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읽기 7년6개월 걸려...교수등 23명 마지막 수업
꼬박 7년 6개월 2주가 걸렸다.
「주역」을 읽는 일은 쉽지 않았다. 때로는 무력증에 걸리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긴 호흡을 다짐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 그들이 고전을 탐하기 시작했다.
“허이고.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고생 좀 했습니다. 저는 한 번 시작했으니 의무감으로라도 안나올 수가 없었는데, 선생님들은 더 대단하십니다. 주역을 철학 쪽으로 해석하다 보니 제 주관이 들어가고 오늘날 어법으로 하려다 보니 무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전북대 치과대학 건물. 「주역」 마지막 수업이 끝이 났다. 교실 안은 한숨과 박수가 뒤섞였다. 궂은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고 앉은 스물세명의 학생들은 앞에 서있는 김기현 전북대 교수(윤리교육과) 보다도 머리가 더 희다.
함께 「주역」을 읽어온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 있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이들. 선비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동반성장한다는 뜻에서 ‘여택회(麗澤會)’로 이름을 지었다. 최고 원로인 소설가 서정인 선생은 70이 넘었고, 모임에서 가장 젊은 최은경씨도 40을 넘겼다. 1988년부터 고전 읽기를 거쳐간 이들은 100명 쯤 된다. 김용택 안도현 박남준 등 이름난 문인들도 한 때 회원이었다.
“이것을 위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신앙생활하는 기분으로 출석했습니다.”
월요일마다 이어져온 시간들. 유심근씨는 17년 동안 결석한 날이 채 열번이 되지 않는다. 그는 “이게 바로 온고이지신”이라며 “고전을 읽을수록 글귀 하나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며, 지식이 아니라 지혜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본이 흔들리는 세상, 이종민 전북대 교수는 “옛 어른들 말씀이 전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다”며 “어려운 문제에 부딪치면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하듯, 고전에는 기본이 되는 것들이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글쎄요. 자신의 역사를 찾기위한 노력 아닐까요. 현대인들이 자아정체성을 찾기가 어려운데, 고전을 통해 역사를 되짚으며 나의 존재에 대해서도 확인해 나가는 거죠.”
“돈이 개입되면 관계가 형식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김교수의 고집에 따라 ‘여택회’에는 학비가 없다. 대신 1년에 2명, 장학금을 만들어 어려운 형편에 있는 고등학생들을 돕고 있다. 역시 고전에서 얻은 지혜다.
‘여택회’의 고전 읽기는 「노자」로 이어진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