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양인목회 통해 고국 방문…한복·다도 등 고국 정취에 흠뻑
멜리사 킴 조단(43)은 이번이 첫 모국 방문이다. 멜리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김영선'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네 살 되던 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미국에서의 삶은 순탄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열여섯 살 때부터는 혼자 한글을 배워 자기 이름을 써 벽에 붙여 놓았다. 입양카드에서 친아버지가 자신의 입양을 놓고 4년 동안이나 망설였다는 글을 보며 생부에 대한 그리움을 키웠다.
지난 23일 멜리사는 꿈에 그리던 고국에 발을 디뎠다. 자신처럼 미국으로 입양된 이들 6명과 함께였다. 방문은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한국 입양인 목회를 하는 박성철 목사와 국내 교회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멜리사와 일행들은 다음달 13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곳곳을 돌아보게 된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는 도내에 머물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항상 한국을 사랑하며 매일매일 생각했어요. 제가 머릿속으로 그렸던 것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운 나라에요."
멜리사는 감격에 벅차 말했다.
고국에서 보내는 6일째 날인 28일, 멜리사와 일행은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했다. 비빔밥을 손수 비벼 먹으며 "너무 재미있고 맛있는 음식이에요", 떡메를 치며 "무척 흥미 있어요", 한복을 입고 다도를 배우며 "정말 아름다워요"라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고국의 맛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강암서예관에 들어선 뒤 흥분은 이내 약간의 긴장과 설렘으로 바뀌었다. 잊고 지낸 한국 이름을 붓글씨로 쓰는 시간.
수암 김종대 선생의 짧은 지도를 받고 화선지에 붓을 대 검게 자신의 이름을 써 내려갔다.
크리스틴 매리(29)는 '김영숙', 질 아만다(36)는 '김선영', 아만다 경선 민스(34)는 '노경선', 케리 아만다 시몰론(28)은 '오현희', 랜디 미챌 타노스키(23)는 '이광민'. 낯선 자신의 이름, 그러나 획마다 모두들 정성을 들였다.
글을 다 써내려간 뒤 멜리사는 "언젠가는 한국에 올 것이라 생각했고, 그때마다 생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40년이 지났지만 생부를 만나게 되면 '다시, 제 아버지가 돼 주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일행의 막내인 랜디는 "한국 사람의 피를 타고 났는데, 한국 사람과 나는 무엇이 다른 지 알아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에서 경험한 것과 느낀 감정을 죽을 때까지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싶은데 미국에 돌아가면 잊혀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박성철 목사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10년간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입양인들을 국내로 초청해 전국을 돌고 있다. 전주는 2003년부터 국내 코스에 포함됐다. 입양인들의 전주 여행은 전북대 정진균 교수와 함한희 교수가 돕고 있다.
정 교수는 "입양인들이 고국에서 기대하는 것은 따뜻한 가정, 관심과 사랑이다"며 "이들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인 전주에서 전통문화를 느끼며 고국에 대한 정, 그리고 맛과 멋을 깊이 느끼고 간다"고 설명했다.
박성철 목사는 "우리와 같은 피를 나눈 해외 한국 입양인들이 20만명에 달하지만 고국을 찾아도 이들은 생모, 생부, 친척이 없어 나그네처럼 여관 등에서 묵으며 쓸쓸하게 돌아간다"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한국의 교회가 이들에게 따뜻한 가족이 되고 친척이 돼 주어야 한다"고 10년간 행사를 이어오는 이유를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