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2-05 15:15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청춘예찬

견뎌내는 힘

매년 반복되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올해는 유독 더 더운 거 같아”를 반복하는 계절, 여름이 찾아왔다. 정수리를 뚫을 듯 내리쬐는 햇빛과 끈적하게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생각하면 그리 좋아하는 계절이 아니다. 하지만 푸릇푸릇한 나무와 꽃들이 바람과 함께 살랑살랑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즐겁기도 하고, 술래인 햇빛을 피하고자 그늘을 찾아다니며 숨바꼭질하듯 일상을 보내고 나면, ‘나름 알차게 보냈구나’ 기억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렇게 천천히 이 계절을 여러 감각으로 느끼다 보면 유독 뿌듯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 벗어던져도 덥고, 아무리 시원한 것도 뜨겁게 만드는 무더위에서 쓰러지지 않았음은 결국, 버티고 견뎌낸 자가 강한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달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요즘은 ‘견뎌내는 자가 강하다’라는 표현이 마음에 머문다. 살아남고 싶기에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해야만 살아남는다’라는 우열을 나누는 사회적인 강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강함’이란 스스로,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가치를 가졌기에 좋아하는 표현이지만 때로는 이 표현을 마음껏 담을 수는 없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소위 ‘약자’라 분류되는 질병과 장애, 가난과 소수자, 인종과 성별과 같이 ‘다름’을 가진 이들이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음에도 자본과 우월주의라는 테두리에서 강함과 약함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때론 강함을 드러내기 위한 이용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름’을 가진 주체가 정말 약해서일지 아니면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는 ‘차별’이 옳고 그름의 기준을 흐리게 만든 것인지 확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다름’에 의해 삶이 존중되지 못하고, 약해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나 또한 지나왔던 삶에서 약자였고, 어쩌면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프레임은 잘 벗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약해서일 수도 있고, 세상이 나를 약하게 만들어서 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사실은 현재 내가 가진 신체적인 장애는 극복할 수 없다. 그렇기에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적응하다 보면 결국은 나만의 방식과 지혜로 견뎌내게 된다. 앞으로도 나를 비롯해 우리는 어떤 어려움과 상황들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견뎌내는 자가 강함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기꺼이 함께 견뎌내자. 그래서 자신과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보자. 여름의 무더위 속 목적지를 걸어가야 할 때, 그늘은 보호막이자 안식처가 되어 무사히 그 여정을 견뎌낼 수 있게 한다. 다르게 말하면,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주체들에게는 뜻을 함께하여 힘이 되어주는 공동체가 있다. 나에게는 해시담이 그러하며, 앞으로도 많은 당사자에게 그런 해시담의 가치가 닿았으면 한다. 약육강식 사회에서 나를 둘러싼 대부분이 나를 ‘약자’으로 바라볼 때, 내가 강해지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고 있는 해시담과 다양한 영역 및 형태를 가진 ‘공동체’의 노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가진 한계가 사회적인 한계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주어진 삶을 잘 견뎌내기 위해서는 제도, 환경, 서비스, 등 다양한 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변화를 위한 힘은 지역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나’라는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27 17:26

지역에서 활동가는 어떤 존재인가?

최근에 한 청년단체와 인터뷰를 한 일이 있다. 인터뷰의 목적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들은 지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였다. 구체적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은 어떻게 ‘돈을 벌며’ 살아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인터뷰했다. 나는 둥근숲 공간을 운영하는 공간기획자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니 지역에서 활동가로, 기획자로 지속가능한 삶을 산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활동가로서 살아가는 삶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대체 활동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우선 활동가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는 사람.” 이것으로는 부족한 듯싶어 나무위키의 설명을 덧붙여보면 “대체로는 시민단체나 정당 등에서 사회운동에 투신하고 현재 실현되지 않았으나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갈망하여 행동하는 사람들을 운동가 혹은 활동가라고 호칭한다.”라고 쓰여있다. 꽤 무거운 설명이 아닌가 싶다. 내가 느끼는 주변의 청년 활동가들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위해 각자의 기획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사람 정도가 적당하지 싶다. 이렇듯 우리는 활동가라는 지역사회가 정의하지 못한 단어의 범주에 많은 사람을 포함해 획일화된 태도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이게 활동가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어렵게 하는 게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활동가는 앞서 말했다시피 사회의 변화를 위해 각자의 기획으로 여러 시도를 하는 사람이다. 그럼, 활동가들도 기획자라 할 수 있겠다. 이런 활동가들은 대게 지역에서 보조사업을 통해 예산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여러 활동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기획자들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예산을 정리하는 모든 일을 총괄한다. 프로젝트 매니저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과 다름 없다. 예산의 규모도 몇백만 원에서 몇천만 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기획자 몫의 인건비는 그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을 하고도 합당한 값을 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지역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이게 지역 활동가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 내가 지금까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보조금 사업을 해보기도 하고, 둥근숲 공간을 운영하며 보조사업을 받아 수행도 해봤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이해가 되는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우리 지역사회가 활동가, 기획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일까? 사전적 설명처럼 지역사회를 위해 한 몸 투신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니 돈이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오히려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인데 오래오래 할 수 있도록 더 챙겨줘야 하는 게 아닐까? 좋은 마음으로 하는 활동들은 돈을 바라면 안되는지. 사회에 필요한 활동을 하며 돈을 버는 게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난 아직 이런 물음에 명확한 답을 주는 사람을 찾지 못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들만 늘어놓았지만, 여러 보조사업이 지역의 문제에 관심 있는 초기 단계의 활동가에게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경험을 가진 기획자가 된다. 중요한 건 이런 경험이 쌓인 기획자를 지역이 어떻게 지역에 남게 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 지역사회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우리의 태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야만 우리 지역의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20 17:27

