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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책마루 도서관 개관 1주년 행사에 초대된 그림책 작가 이억배씨

"그림책도 영화처럼 하나의 예술장르"

그림책 작가 이억배(50)씨는 시나브로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과 정서를 전통 회화 기법으로 살려내는 작가다.

 

지난 24일 책마루 어린이 도서관 개관 1주년 행사에 초대된 그는 그림책 「솔이의 추석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손 큰 할머니 만두 만들기」 등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가 어린이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뜻밖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해 그렸지만 그림책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실 그림책이 뭔지도 잘 몰랐죠. 결혼 후 큰 아이가 3살쯤 되었을 때 아이에게 읽혀줄 그림책을 찾다보니까 마땅한 게 없더라구요.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차라리 내가 직접 그려서 그림책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이 들었구요."

 

「솔이의 추석 이야기」는 명절 고향으로 향하는 민족 대이동을 보면서 젖은 감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행렬 이미지는 고구려 벽화와 조선시대 행렬도를 떠올리게 했고, 비오기 전날 꼬물꼬물 움직이는 개미들의 대규모 이동행렬이며, 어린 시절 읍내에 가서 봤던 읍내 행렬과도 겹치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민화와 풍속화를 계승하는 그림으로 우리 삶 속에 살아있는 아름다운 전통 명절 그림책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첫 그림책 「솔이의 추석 이야기」를 펴내게 됐다.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는 한번 하면 엄청나게 크게 하는 할머니가 설날을 앞두고 숲 속 동물들과 함께 엄청나게 만두를 크게 빚는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찾을 수 없었다가 중국 연변 조선족 마을에 머물면서 손 큰 할머니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며느리와 손자는 집을 나간 상태라 혼자 버려진 할머니는 명절이 가까워져도 자식이 찾아오지 않아 동물들과 함께 만두는 빚는 이야기를 쓰게 됐다는 것.

 

최근 출간한 평화 그림책 「비무장 지대에 봄이 오면」은 12명의 한·중·일 그림책 작가들이 공동으로 협력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2003년 일본의 그림책 작가들이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한 것을 반대해 103인의 그림책 작가가 공동으로 평화 그림책을 냈다고 했다. 두 번째 작품이 「비무장 지대에 봄이 오면」인데, 앞으로 10권의 평화 그림책이 더 나와야 이 프로젝트는 끝이 난다고 한다. 세 나라의 언어로 출간된 이 책은 상처받고 뒤틀어진 아이들의 마음이 위로받고 치료되길 원한다고 했다.

 

"작업을 하면서 내 안에 있던 나만의 아이와 만납니다. 그 아이와 노는 것이 즐거운 거죠. 내 안의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것을 예술로 표현해 낼 때 아주 기쁘죠. 그림책의 매력입니다."

 

이어 그는 그림책이 영화처럼 하나의 예술 장르라며 그림책을 교육 수단으로만 활용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림책은 그저 즐기기 위한 책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고 즐겁고 행복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김은자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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