단체의 수는 2만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는 1백14만여개, 그리고 일본에는 34만여개의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 나라 시민단체의 수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우리 나라의 시민운동은 이제 제궤도에 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21세기는 참여민주주의 시대이다. 공공부문인 국가와 민간영역인 시장사이에서 NGO의 활동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사회는 국가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시민중심의 사회로 변화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시민중심의 사회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시민중심의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시민이 시민운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민참여 없는 시민단체는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3 23:02

[오목대] 물도 돈 쓰듯해야

20세기가 석유등 자원전쟁의 시기였다면 21세기에는 물의 전쟁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예측이다. 유엔환경계획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물부족에 시달리는 환경난민은 98년에 2천5백만명으로 이미 전쟁으로 인한 난민수를 웃돌았고 오는 2020년이면 1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라 한다. 지금 네델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물 포럼’에서는 지구상에 살고있는 약 30억명의 인구가 위생급수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매일 5천명의 어린이가 더러운 물로 인한 병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산자수명(山紫水明)하기로 이름난 우리나라도 어느덧 물 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돈을 물쓰듯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자원이 풍부했던 우리나라가 인구증가와 물 관리 미비로 모로코나 리비아같은 사막국가와 같은 물부족 국가군에 포함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 사정이 절박한 것은 통계를 봐도 바로 알수 있다. 우리의 연평균 강수량은 1천2백74mm로 세계 평균(9백73mm)에 비해 높다. 그러나 연간 1인당 강수량은 2천9백70t으로 세계평균(2만6천8백t)에 비해 형편없이 낮다.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강수량중 47%는 증발하거나 땅속에 스며들고 30%는 바다로 흘려 보내고 있다. 우리가 쓸수있는 물은 23%뿐이고 이중에서도 생활용수나 공업용수 사용량은 전체 강수량의 6%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형편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의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불란서나 영국 일본보다 높다. 백의민족답게 맑고 깨끗한 물을 좋아하는 국민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물값이 비교적 싸다는 점도 물 소비량을 높이는 이유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는 현재의 상하수도 요금을 생산원가나 관리비 수준에 걸맞게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그러면 또 쌍수를 들어 반대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물도 자원이고 무작정 싼값에 공급만 하다가는 재정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부터라도 물을 아껴쓰는 습성을 길러나가는 것이 도리다. 마침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기도 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2 23:02

[오목대] 枯死木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등반하다 보면 정상 부근에서 고사목(枯死木)들을 만나게 된다. 껍질마저 벗겨져 회백색의 속살을 드러낸채 앙상하게 서 있는 이 나무들을 보면 새삼 식물들의 생명력과 자연의 오묘함을 느끼게 된다. 이 고사목들이 수명을 다 해 자연사했는지 아니면 인위적인 산불로 고사됐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발 1천3백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잔해만 남은채 고고(孤高)함을 지키는 그 모습이 일견 경외스럽기 까지 하다.이 고사목들은 대개 희귀수목으로 화석(化石)나무라고도 불리우는 주목과 구상나무들이다. 이중 구상나무는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고 있을 정도로 희소가치가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덕유산 일대에 있는 주목이나 구상나무중에는 인위적으로 고사하거나 고사가 진행중인 경우도 많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설천봉에 스키슬로프를 조성하면서 3백66주를 옮겨 심은 결과 절반 이상이 죽고 겨우 1백52주만이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구상나무는 아예 1백13주가 모두 고사해 버린것으로 본사 취재팀이 확인하기까지 했다.당시 스키 슬로프 공사를 할때부터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환경단체들이 결사적으로 이를 반대했지만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에 밀려 허사로 그치고 말았었다. 그리고 결과는 예견한대로 환경파괴가 주는 자연의 재해를 고스란히 되안게 된셈이다.문제는 옮겨심은 나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쌍방울리조트측에도 있다. 여론에 밀려 몇천만원씩을 투입하면서 환토(換土)작업, 수간주사등을 놓았으나 한번 제 터전을 잃은 나무들은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이 나무들을 되살리는 것보다는 구상나무 군락지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묘목을 심어 나갈 계획이라니 딱하다. 빙하기(氷河期)까지도 이겨낸 주목과 구상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인간의 이기심에 밀려 고사목으로 바뀌는 현실에 분노를 느낄뿐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1 23:02