일상의 소중함

마지막 칼럼에 대한 내용을 많이 고민했다. 마지막이다 보니 주제에 대한 고민을 글을 쓰기 직전까지 고민하였다. 하지만 마지막 칼럼은 문화예술 번외로 최근 나에게 일어났던 일로 글을 적어보려 한다. 2주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할머니를 뵈러 가족들과 병원으로 갔다. 두려운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도착했고, 이미 임종을 맞이한 할머니 얼굴을 뵙게 되었다. 할머니의 얼굴은 나의 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고 계셨다. 할머니가 영영 떠났다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나를 뒤덮었지만, 동시에 안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곧이어 가까운 친척들이 도착하고 장례식장으로 모두 이동하였다.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상복으로 갈아입고 엄마에게 하얀 리본 핀을 달아주었다. 슬픔이 잠식할 것만 같았던 공간은 점점 생기가 돋았났다. 오랫동안 못 보았던 친척들을 보니 매우 반가웠고,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고 육개장을 정신없이 날랐다. 그리고 입관식을 하였고 그때 뵌 할머니의 얼굴은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할머니의 연세가 97세였는데 그동안의 생명 연장 과정은 자식들의 욕심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맞닥뜨린 엄마와 삼촌 이모들은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장성한 자식들이 모두 잘 되어 함께하는 것이, 이것마저 복인가 싶었다. 장례 둘째 날이 되었다. 잠깐 쉴 수 있는 시간엔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촌들과 인사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3일이라는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뒤이어 삼우제를 지내고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어색할 것 같았던 사촌들과 허물없이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10년 만에 본 사이인데도 어제 본 사이처럼 편안한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 시간이 할머니가 주신 선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뒤도 안 돌아보고 찾아와 준 친구들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데 이 소중한 관계를 내가 그동안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상 중에 기업과 약속했었던 대규모 강의를 나갔었는데,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돈을 벌러 가는 내 모습에 마음이 힘들었다. 그런데 이때 했었던 강의의 블로그 리뷰를 좋게 본 기관에서 또 다른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일할 수 있는 기쁨’을 잊고 있었는데 의뢰 들어온 강의가 할머니가 주신 선물 같아 “할머니가 나를 도와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겪고 내가 깨달은 것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칼럼에서 하고 있는 내가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이 이치를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 가치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나의 글에 공감할 것이다. 나는 이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잊고 지냈었다. 말로는 현재에 감사하다고 했지만 온전한 진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소중한 가치를 많은 사람이 느껴보았고, 느껴보지 못했다면 느껴보길 바란다. 진정으로 삶이 행복해지고 감사해질 것이다. 매사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하니 기분 나쁜 일도 없었다. 이 글은 청춘예찬의 마지막 칼럼이 될 것이다. 마지막 칼럼은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이 글을 쓰게 해주신 할머니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 내가 행복한 것처럼 모두가 행복하길,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13 15:11

청춘의 여정

한 회사에 오래 다니며 정년퇴임을 하는 우리의 어르신들의 성실함을 이어 받지 못한 걸까? ’한 가지 일에 끝을 봐야지‘라 말씀하신 어르신들의 충고가 왜이렇게 거스르고 싶은지. 이 것이 청춘인 건가? 2020년 4월 부터 준비하고 많은 시행착오 끝에 홀로 10월에 이름도 생소한 제로웨이스트샵을 오픈하였는데 시간이 흘러 5번의 해가 바뀌었다. 그 시간 동안 환경은 친환경에서 필환경이 되었고, 환경 교육이라는 게 더이상 특별교육이 아닌 의무교육이 되어 있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느냐 묻는다면 선두에 서서 변화의 혁신을 일으키진 못했으나 자원순환으로서 지역 내에서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미는 전달하지 않았나 하는 자찬을 해 본다. 그러나 현재 내면의 거울을 보고 있노라면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의 색이 더 진한 잔잔한 강가에 자리 잡은 물고기 같았다. 잔잔한 강가 머물다 보니 안주해지고 더 이상의 그 이상이 생기지 않을 것만 같은 불안감도 때론 생각났으며, 또 신선한 물고기를 보면 질투도 났다. 점점 강의 색이 나의 색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어느 시점, 더 넓은 세상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이젠 이 잔잔한 강가를 떠나려 한다. 일각에서는 이정도면 자리 잡은 활동가인데 아깝지 않으냐라고 걱정해 준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도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가 생소했을 무렵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창업했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를 낯설어 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아가 탄소중립을 외친다. 약해질 때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은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조동화 님의 시를 매번 되새겼다. 내가 가진 신념에 대한 소신의 답이 있다면, 그걸 계속 증명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만 4년 동안 지역에 함께 하면서 다양할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원을 순환하기 위한 재활용품 또는 재사용품들이 매장에 모이고, 또 절대적인 필환경을 외쳤을 때에 느꼈던 희열과 자부심은 그 어떤 순간들과 비교할 수 없게 자부심을 느꼈다. 낯선 단어였지만 이 단어의 뜻을 매장에서 형체화 시켜줬고, 어떻게 하는 방법을 알려 줬으며,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이런 성향의 나는 절대 이 강에 만족스러울 리 없다. 그래서 더 큰 바다로 나아가 가서 환경의 의미를 배우고 또 되새기기 위해 머나먼 향해를 떠날 예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환경활동가의 종말 서사를 이 칼럼에 기록하는 이유는 내 선택이 정답인지 오답인지 끝없이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달 해주고 싶어서이다. 청춘, 푸른 봄이 지난 6월의 어느 날, 나의 청춘은 어떤 색깔일까? 그리고 어떤 모습일까?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나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36살의 청춘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증명해 나가기 위해 도전도 하고 모험도 떠나는 여정들이다. 그러면서 느끼는 배움의 결과물들이 40살의 나를 만들 것이고, 그 40살의 어느 날들이 모여 ‘나’라는 수식어를 꾸며줄 것이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6.06 15:33

