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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섬마을 학교의 기억, 고군산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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뭍에 나가는 게 소망인 섬마을 작은 학교의 아이들이 서울 나들이를 꿈꾼다. 서울에서 온 젊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학부모들을 끈질기게 설득한다.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기차는 물론 바퀴 달린 것은 구경조차 못 해본 섬 아이들이 별천지에 도착해 낯선 도시 속 현대문물을 접하면서 좌충우돌 웃지 못할 일들을 겪는다.

1969년 개봉한 유현목 감독의 영화 ‘수학여행’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경제개발시대, 현대문명과 단절된 낙도(落島)로 그려진 섬,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군산 선유도다. 인기 코미디언 고(故) 구봉서 씨가 주연을 맡아 선유도를 외딴섬의 대명사로 세상에 알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선유도의 어머니’로 불린 당시 선유도초등학교 배처자 교장이다. 배 교장은 섬마을 아이들의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인근 16개 섬 800여명 아이들의 서울여행을 성사시키고, 아이들의 체험담을 담은 여행기 ‘소라의 꿈’을 펴냈다. 그리고 이 책이 알려지면서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이다.

영화 개봉 후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 모든 게 달라졌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노닐던 섬, 선유도(仙遊島)는 이제 낙도가 아니다. 2017년 새만금방조제에서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 등 4개 섬을 잇는 고군산군도 연결도로가 개통되면서 자동차로 들어갈 수 있는 섬이 됐다. 여기에 올 상반기에는 말도~명도~방축도 등 고군산군도의 숨은 5개 섬을 연결하는 ‘고군산 섬잇길’이 완전 개통될 예정이어서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서울로의 수학여행은 없다. 이 섬에서 수학여행을 떠날 아이들이, 학교가 사라져버렸다. 영화에서 섬마을 학교를 대표했던 선유도초등학교는 2024년 문을 닫았다. 또 선유도초등학교와 한 울타리를 쓰면서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됐던 선유도중학교도 마지막으로 남은 학생 1명이 지난달 후배 없는 졸업식을 하면서 정식 폐교 절차(3월 1일자)를 앞두고 있다. 육지와 연결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정작 광복 직후부터 운영됐던 이 섬의 학교는 80년 만에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게 됐다. 군산시 옥도면에 속한 고군산군도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신시도·선유도·어청도·개야도초등학교 등 학교 7곳이 운영되거나 휴교상태로라도 남아있었지만 2024년 이후 모두 폐교되고, 이제 무녀도초등학교 한 곳만 남게 됐다. 그나마 이 학교도 학생수 10명 미만의 통폐합 대상 학교로 분류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섬마을 학교는 단순한 교육 공간이 아니었다. 세대와 세대가 만나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등대와 함께 섬을 지켜온 불빛이었다. 도로가 연결되면서 고군산군도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떠오른 섬, 무녀도에 마지막 불빛으로 홀로 남게 된 무녀도초등학교가 이 섬마을의 꺼지지 않는 빛으로 남아 반짝이기를 바란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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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학교 #고군산군도 #선유도 #수학여행 #영화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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