[오목대] 無關心

참견이 지나치면 골치 아프지만 무관심은 더욱 문제다. 섭섭한 건 둘째 치고 가끔 치명적이기도 하다. 추운 겨울에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길에 쓰러져 있는 술꾼들을 보면 얼어죽지 않도록 깨우거나 파출소에 연락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렇게 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개 힐끗 한번 쳐다보고 혀를 끌끌 차고는 지나가 버린다. 또한 공공대로에서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고등 학생을 내 자식아니니까 그냥 지나쳐 버리는 사회적 풍조는 극히 이기적인 무관심이다.무관심은 사람 사이에 무수한 실금을 긋고 그것은 점점 커져서 우리 사회에 건널 수 없는 커다란 틈새를 만들기도 한다.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아 보내는 냉소적 무관심이라면 그대도 나은 편이다. 괜히 참견하여 손해볼 필요가 없다는 이기적 무관심은 우리 사회를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그러나 애정있는 무관심도 있을 수 있다. 대분의 사람들은 관심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때로는 적당하게 무관심하는 것도 사랑의 표현일 수 있고, 관심으로 주는 사랑의 표현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성경에서 예수는 가나안 여인이 흉악한 귀신들린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다가왔을 때 그 여인에게 무관심했다. 그것도 인격을 모독하는 것으로 느껴질 만큼 혹독한 무관심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이 그 여인에게는 소원을 이루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배경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겉으로 표현되어진 예수의 무관심은 무관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진정한 사랑의 표현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어떤 때는 깊은 사랑의 표현인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선거가 임박한 요즈음 정당이니 입지한 후보 예상자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한심하고 웃기는 작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유권자의 50% 수준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표현만 하지 않을 뿐,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면 이것을 꼭 무관심이라 할 수는 없다. 이 무관심은 정치인들의 잔치판을 끝낼 수도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20 23:02

[오목대] 사이버 選擧

4·13 총선도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도내에서는 선거분위기를 느낄 수가 없다. 괜스레 신문과 TV만 요란할 뿐 정작 도민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말이 총선이지 결과는 뻔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이번 선거는 흥미조차 없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 벌써부터 투표율이 걱정된다.국민의 대표를 뽑는 총선은 나라마다 법률에 따라 각기 다르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대개 1인1표제에 무기명,기호,비밀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유권자의 신분과 나이, 납세실적에 따라 투표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19세기말 벨기에 같은 나라는 한선거구에 2년이상 거주자에게는 2표, 3년이상 거주자에게는 3표를 부여했다. 또 25세이상에 2표, 30세이상에 3표, 50세이상에 5표를 부여했고 미혼자에게는 3표, 기혼자에게는 5표를 인정하기도 했다.그렇지만 머지않아 지금과 같이 투표소에 가서 투표를 하고 개표소에서 개표를 해 당락을 결정하는 투표방식은 박물관에서나 구경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앞으로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선거’와 ‘사이버 투표’가 시대의 큰 흐름이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실제로 지난 11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예비선거에서 사상 처음 인터넷 투표가 실시됐는데 예상외 큰 성공을 거뒀다는 외신이다. 이날 인터넷 투표를 한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이나 돼 결국 84년이후 16년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사이버 선거와 투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사이버선거는 불모지나 마찬가지이다. 겨우 인터넷에 자기를 소개하는 정도의 초보 단계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후보자와 유권자가 언제나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의 고질병인 금권·관권시비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투표율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도 사이버 선거를 적극 추진해야 할 것 같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8 23:02

[오목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최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전세계 과학자들에게 인간의 유전자 지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허용돼야 한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생명공학산업의 핵심 정보인 게놈 프로젝트가 공개될 경우 국내 기업들뿐만 아니라 기타 외국 기업들도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의의가 크다.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인간 유전자의 구조와 역할을 밝히기 위해 30억개에 달하는 인간의 염기 서열을 밝히는 작업을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가 따로 있다.그것은 바로 ‘생명의 신비’때문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 쯤이면 인간 유전자 전체의 기능과 위치, 그리고 조절기능 등이 모두 밝혀지게 된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를 이용하여 유전자의 위치를 지도로 작성하고 인체 설계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들어보지도 생각해 보지도 못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그 동안 인간을 괴롭혀 왔던 유전병은 물론 암을 비롯한 불치병들이 속속들이 치료될 수 있고 아직도 그 기능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인체 내의 여러 기관의 기능과 복제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21세기는 첨단과학기술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에 선보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21세기의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중 유전공학은 특히 그러하다.인간에 의해 생명의 신비가 벗겨진다면 인류는 조물주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게 됨과 동시에 그 능력을 과시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조물주의 손에 있던 ‘생명의 열쇠’를 넘겨받으려 할 것이다. 한 가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조물주가 인간의 신성 접근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7 23:02