대중(大衆)교통이 놓치고 있는 무리에 대하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바쁜 일상 속 이동의 편리를 위해 다양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특히 ‘버스’는 일정한 시간대로 움직이는 규칙성과 택시나 지하철보다 저렴한 이용금에 따라 높은 접근성을 지닌다. 그리고 사회 속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인권이 발달함에 따라 버스의 형태도 계단이 많은 일반 버스(2단 이상) 형태에서 차고의 단차가 낮은 ‘준저상 및 저상’버스가 현행되고 있다. 이는 노인, 아동, 임신부, 장애인, 목발 이용자 등의 교통약자와 일반고객의 접근성에도 편리를 제공한다. 특히 입출구에 단차를 없앤 저상버스(초저상버스)의 경우는 휠체어나 유아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슬로프 장치과 좌석을 마련하여 배리어프리(barrier-free)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장치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안도감을 가지게 하는 것일지 그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 감동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저상버스의 목적만큼 아직은 우리의 현실에서 다양한 교통약자들이 충분히 배리어프리의 장치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통약자’라는 표현으로 우리는 얼마나 다양한 대상을 떠올릴 수 있을까? 노인, 아동, 임신부, 휠체어, 유아차, 목발 이용자, 등 다양한 대상이 있지만 아마 가장 많이 떠오르는 대상은 ‘노약자’이지 않을까? 버스를 타면 가장 먼저 보이는 좌석도 ‘노약자’ 우대 좌석이며, 대중교통의 이용 시 배려를 배울 때에도 “어르신들께는 자리를 양보해야 해”를 먼저 배운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교통약자의 범위가 제한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교통약자를 고려하고 배려하는 대중교통의 문화에서 아직도 이용대상에 제한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단순히 고정된 인식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일상 속에서 스쳐지나간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보자. 우리가 버스를 이용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1. 자주 이용하는 정류장에서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객이 기다릴 수 있는 배려공간이 있나? 2. 도로나 인도에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객이 정류장에 접근할 수 있는 주변 경사로가 있나? 3. 버스를 타고 내리는 휠체어 및 유아차 이용객을 위해 슬로프와 좌석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모습은 일주일에 몇 번 정도 봤지? 4. 교통약자 스티커에 어떤 픽토그램이 표시되어 있지? 5. 교통약자 좌석이 좁거나 턱이 올라와 있지는 않나? 이 의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풍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까. 매일 일상에서 다양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다양한 교통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주하기란 쉽지 않다. 몇 주 전, 집으로 향하는 시내버스 안에서 교통약자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노약자, 임신부, 휠체어 및 목발 등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스티커였다. ‘이 자리는 필요로 하시는 분께 양보해 주십시오.’라는 문구와 좌석을 바라보는데 ‘모순’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가득 채웠다. 좌석은 손잡이 봉에 가려서 진입로가 너무나 협소했으며, 엔진으로 인해 바닥은 높게 올라와 있었다. 스티커에 담긴 그 어떤 대상도 편리해 보이지 않는 좌석이었다. 물론 모든 버스가 그렇진 않겠지만,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편의에 대한 기준과 배려가 더 이상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모두를 위한 환경과 사회적 가치가 그 역할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상에 대한 인식에서만 멈추지 않고 실질적이며 진실되게 실천해야 하지않을까.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30 16:39

