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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메아리]소설과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으로 보는 샹그릴라

이승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고문

1933년에 출간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은 우리에게 샹그릴라를 선사하였다. 설산 아래 금빛 찬란한 라마교 사원이 있고, 빙하· 호수· 대초원이 있으며, 방마다 산더미처럼 책들이 쌓여있는 곳, 나이 들어도 늙지 않는 곳, 황금이 널려 있는 곳……. 무엇보다 세상에 만연한 병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곳. 지리적으로는 히말라야 동부 티베트 어느 지역쯤으로 묘사된다.

소설은 발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은 연방 공무원 휴양소 이름을 샹그릴라로 명명(훗날 ‘캠프 데이비드’로 개명)하는가 하면, 콜롬비아사에서는 두 번(1937년, 1973년)에 걸쳐 영화를 만든다. 히틀러는 소설의 배경이 될 만한 히말라야 동부에 특수부대를 일곱 번이나 파견한다. 탐험대의 일원이었던 두 사람이 네팔 주둔 영국군에게 잡혔다가 티베트로 탈출하게 되고, 그들의 티베트 생활상이 논­픽션으로 발표된다. 영국은 훗날 〈티벳에서의 7년〉이란 영화를 만드는데, 중국은 이 영화가 자국의 티베트 강점이 주제라는 이유로 반 중 영화 1호로 낙인찍는다. 

소설에 기반한 동명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1937)>를 중심으로 샹그릴라에 다가가 본다. 주인공 ‘콘웨이’는 인도 바스쿨의 영국 영사관 근무자다. 토착민들이 폭동을 일으키자 백인들을 피난시킨 후 일행 4명이 낯선 비행사가 조종하는 비행기로 이곳을 떠난다. 비행기가 히말라야 상공으로 추정되는 곳을 날고 있는데……. 이 부분 책의 묘사를 보자. ‘만월이 떠오르고, 마치 하늘의 등불 켜는 사람처럼 봉우리들을 하나씩 비추자 마침내 검푸른 밤하늘을 배경으로 긴 지평선이 빛나면서 나타났다.’ 

잠시 후 흔들거리던 비행기는 눈 쌓인 산골짜기에 불시착한다. 한참 뒤 난데없이 나타난 현지인들의 인도로 라마사원에 도착한다. 이 일대가 이른바 샹그릴라(Shangri-La)라는 것. 1734년 카톨릭 ‘페로’신부가 산에서 길을 잃고 이곳 라마사원에 도착했다. 불로의 영약과 산속 정기를 마시고 건강한 몸이 되어 90세 나이에 라마교 교두가 되었고, 지상낙원을 설립하였다.

이곳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던 중 콘웨이는 페로 신부를 만난다. 신부는 자기 뒤를 이을 ‘하이 라마’(승정을 이르는 말)로 콘웨이를 지목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이들 일행은 사고를 당한 게 아니고 이곳에 초청된 것이라 해야 할성싶다. 

신부의 말이 이어진다. “……. 요즘 세상을 보시오. 강대해진 국가들이 제각기 분별없이 세력만 팽창시키고 살상적인 전쟁 무기가 증강돼서 무장군인 한 명이 한 군대와 맞먹게 되오. 지배욕과 광기로 혈안이 된 인간들이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파괴하는 것도 봤소.” 이곳 블루문 계곡에서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며, 자기 뒤를 이어달라고 부탁한 후 앉은 자세로 절명한다. 

콘웨이는 일행의 성화로 결국 이곳을 떠나는데, 동행자들은 눈사태와 사고로 행방불명 되고 홀로 구조된다. 병원에서 탈출을 감행하는데, 단신으로 설산을 헤매다가 극적으로 다시 샹그릴라에 도착한다. 

평화와 안락 속에서 생존과 투쟁이 아닌 삶이 환희로 다가오는 곳을 꿈꾸지 않았는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불로의 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갈구할 신비의 꿈 샹그릴라. 그런데 샹그릴라는 ‘디칭’ 토속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이란 뜻이라니 아이러니다. 제목에 나오는 ‘지평선’도 환영의 소산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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