[오목대] 플레이스-마케팅

플레이스-마케팅이란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지역 또는 장소를 하나의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고객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지역을 디자인함으로써 지역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고객유치를 극대화하려는 기업주의식 지역개발전략이다. 플레이스-마케팅이란 고객만족경영이라는 현대적 마케팅개념을 지방자치단체의 경제발전계획 수립과정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있다.원래 그러한 마케팅방법은 미국에서 쇠퇴하는 공업도시들이 기존의 부정적 지역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도모했던 방법이다. 예컨대 미국의 피츠버그시의 경우 주력산업은 철강산업이었다. 그런데 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실업자, 스모그, 범죄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부정적 도시이미지가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피츠버그시는 고민 끝에 플레이스-마케팅을 하면서 시와 기업인이 협력해서 도시재건에 앞장섰고 외부민간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했다. 또한 ‘피츠버그에 사는 101가지 이유’를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각종 기금을 모집했으며 하이테크산업, 서비스산업 등을 유치하여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결국 미국 도시중 삶의 질이 최고인 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도시 뿐만 아니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지의 지자체들도 플레이스-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최근 국토연구원이 전북도에 제3차 종합발전계획에 대한 중간 용역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전주시의 지역중심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 전주시와 완주군을 중심으로 한 5개 통합개발권의 중첩 모형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종합발전계획은 4월중 주민의식 조사와 8월중 주민공청회등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인가. 그러한 종합발전계획은 관주도의 계획이라는 점이다. 지자체가 관주도의 계획을 탈피하고 민간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그러한 관주도의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스-마케팅 전략을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6 23:02

[오목대] 새만금 未來소송

바닷가에 모래톱으로 이루어진 갯벌은 육지에서 강물을 타고 흘러 들어오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갯벌 10㎢만 있어도 인구 10만명의 도시에서 쏟아내는 오염물질을 말끔히 정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자정(自淨) 능력이 뛰어나다. 일종의 자연 하수종말처리장 구실을 해내는 것이다.전북도의 최대 숙원사업인 새만금사업에 대해 환경론자들이 그토록 반대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갯벌이 소멸된다는데 있다. 새만금사업이 완공되면 새로 8천5백만평의 농지와 3천6백만평 크기의 담수호가 생긴다. 반면 이 사업으로 사라지게 되는 갯벌은 약 6천만평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여기서 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 양론이 현격하게 대립한다.찬성론자들은 국토의 균형개발과 전북도가 구상하고 있는 새만금 복합산업단지 조성만이 전북의 미래를 확실히 담보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펴고 있다. 반대로 환경론자들은 갯벌의 경제적 가치로만 따져도 농경지의 1백배에 달하는데 굳이 금싸라기 같은 갯벌을 없애면서까지 농경지를 조성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현재 새만금사업은 이런 점들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기 위해 학계·환경단체·정부관계자등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환경에 끼치는 영향과 경제성등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조사결과 발표도 한달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까지 이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의 요구가 그치지 않고 있다. 얼마전에는 18세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들 1백명 명의로 ‘새만금사업반대 미래소송’을 제기할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문가가 아닌 도민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환경마찰이 비단 새만금사업뿐만은 아니지만 이미 착수된 사업을 두고 이토록 논란이 계속되는데 대해 당혹감을 느낀다는 도민들도 없지 않다. 조사결과 발표가 임박했으므로 일단 그때까지는 환경단체들도 자제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5 23:02