지역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하나가 논란이 되었다. ‘메이드 인 경상도’라는 지역탐방 콘텐츠인데 그 지역 출신 유명인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 직접 지역을 돌아다니며 웃음을 주는 개그 콘텐츠다. 나도 꽤 재미있게 즐겨보던 콘텐츠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북 영양군을 방문하여 찍은 편에서 지역을 개그의 요소로 사용하는데 선을 넘었고 지역 비하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논란이 불거진 뒤 경솔하고 무지했음을 반성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지역이 콘텐츠가 되는 건 환영이지만 이런 일들이 영 달갑지 않다. 보통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로컬콘텐츠라는 것들을 대부분 지역의 유명한 것들을 찾아보기좋고 이쁘게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없지는 않았다. 노잼의 도시 대전이라던가 마계인천 등 지역의 이미지와 연관 지어진 별명들이 밈처럼 개그콘텐츠화 되어 다양하게 소비되기도 했다. 이런 밈들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유쾌하게 콘텐츠가 되었지만 이번 피식대학의 영양군 콘텐츠는 그렇지 못했고 불쾌함만 남겼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로컬크리에이터랍시고 콘텐츠들을 기획하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들을 만들어왔나?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 때는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고민해야 하는가?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질문들이 머릿속에 쏟아졌다. 그동안 깊게 고민해 본 적 없는 것들이다. 지역에 살고 지역이 좋다고 말하면서 지역이 좋은 콘텐츠로 많은 이들에게 소비되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왜 그 기준에 대해선 고민한 적이 없었다. 로컬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은 작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당장에 소비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팔리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만 생각하다 보면 외부인이 아닌 지역에 사는 우리조차도 이런 실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고민해 두어야 나도 나중에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피식대학 사건과 관련한 기사에 댓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웃음을 만드는 것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건 다르다.’ 무엇이 지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는가. 결국은 태도와 공감이 결여된 콘텐츠가 차이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태도는 지역을 보이는 것만 보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깊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다 알 수 없듯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진짜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콘텐츠의 깊이도 부족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게 콘텐츠를 만나는 이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들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은 한 사람처럼 하나의 대상이 아니다. 그곳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불편함과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역 콘텐츠라고 해서 마냥 좋은 메시지만 전하자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한 깊이가 정말 중요할 것이다. 지역소멸의 시대에 로컬콘텐츠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고 흔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소비하다간 이번 피식대학 사건처럼 지역이 상처받는 일이 또 생기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지역을 지키며 잘 알리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부터 이런 고민을 해두어야겠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23 15:00

꼬리에 꼬리를 무는_로컬에서 살아남기 2

이전 칼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에서 로컬에서 청년들이 자리 잡기 위해선, 다수가 모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의 힘보단 소수, 소수보다는 다수의 힘이 크다는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난 후의 행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글에선 '꼬리의 꼬리를 무는'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말해보려고 한다. 우선 사람이 모이면 ‘뭐’라도 하게 된다. 이때 그 ‘뭐’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무엇’을 하게 될 때 의미를 담고 잘 해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내가 지역에서 처음 하게 된 일의 시작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의 소개로 지역 축제 체험 부스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기록을 블로그에 기록하였다. 그 게시물을 보고, 또 다른 행사 기획자분에게 섭외를 받았다. 매 행사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어 1년에 100회 이상 강연과 체험부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결과를 좋게 내니 이분 저분 소개를 받아 점차 우리를 불러주는 곳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기회들은 축제 체험 부스 운영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 강연, 공공기관 강연 및 학교 강연으로 이어졌다. 로컬의 좋은 점은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추천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물건 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소개시켜준다. 또한, 일(work)들이 꼬리를 물기 위해선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나에게 ‘일을 줄 대상은 누군지, 나를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지, 만족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전략적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내가 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악기를 다루는 ‘청년 음악인 A’라고 생각해보자. 예술인 A가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정의해보고 그리고 나에게 일을 줄 ‘대상’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일반인 교육생을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일반인 교육생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재단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눈에 띄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우선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내가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릴 것 같다. 그리고 해시태그를 사용해(#완주음악강사 #전주바이올린) 그들의 눈에 빠르게 띄도록 온라인 PR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과정을 전부 온라인에 아카이빙하고 교육 과정 동안 교육생과 기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일은 꼬리를 물고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거나 예술을 그만두는 예술인들이 많다. 일이 없는 것은 정말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일을 할 준비가 안되어서 일이 없는 것이다.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일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이 구조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본인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16 15:56

