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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가 대수인가요”…땡볕 아래 돗자리 편 무주산골영화제의 힘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 2030 취향 저격해 중장년층까지 흡수
밀려드는 인파 속 ‘조용함과 여유’라는 영화제 정체성 지키기 과제

5일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열리는 무주 등나무운동장에서 최유리 공연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 모습. /박은 기자

“3만원만 내면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쉴 수 있는데 거리가 대수인가요?”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한창인 5일 오후. 영화제의 핵심 공간이자, 관람객 밀도가 높은 무주 등나무운동장은 영화제의 열기로 가득했다. 내리쬐는 햇볕에도 운동장 한가운데 돗자리를 펼친 방문객들의 얼굴엔 여유와 미소가 넘쳤다.

서울에서 버스로 무주까지 찾아왔다는 한 관객은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화창한 날씨 덕분에 버스에서 내려 영화제 주변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며 “3만원으로 1일권을 끊었는데, 영화도 보고 공연도 즐기고 돗자리에 누워서 편안하게 쉬었다. 내년에도 무조건 다시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등나무운동장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최유리의 공연이 펼쳐져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5일 찾은 제14회 무주산골영화제 등나무 운동장 모습. /박은 기자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는 무주산골영화제의 인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천안에서 언니와 무주산골영화제를 찾았다는 우지윤(29)씨는 영화제 마지막 날인 8일까지 머무를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새 핫한 영화제로 자리잡다 보니 한 프로그램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무주산골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상영작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실제 지윤씨는 3년 전 친구와 함께 무주산골영화제를 방문했고, 숲속에 둘러싸여서 본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에 매년 영화제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5일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상영작인 ‘인사이드 르윈’, ‘컴플리트 언노운’, ‘돌아보지 마라’까지 세 영화를 모두 관람할 계획이다. 지윤씨는 “다른 영화제와 달리 무주는 자연이 주는 여유가 독보적이다”라며 “덕유산 숲속에서 밤새워 영화를 보는 낭만과 메리트 때문에 해마다 친구들에게도 방문을 강력히 권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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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찾은 무주산골영화제 플레이존에서 방문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박은 기자

주목할 점은 2030세대를 겨냥한 무주산골영화제의 감성과 공간적 특성이 중장년층까지 끌어안는 세대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딸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60대 배정숙씨는 등나무 운동장이 주는 아름다움에 놀라웠다고 했다. 다른 영화제 경험이 전무하다는 배 씨는 “딸이 함께 가자고 해서 왔는데 와보니 참 좋다”며 “영화제인데도 마치 시골축제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프로그램들도 다양해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관객이 알아서 공간을 찾아오고 스스로 축제를 확장하는 ‘무주 팬덤’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산된 정서적 기획의 결과물이다. 세련되면서도 자연을 해치지 않는 무주만의 공간 기획이 피로감에 지친 현대인들의 취향과 맞물리면서 매년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찾아오는 영화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는 새로운 숙제를 안기기도 한다. 영화제의 흥행이 커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고유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자연이 가진 조용함과 여유를 잃지 않으려면 영화제 고유의 밀도를 지켜내야 한다는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조지훈 부집행위원장 겸 프로그래머는 “우선 영화제를 잘 마무리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저희는 항상 관객에 의해서 변화를 해왔다. 관객들을 어떻게 더 만족시킬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서 고민하고 움직이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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