[오목대] 물러나는 政治人

엊그제 일본의 무라야마 전 총리가 정계를 은퇴했다. 그의 나이 75세. 그는 ‘떠나야 할 때를 아는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70∼80대이상의 노령 정치인이 수두룩하고 90을 넘긴 현역 의원이 왕성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라야마는 ‘이제 내가 정치 일선에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선언하고 홀연히 정계를 떠난 것이다.이번에는 영국의 존 메이저 전 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일본과 같이 고령 정치인이 많은 영국에서 이제 불과 57세인 그의 은퇴는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한창 연부역강(年富力强)한 나이임에도 ‘떠나야 할 때를 넘겨 머물기 보다는 남들이 머물라 할때 떠나겠다’는 그의 은퇴의 변이 인상적이다. 1997년 총선에서 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에 패해 18년만에 정권을 이양한 그는 ‘만일 초선의원이라면 현 정부를 맹렬히 비난했겠지만 그것은 전직 총리가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반면 같은날 소련의 마지막 공산당 서기장으로 페레스트로이카를 주도했던 고르바초프가 ‘러시아의 개혁을 위해 정치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1%의 지지밖에 못 받는 그가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러시아를 위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다만 연전에 일본의 오부치 내각에 대장상으로 입각한 미야자와 전 총리의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후배 총리의 간곡한 청을 받아들여 장관으로 입각한 일본의 정치풍토와 대비되기 때문이다.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덕목으로 일에 대한 열정, 책임감, 현실에 대한 판단력을 꼽고 있다. 그러나 이런 덕목조차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지금 총선마당을 휩쓸고 있는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무라야마나 미야자와, 메이저 같은 정치인을 둔 일본이나 영국의 정치가 새삼 부럽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정치인이 우리나라엔 아직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4 23:02

[오목대] 봄나들이

너는 죽어 명사십리 해당화 되고 / 나는 죽어 나비되어 / 나는 네 꽃송이 물고 / 너는 내 수염 물고 / 춘풍이 선듯 불거든 / 너울너울 춤을 추며 놀아 보자. 춘향전에 나오는 한 대목을 떠올려 보며 옛 선인들의 봄풍류를 생각해 본다.나라가 온통 총선열기로 밑도 끝도 없이 시끄럽고, 거기다가 대중 매체들은 그 요란함을 더하게 하여 우리는 계절 감각조차 잊고 있다. 찬바람 어느듯 멀리가고 봄바람이 옷깃을 스치고 있는데 우리는 삶의 잔잔한 결을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얼마있지 아니하면 개나리, 진달레가 피고 민들레, 오랑캐꽃, 진달래, 복사꽃, 살구꽃 등이 우리의 주름살 속에 가득 들어있는 세속의 근심을 털어내 줄 것이다.꽃사이로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유년을 돌이켜 보기도 하고, 생의 덧없음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또한 꽃과 나비를 보며 생명의 신비로움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조금 멀리 가고 싶은 사람은 산행을 하기도 한다. 평탄한 언덕에선 사색을 하며 걷고, 가파른 언덕은 고행하듯 걸어보면 그 나름대로 다 묘미가 있다.깊은 슬픔이 있을 때라도 언덕길을 산책하면 마음의 위안을 받는 수가 있다. 심산계곡을 소요하면 한결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자연은 어머니의 품안과 같이 우리 인생의 고민을 어루만져 준다. 높은 산은 이미 하늘과 땅 사이에 있으면서 두 세계를 반씩 영위하고 있다.그 위대한 모습은 사소한 인간의 번민 따위는 한 입김으로 불어 내던지는 느낌이 있다. 깊은 산골에는 숭고한 정적도 있다. 갖가지의 소리를 감춘 침묵 속에는 무한한 무엇이 물결치고 있다. 거기에 자연은 순화되어 어떤 초자연적인 엄숙한 모습에 이르고 있다.자연속의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혼탁하고 지저분한 선거판의 인간들이 아니다. 뭔가를 잊고 사는 우리들이 어쩐지 밉다. 이 새봄에 산으로 언덕으로 가벼운 봄나들이 하면서 산다는 의미를 마음속에 품어보자.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3 23:02

[오목대] ‘保險 천국’