화장품 어택, 그리고 남겨진 것들

2021년, 전국적으로 환경의 가치를 담고 있는 상점에서는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모으는 가칭 ‘화장품 어택’을 진행하였다. 유리용기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사용을 다한 화장품 용기는 자연스럽게 분리배출을 하지만, 사실상 90% 이상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재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재활용 가능’한 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더(Other), 불투명 유리 등은 재활용이 불가능했다. 우리의 요청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1. 환경부는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 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에서 화장품 용기에 대한 적용 예외를 철회하라! 2. 화장품 업계는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은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시하라! 3. 화장품 업계는 한시 빨리 재질과 구조를 변경해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한 지속 가능한 포장재로 변경하라! 즉,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 강화를 기준으로 수거된 공병은 다시 화장품 용기로 재활용 되도록 하고,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로 생산자의 재활용 책임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였는데,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기 개선 촉구를 위해 2주 동안 7,500여 명의 온라인 서명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모았고, 전국 88곳의 상점에서 8,000개에 달하는 화장품 용기가 모여 LG생활건강에 기자회견으로 목소리를 낸 결과 화장품 업계의 '재활용 어려움' 등급 표시 면제 혜택이 중단되었다. 화장품 어택의 남은 과제는 아래와 같다. 첫째, 재활용 어려움 90% 화장품 용기의 재질을 조속히 개선하여 펌프에서 금속 스프링을 제거하는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재질로 변경하는 것이다. 둘째, 화장품 업계는 실효성 있는 공병 회수 체계를 마련하여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가 큰 샴푸, 린스 같은 바디 제품은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로 변경해 분리배출 원칙에 따라 재활용 체계에서 수거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부피가 작고 내용물 오염이 우려되는 스킨케어 및 메이크업류는 화장품 업계가 책임지고 재활용하는 것이다. 셋째, 화장품 업계는 세척, 건조, 살균이 용이하고 내용물 리필이 편리한 재사용 용기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과 자원 순환을 위한 ‘리필 재사용’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2024년에 바라본 지금은 어떨까? 화장품 멀티샵만 가도 ‘Re 플라스틱 사용’, ‘비건 화장품’, ‘친환경 용기’, ‘쉬운 라벨 제거’ 등이 기업의 마케팅이 되어 소비자를 자극하게 되었다. 2023년 4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의 결과 응답자의 90.7%에 해당하는 907명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라고 답했고, 또한 응답자의 95.3%이 "일반 제품과 비교하여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겠다"라고 답했다. 화장품 내용물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포장재를 줄이고, 재활용 가능성이 높은 포장재로 대체하는 것까지, 소비의 트렌드가 물건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판단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화장품 어택’은 나비효과(나비의 작은 날갯짓처럼 미세한 변화, 작은 차이, 사소한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나 파장으로 이어지게 되는 현상)를 직접 경험하였고, 나 하나의 목소리는 미약하지만 함께하는 연대의 목소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빨대 어택, 통조림 뚜껑 어택, 아이스크림 스푼 어택, 일회용기 포장 용기 어택, 일회용 컵 어택 등 다양한 어택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에서 힘을 보탰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09 15:14

가치가 닿는 감정과 속도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동기(원동력)가 있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하고, 혹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 이유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늘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이루고 싶은 소망이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 삶을 계획하고 이뤄나가는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계획은 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마치 나의 소망과 계획은 모래성처럼 파도가 치면 자꾸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다져놓은 나의 작품이 이불처럼 덮쳐오는 파도에 휩쓸려가면 또 짓고, 휩쓸리면 또 짓고, 그렇게 무한 반복이었다. 가로막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 더이상 머릿속에 도안을 그리기가 무기력해질 때쯤, 내가 생각해내는 것보다 앞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설레임이다. 마치 해가 쨍쨍한 더운 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가 발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랄까? 장애를 경험했고, 앞으로도 경험해 나가야 하기에 깊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진실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바로 ‘장애이해교육’ 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누군가는 “이런 교육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선생님 저희 학교에 또 오세요!”라는 소중한 마음을 전해준다. 이러한 마음들이 교육의 가치를 존재하게 하고, 내 삶의 가치를 북돋아준다. ‘장애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는 것’. 우리 교육의 슬로건이다. 교육을 거쳐가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부디 이 한 문장만은 남아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식적인 이해보다 감정이 주는 ‘기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 더더욱 나와 관련이 있을수록 장애는 쉽게 받아드리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교육을 하면서 늘 기쁘고 좋은 감정만을 교류하지는 않는다. 결국 교육을 듣고 나면, 내 가족이, 친구가, 혹은 ’나‘라는 사람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게 된다. 한 초등학교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제 동생은 7살인데 눈도 잘 안 마주치고, 말도 못하고, 설명해주신 것처럼 혼자 똑같은 행동을 많이 해요! 그럼 제 동생도 장애가 있는 걸까요?” 별도로 몇 번의 질문을 통해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의 동생이 자폐스펙트럼 특징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에 “선생님이 지금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아까 우리 함께 공부한 특징이 보이고 있네요?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하자, 순간 질문한 학생의 표정이 너무나 슬퍼졌다. 장애가 틀린 것도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며 그저 다른 것인데 그 다름이 때론 ‘슬픈’이 되는 것을 알기에 학생의 표정에 익숙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처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교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각자마다 닿는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또 누군가는 혼란과, 슬픔과 수용의 시간을 지나 닿게 되겠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 장애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이를 경험하는 이들이 슬픔의 속도는 빠르게 흘러가고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은 아주 천천히 여유롭기를 바란다. /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02 16:44

