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이겨내고 전북알코올상담센터 근무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하체 마비 증상까지 겪었던 50대 남성이 이를 극복하고 다른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어 화제다.
알코올 중독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를 극복하고 다른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사회 복지 활동을 하는 이는 더더구나 그 예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전북알코올상담센터 반병호(58) 사회복지사.
지금은 센터와 병원, 보호관찰소 등을 오가며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지만 한때는 반씨도 정신병원과 노숙 생활을 반복하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20년 가까이 하면서 술 마실 일이 잦았던 반씨에게 어느 날 갑자기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고 하체 마비 증상까지 왔다. 거의 매일 하루에 소주 5병 이상을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
정신병원을 제 집처럼 들락날락하길 10여차례. 하루는 병원에서 자신이 혼수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잘못 안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부인이 '(반씨가) 살아나서 또 술을 마시면 어떻게 할거냐. 이 인간 없으면 애들이랑 나는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걸 듣고 많은 생각을 했죠"
이후 반씨는 술을 끊기 위해 별의별 노력을 다했다. 술 끊는 약이 있다고 하면 중국까지 구하러 갔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똥물을 퍼다 마시기도 했다.
자살을 기도한 것도 수차례. 하지만 죽으려고 해도 죽지 못했다. 술이 '웬수'였다.
"'이거 딱 한 잔만 더 마시고 죽어야지..' 하다가 결국 나도 모르게 취해서 자살도 못했어요. 아마 대부분의 알코올 중독자가 그럴 겁니다"
경기도 가평 운악산에서 20여일간 금식 기도를 하다 만난 한 스님은 반씨에게 "욕심이 많아서 자꾸 술을 마시는 것이다. 아직 가진 게 너무 많다"고 충고했다.
그 길로 산에서 내려온 반씨는 집에서 단돈 5만원을 들고 나와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고 충남 대천에 내렸다.
2001년 3월 1일. 반씨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빈 집에 둥지를 튼 반씨는 '알코올 문제 연구소'라는 간판까지 내걸고 같이 병원에 있었던 이들을 불러 모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한 대학에서 반씨에게 '청소년에게 알코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강연을 요청했다가 반씨에게 관련 자격증조차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반씨는 고민 끝에 2002년 한국디지털대학에 입학,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실습을 나왔던 전북알코올상담센터에 취직한 지 1년여. 어느새 단주 8년째를 맞은 반씨는 작년 2월부터 10여명의 알코올 중독자로 구성된 단주모임 'AA'(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활동도 시작했다.
술 때문에 전두엽에 손상을 입어 강의 때 할 말을 일일이 적어 둬야 할 정도로 기억력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술을 단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기로 한 것과 다른 알코올 중독자를 위해 일하겠다는 결심은 결코 잊지 않았다.
"전북에 알코올 중독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들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자녀를 위해 쉼터 내에 유아 시설도 만들 작정이고요. 그래서 유아교사1급 자격증도 땄죠"
"고향은 경북 예천이지만 센터에서 일하면서 전북을 제 2의 고향으로 삼았다"는 반씨는 "알코올 중독은 단주 모임이나 강연 등 반복되는 학습을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만이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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