각종 위험이나 사고로부터 경제적 손실을 보장받는 보험(保險)제도가 생겨난 것은 꽤 오래됐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최초의 보험형태로서 BC 4000년경 바빌로니아의 기록에서 발견된 선박저당계약을 꼽고 있다. 이는 보통 선주에게 대부하는 형태를 띤 것으로 안전항해를 채무조건으로 하고 있다.이후 중세말 해상무역이 발전됨에 따라 선박저당계약은 해상보험으로 발전하게 됐고 다시 육상부문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적인 보험형태를 갖춘 것은 서기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생겨난 화재보험을 들고 있다. 이뒤 보험은 급속도로 발전했고 다양한 사회보험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우리나라에 현대적 의미의 보험이 생겨난 것은 서방보다 훨씬 뒤인 19세기말 개항 이후이다. 영국 보험사인 ‘타운센트’가 최초로 서울에 지점을 개설했고 서기 1880년 일본의 ‘동경해상보험’이 부산에 대리점을 개설함으로써 우리도 본격적인 보험시대가 열리게 됐다. 현재는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보험이 보편화돼 있다.특히 우리 생활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또 각종 사고 위험이 높아지면서 별의별 보험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수가 자기 성대(聲帶)나, 예술인이나 기능인이 자기 손을 보험에 든 것은 예사이다. 지난해에는 성기(性器)절단사고가 빈번하자 성기상해 보험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소나 돼지, 말 등 가축도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다. 농림부는 97년부터 일부 축협에서만 시범사업으로 실시해온 가축공제사업을 이달부터는 전국 모든 축협으로 확대실시키로 한 때문이다. 소의 경우 부상이나, 난산(難産), 급성고창증 등으로 긴급 도축이 불가피할 때 산지시세의 80%까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돼지도 화재나 홍수, 폭풍피해를 보았을 때, 말은 경주마가 불임판정을 받았을때 소와 같이 최고 80%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사람에 이어 가축까지도 보험혜택을 보게 됐으니 이게 바로 ‘보험 천국’이 아닌가 싶다. 양축농가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1 23:02

[오목대] 전자금융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인 ‘제3의 물결’에서 모든 경제제도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토플러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제1의 물결과 2의 물결이라 하였으며, 1950년대 중반 이후의 기술과 사회적 변혁을 제3의 물결로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정보화 혁명을 뜻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가 낡음이라는 장벽을 깨뜨리고 새로움이라는 탈출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식 때문이었다.인간은 각종 문자나 숫자 그리고 기호 등의 수단을 사용하여 지식을 축적 발전시켜 나갔으며 최근에는 컴퓨터라는 새로운 도구가 지식발전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의 변화는 오늘과 내일이 달라질 만큼 시시각각으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따라서 현대사회는 기업경영과 일반행정은 물론 가정생활, 교육, 의료사업 등 사회의 모든 분야에 정보통신시스템을 도입하고 응용함으로써 ‘산업과 사회의 정보화’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 현대인들은 굴뚝으로 상징되었던 제조업 중심의 경제제도에서 벗어나 탈 굴뚝의 새로운 경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금융산업은 원래 정보산업이라고 불릴 만큼 정보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정보처리 능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금융기관은 내부적으로는 정보비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으며 고객들에게는 전자화폐의 발달에 부응하는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안된다.이러한 때에 도내 금융권에 전자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아직은 전북의 정보화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낙후된 실정이어서 도내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PC 및 텔레뱅킹 서비스 수준이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자금융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전자금융의 편리함을 감안할 때 도내 전자금융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10 23:02

[오목대] 정책대결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영남 주축의 정권을 재창출하자” “부산 민심에 맞는 정당이 민국당이다. 이거 실패하면 영도다리에서 빠져죽자”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발언이다. 지역주민을 선동하면서 지역감정에 불지르고 표를 모으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지역갈등의 늪에서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선의원이나 중진급 정치인들 모두 망국적 언동에 앞장서고 있다. 선거판이 불리하다 해서 말초적이고 치졸한 지역감정을 자극해서 의석수를 늘려보자는 식이다.그 뿐인가. 최근 ‘찬탁(贊託) 발언’으로 또 다시 정국이 뒤집히고 있다. 일제가 1945년 8월 15일 항복한 뒤 동년 12월 27일 모스크바에서 미국, 영국, 소련 3국이 3상회의를 통해서 한반도를 북위 38도선을 중심으로 나누고 남쪽은 미국이, 북쪽은 소련이 향후 5년간 통치한다는 데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한 신탁통치안이 국내에 알려지자 우익진영은 거세게 저항했고 좌익진영도 처음에는 신탁통치안에 반대했으나 소련의 지시로 찬탁으로 급변하게 되었으며 좌우 양진영간에 갈등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익진영의 반탁운동에 힘입어 신탁통치는 백지화되었고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다. 최근 이러한 색깔 논쟁은 보수진영의 표몰이 행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새 천년 최초의 총선에서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색깔 논쟁과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분명히 ‘범죄적’ 행위를 자행하는 정치권에 일차적으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논리에 발붙일 틈을 주는 국민적 정서에도 문제가 있다. 선거철 중요한 것은 정책대결이다. 언론이나 방송 그리고 국민모두 나서서 정책대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전력해야 하지 않을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9 23:02