지역 청년이 바라보는 인구감소와 지역의 삶

인구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뜨겁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세계적으로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인구소멸이 아닌 절멸, 종으로 치면 멸종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인구소멸에 대한 이야기가 전국적인 화제인 요즘 지역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인구문제는 더 크게 와닿는다. 내가 좋아하고 앞으로 내가 살아갈 전주라는 도시가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기존에도 지역에서의 청년인구 유출 문제, 인구감소 문제는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오던 문제였다. 지역의 인프라가 부족하고, 일자리가 부족하니 청년들이 떠난다. 살기좋은 환경과 일자리를 만들면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역 지자체는 인구성장을 염두에 둔 지역계획들을 수립했고 이곳저곳을 개발했지만, 전라북도의 인구는 계속해서 줄어들어 왔다. 그나마 인구가 늘어왔던 전주시마저 최근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국가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영향도 있겠지만. 이젠 지역이 인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역의 인구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자. 우선 인구감소가 왜 문제인가를 생각해 보면 결국 경제문제와 닿아있다. 인구는 노동력이다. 인구의 감소는 생산성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경우 인구가 감소하는 데 비해 고령화율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는 줄어들고 나이 드는 사람이 많아지니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어 미래세대에 지워질 부담이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역일수록 더욱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이미 몇몇 군 단위 지자체들은 인구문제를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예견된 미래였던 인구문제는 이미 시작된 걸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청년들의 지역 유출을 고민해야된 시기는 이미 놓쳤다고 생각한다. 이젠 청년인구 유출이 아니라 청년들이 아예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기존에 하던 인구문제의 대응으로는 지금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도 필요하지만, 마냥 국가에 의존하다간 내가 사는 이 지역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년의 입장에서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지역은 이랬으면 한다는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청년들을 단순한 생산인구, 인력으로 보는 게 아닌 인재로 보고 접근했으면 한다.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게 아닌 정말 일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정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함께 살 수 있는 커뮤니티가 탄탄한 지역이면 좋겠다. 요즘 공동체가 많이 소원해진 사회라고는 하지만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예전같은 공동체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안전한 커뮤니티를 만드는데는 노력이 필요해졌다. 이런 노력을 하는 지역이라면 인구문제 속에서도 활력을 잃지 않고 지역을 지켜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구문제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각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인구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의 현실적 문제로 인한 세대 간의 갈등보다는 미래를 위한 협력으로 지역이 인구문제를 해결해 나갔으면 한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4.25 18:26

문화예술 교육의 필요성

문화예술 교육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예술 교육은 일반적으로 미술, 음악, 문학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취미 미술, 악기 다루기, 노래 부르기, 글쓰기’등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 교육은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삶을 대하는 자세, 가치관, 사회 체계 등’을 예술교육을 통해 바라본다. 사실 문화예술 교육은 삶을 살아가는데 ‘의・식・주’ 만큼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문화예술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교육은 우리 삶 전반적인 모든 것들에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사례로 들어보겠다. 지역 내 문화센터에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교육)을 의뢰받았다. 센터 측에선 사회 문제를 담고 참여자와 함께 해결해 보는 프로그램을 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엔 다양한 문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인식 개선’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대 사회에선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있다. ‘조손 가정,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입양 가정, 재혼 가정’ 등. 앞서 말한 가족의 형태는 틀리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사회 속에선 정상 가족(엄마, 아빠, 자녀)과 비정상 가족을 나누어 생각하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 교육 현장에 있는 나는 정말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문제를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인식 개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다. 그리하여 참여자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긴 배경을 알아보고 과정과 사례,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초상화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매 차 시마다(총 11차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 아카이빙 하였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들을 나누었다. 이때 나왔던 얘기들을 몇 자 적어보겠다. “나는 아빠 없는 애들은 예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 엄마 혼자 키웠는데 애가 참 밝더라고..”, “새엄마를 계모라고 부르면 안 되겠어, 새엄마여도 야무지게 친자식처럼 키우더라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문화예술 교육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수학이나 과학처럼 세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실용적인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도덕적・이타적・이상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밑 바탕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나와 다른 이의 생각(문화)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예술 교육은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문화예술을 통해 치유와 회복을 받는다. 예를 들면, 슬픈 일이 있을 때 노래를 들으며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예술 교육은 우리 사회에 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영화 한 편을 제작할 때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 또한 이는 관광 산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촬영지가 있으면 그곳이 명소가 되어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이는 예술과 문화가 지역 사회의 새로운 에너지를 가져다주고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예술교육을 전적으로 지원하여 개인과 사회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만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4.18 15:08

