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노조 수기 당선
“오늘도 아내가 늦는가 보다. 아내는 언제부턴가 나보다 늦게 귀가한다. 허나 어쩌랴 … 묵묵히 설거지부터 하기 시작한다. 정리되지 않은 그릇들을 씻다가 부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다시 설거지를 시작한다.”
전북여성노조 당선작 김형우씨(45) 수기 일부분이다.
김씨는 전주시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현숙씨(40)의 남편.
김씨는 어느새 주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김씨가 가사를 도맡았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직장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해고와 복직, 해고를 반복하다 결국 실직상태가 됐다. 하지만 뒤늦게 관심을 가진 노동운동을 접을 수는 없었다.
그 과정에서 아내는 식당일을 전전하며 고생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진 김씨는 지난 2000년 민주노동당 상근자리를 권유하게 됐고, 오씨는 그곳에서 정치에 눈을 뜨게 됐다. 남편이 노동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정규직의 설움을 아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오씨는 지난해 전주시의회의원이 됐다. 사회적 약자라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면서, 비정규직 남편이 평등이란 단어를 외치며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씨는 더욱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의회에서 주어지는 ‘5분 발언’을 위해 잠도 마다하며 새벽까지 연습할 정도.
“그런 아내가 대견하다”는 김씨는 그래서 아내를 위해, 아이들을 위해, 설겆이를 하고 집안 청소를 도맡는 등 각종 가사일에 적극 참여한다.
뿐만 아니다. 김씨는 지난 2003년부터 한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열악한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작업복과 장갑, 귀마개 등이 비정규직 직원들에게도 주어졌고, 정직원들이 함부로 반말을 할 수 없게 됐다.
“옛날보다 당당한 현재 모습의 아내가 더 좋다”는 김씨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벅찬 투쟁에 아내와 함께 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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