[오목대] 로마 敎皇廳의 참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地動說)은 그 유명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겼다. 1633년 로마 종교재판소에 소환된 70세의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동설을 부정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이를 거부하면 이단(異端)으로 몰려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갈릴레이는 결국 ‘과거의 잘못을 맹세코 포기하며 저주하고 혐오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종교재판의 마지막 대목에서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말을 남겨 자연과학의 우위를 인정했던 것이다.중세기 유럽의 교회는 절대적인 권한을 휘둘렀다. 신교(神敎)일체 사상의 정치체제하에서 교회는 세속의 일까지도 지배했다. 이 무렵 이단을 추방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종교재판소였고 유럽 전역에 걸쳐 수많은 종교재판이 열렸다. 숱한 사람들이 이단이라는 죄목으로 화형(火刑)에 처해졌으며 ‘마녀사냥’이란 말도 여기서 비롯됐다. 루터의 종교개혁운동으로 신교(新敎)탄생의 빌미까지 제공했던 종교재판소는 그후 6백75년동안이나 운영되다가 1908년 피우스10세 교황에 의해 로마교황청 기구개편때 비로소 사라졌다.로마교황청이 5일 ‘회상과 화해, 과거 교회의 범죄’라는 공식문건을 공개하면서 십자군 원정등 가톨릭이 주도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과오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한다. 교황청이 공개한 10대 과오중에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에 침묵을 지킨것, 십자군 원정으로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들이 학살 당한것, 신대륙 정복자들의 원주민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한것, 마녀사냥으로 대변되는 중세 교회의 고문형 등이 포함돼 있다.지금까지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에 대해 종교사학자들이 지적한 적은 있지만 교황청이 직접 이를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데서 이번 교황청의 참회는 의의가 크다. ‘괴로운 유산’을 청산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미 종교재판 기록을 공개한바 있는 로마 교황청이 새로운 1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맞아 가톨릭에 대한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8 23:02

[오목대] 경찰

현대경찰의 효시는 1737년에 조직된 런던 경찰청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영국 내무상이던 로버트 필경이 68명의 요원으로 발족시킨 것이 런던 경찰청이다. 미국에선 1844년 처음으로 24시간 체제의 경찰이 조직됐다.그런데 같은 뿌리이면서도 영국에서는 경찰관을 ‘바비’미국에서는 ‘캅’으로 부른다. 영국에서는 현대경찰제도를 도입한 내무상 이름인 로버트의 애칭을 따서 ‘바비’로 부르게 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초창기 경찰관들이 붉은 구리(Copper)로 만든 8각형 배지를 신분증 대신 사용한데서 ‘캅’이라는 별칭이 나왔다는 설과 순찰(Constable on Patrole)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라는 설도 있다. ‘바비’든 ‘캅’이든 현대 경찰이 영국에서 시작하여 미국을 거쳐 세계 각국으로 확산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우리나라 경찰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영국이나 미국보다 오래됐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는 군대가 경찰의 역할을 대신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순군만호부로 하여금 경찰의 임무를 담당하게 하였는데, 이것이 전문경찰 기관의 시작이다. 그후 도둑을 잡는 포도와 밤에 순찰을 하는 야순을 주임무로 하는 ‘좌·우포도청’이 설치됐다. 구한말에 이르러 갑오 경장 이후 경무청을 신설하고 근대적 경찰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그러나 일제는 강점직후, 헌병경찰제도를 창설하여 무단통치를 시작했다. 한국인은 헌병경찰에 끌려가 태형을 당하고 처벌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 항상 떨어야 했다. 이 때문에 ‘순사 온다’라는 말이 가장 무섭게 여겨진 것이다.그후 미군정청의 경무부에 이어 내무부에 치안국을 설치하여 국립 경찰제도가 확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일제 헌병경찰의 잔재와 이미지가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이를 극복하려는 경찰 대개혁이 시도되고 있다. 100일이었지만 정말 몰라보게 좋아졌다. 계속 그랬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0.03.07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