고기 없는 월요일

친환경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환경 실천법 등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간헐적으로 자주 듣는 말이 “사장님은 당연히 비건이시죠?“ 이미 확신에 찬 눈빛으로 질문을 하지만 애석한 표정으로 ‘아… 저는 고기를 즐겨먹는 편은 아니지만, 비건은 아니에요..‘ 흐리며 답을 했다. ’친환경 가게를 운영하니 당연히 비건을 실천해야 하나?‘ 나름의 고민을 했지만, 라면에 김치를 즐겨먹는 나로서는 라면 스프의 고기 분말 가루 혹은 김치의 새우젓 포함 여부를 따져가며 실천할 의지가 나약했기에 절대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 생각을 전환시켜 주는 계기가 있었다. 본인이 실천하는 환경 이야기를 잘 전달해 주는 손님이 있었는데, 세상 해맑은 미소와 결의에 가득 찬 목소리로 "저는 오늘부터 비건이에요! 오늘부터 고기 없는 월요일을 맞이할 거예요!"라 하길래 "우와! 정말 멋있어요!"라 답하면서도 '으응? 잠깐만, 그럼 화수목금토일은?' 라 속으로 반문했다. '고기 없는 월요일'은 사람들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장려하는 국제적 캠페인으로 '일주일 중 하루면 세계를 변화 시킬 수 있다."라는 슬로건으로 영국의 팝 밴드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가 2009년 기후변화협약을 위한 유럽 의회에서 제안하면서 전 세계에 널리 퍼졌다. 월요일은 일반적으로 주간의 시작이라서 주말의 고기를 먹지 않던 습관을 잊게 될 수 있으며, 다른 선택들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매주 건강한 습관을 다시 시작하라고 촉진하는 것도 성공을 장려한다. 전북교육청은 '2023년 저탄소 채식의 날'을 운영하여 월 2회 실천하고 있으며, 운영학교(50교)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K-Fruit Day' 사업을 통해 기존 학교 급식 식단에 국내산 과일을 추가로 배식하는 것으로, 푸드 마일리지가 낮고 탄소 배출이 적은 우리 고장 로컬 과일 또는 국내산 과일을 제공하여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학생들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소 1마리가 하루에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양은 약 600L로 이는 1년간 소형차가 내뿜는 배출량과 흡사한 양이다. 고기 생산 과정은 채소나 과일 생산 과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할뿐더러 많은 이산화 탄소를 배출한다. '고기 없는 월요일'에 따르면 연간 23억 명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이 고기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일주일에 하루 고기 먹지 않는 습관을 1년 동안 유지하면 560km를 운전할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구 환경 문제 측면에서는 축산업은 온실가스 방출의 주요 요인으로 지구 온난화 현상을 가속하며, 개인 건강 문제 측면에서는 적색육과 가공육은 암의 발병에 영향을 주며, 고기소비를 줄이면 암, 심장병, 뇌졸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동물 복지 문제 측면에서는 공장식 축산업에서 농장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고기 없는 월요일'은 복합적인 문제에서 개인이 지금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극단적인 걸 싫어한다. 하지만, '1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100명의 플렉시테리언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말과 해맑은 미소로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 라 자신 있게 말한 손님은 작은 용기가 되었다. 이 글을 본 사람들에게 내가 받았던 작은 용기를 돌려주고 싶다. 돌아오는 월요일, '고기 없는 월요일'을 가정에서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4.11 16:54

소비자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장애’

지난 3월 25일 해시담에서는 ‘전주시 무장애관광환경 활성화’사업으로 전주시 한옥마을, 객리단길, 웨리단길에 있는 10개의 상점에 ‘입간판형 이동식 경사로’를 설치하였다. 이는 고정식 경사로가 불법점유물 문제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대안점으로, 경사로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접어서 입간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이동식 경사로이다. 단순히 경사로가 필요한 대상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경사로를 이용 및 활용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상점주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능을 기존의 상품과 달리 해시담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였다. 앞으로 남은 사업의 과제는 장애인 및 이동약자의 접근권이 향상될 수 있도록 10개 상점에 대한 홍보 활성화 단계가 남았다. 이번 사업을 통해 가장 주된 나의 과업이 있다면, 그것은 상점주에게 장애인이 ‘소비자’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교육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소비자로써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지난해 인권친화프로젝트(인친프로젝트) 사업에서 처음 발견하였다. (인권친화프로젝트는 이동약자의 접근권 문제개선 방법으로 고정식 경사로 설치와 주변 상점 및 편의시설 네트워크(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상점을 주요 방문하는 고객이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굳이 장애인을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일부의 반응이었다. 이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비소비자로 낙인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사회환경의 한계(요인)와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교육을 10개 상점주 대상 필수 이수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사실 나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왜소증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높은 곳에 위치한 물체의 접근이 아닌, 보행에 측면에서는 크게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사회적 이동권과 접근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함께하는 공동체 친구이자 동료가 ‘휠체어 이용자’라는 점이었다. 다양한 장애유형의 청년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카페를 가고, 여행을 가고 싶어도 늘 이동과 접근의 문제에서 선택이 아닌 가능성의 기로에 마음을 조려야 했다. 또한 출입문은 충분한 유효폭인지, 장애인전용(휠체어 이용자 전용) 화장실은 있는지, 내부가 입식 테이블인지, 내부에서 이동이 가능할 만큼 충분한 유효거리가 있는지, 등 매번 사전에 이용하고 싶은 공간에 대한 조사를 해두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록 원하는 곳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유레카를 외치며 함께 행복하게 웃었던 해픈기억이 있다. ‘장애인을 사회에서 잘 만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이 장애가 있으니까 사회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주 단호하게 ‘그것은 편견입니다.’라고 말하겠다. 장애인도 유형과 심각도에 따라 사회참여의 의지와 역량이 다양하다. ‘장애인’이라는 통합적인 표현으로 많은 이들의 가능성을 우리는 쉽게 속단해서는 안된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 동안 매일 외출’을 하는 사람의 평균은 45.4%이며, 특히 외출 시 불편한 이유로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이 40.8%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개인이 가진 장애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항력이지만, 환경만큼은 사회적 장애를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을 포용할 수 있는 환경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4.04 16:49

잘려나간 버드나무와 시민참여 경험

지난 2월 29일 새벽, 전주천에 남아있던 버드나무가 모두 베어졌다. 작년에도 전주시는 전주천의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베어냈었다. 이젠 전주천의 풍경이었던 버드나무가 한그루도 없다. 평소 전주천에서 산책하기를 즐겼던 나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화가 났다. 화가 난 이유는 막연히 버드나무가 잘려나가서 만은 아니었다. 분명 작년에 버드나무가 잘려나갔을 때 시민들의 반발은 상당했고, 전주시는 앞으로 무차별 벌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전주의 자산 하나를 잃은 느낌이다. 전주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써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나 뿐만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련된 정보들을 전하는 이들도 있었고,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는 오픈채팅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잘려나간 버드나무를 기억하기 위한 기획들을 만들어 홍보하고 함께 진행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나도 이런 활동에 참여해 의견도 나누고 내가 가진 전주천이 버드나무와 함께 아름다웠었던 사진을 SNS에 공유하며 함께했다. 사람들이 모여 활동들을 함께하니 버드나무는 사라졌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는 건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같은 것이 생겼다. 잘려나간 버드나무 이야기는 지역언론 뿐 아니라 중앙언론사 뉴스에도 방영되며 많은 이들에게 빠르게 전해졌다. 다양한 로컬매거진과 SNS정보 채널들에서도 버드나무 문제를 다루었다. 버드나무 벌목에 관해 관련 부서에 민원을 넣기도 하고 시의회에도 목소리를 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인 경험이었다. 이정도의 반응이면 전주시의 태도를 바꾸게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힘이 났다. 지금까지 전주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이렇게 까지 직접적인 의견을 내고 활동을 한건 처음이었다. 그동안 시에서 진행한 사업들이 다 마음에 들었던건 아니지만 그냥 욕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왜 나는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런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왜 우리는 지방자치제도 안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시민참여에는 관심이 없을까? 왜라는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우선 든 생각은 시민참여 경험의 부재였다. 어려서부터 전주에서 살아왔고 전주에 애정이 있어 지역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들에도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투표 이외에 시민참여를 경험한 적은 없었다. 더군다나 호남지역은 특정 당이 우세한 지역이라 그 당의 공천만 받으면 대부분 당선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역의 문제들을 경험했을 때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혀를 차며 비판을 하는 일 뿐이었고, 이런 무기력의 경험이 내가 지역에서 목소리를 내고 시민참여를 하는 일에 무관심하게 만든 원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보면 버드나무는 잘려나가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고, 버드나무 벌목 문제가 큰 이슈가 되었지만 이에 관한 전주시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역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직접 참여해 뭔가를 해보았다는 경험이 남았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이런 시민참여의 경험을 많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장년층의 경우 민주화운동 등 시민참여를 통해 얻어낸 효능감을 체감한 세대이지만 지금의 청년세대는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참여의 경험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청년들이 시민참여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닐까? 더 많은 청년들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참여하고 청년들을 위한 지역을 청년 스스로가 만들어 갈 수 있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청년들을 응원한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28 15:40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_로컬에서 살아남기

서울은 기회의 도시라고 말한다. 서울은 사람도 많고 인프라도 다양하다. 공모 지원 사업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문화예술을 소비하는 인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그래서인지 나와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서울로 떠난 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너무나 사랑하는 전주에 남았다. 떠나는 친구들을 보며 불안했지만, 지역에도 문화예술 재단이 있고 공공기관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2021년 전북에서 예술인으로 남아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처음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온라인으로 알아봤던 것 같다. 아르떼, 아르코, 재단, 지자체 등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하였다. 하지만 아무런 경력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없었다. 정말 답답한 했다. 그리고 지역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찾아가 그들은 어떤 마음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검색창에 ‘전북, 지역 커뮤니티, 전북 청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둥근숲’이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이 공간에선 다양한 주제로 커뮤니티 파티 및 행사를 만들었고 무작정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고 싶고, 지역에선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이때 만나게 된 인연들과 함께 팀이 되어 사업을 해보기도 했다. 서로의 작업 이야기와 사업 이야기를 나누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으며 필요한 일이 있으면 서로를 찾기도 했다. 이때 내가 느낀 것은 "로컬에서 살아남으려면 사람이 모여야한다”였다. 이 즈음에 전북청년허브센터 공지사항에 ‘지역 공동체 활성화 사업’ 공모를 보게되었다. 이 사업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사업이고, 신이 나에게 주신 기회라 생각했다. 나는 바로 세무서를 찾아가 비영리 단체 ‘세이모비오’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전북에서 활동하는 청년 신진 작가의 첫 시작을 도와주는 단체이다. 지역에서 첫 시작을 하는 청년 예술인들이 방황하지 않고 잘 닦인 길로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립하였다. 우리 단체에 들어올 청년 작가들을 찾기 위해 나와 팀원들은 전북특별자치도에 위치한 예대가 있는 모든 대학에 방문하여 작가 모집 공고 포스터를 붙이고 작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스무 명의 작가들과 함께하게 되었고, 이들과 정기 커뮤니티를 가졌다. 또한 로컬 예술 기업인과 선배 예술인들의 강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작가님들과 힘을 합쳐 구도심 웨딩의 거리 ‘박다옥 빌딩’에서 다 함께 아트페어를 한 달간 진행하였다. 이때 출품 작품이 대략 300점 정도 되었는데, 출품 작품의 80%가 판매되었다. 이 기쁨이 전북 청년 시각예술 분야에서 인정을 받아 36년 전통의 전북 문화 예술 전문지 <문화저널>에 실리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성과를 보고 전주시의 지원을 받아 참여 작가의 개인전과 단체전, 시민대상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였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단체가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예술인인 내가 로컬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이 모였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시작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진실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보길 바란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21 16:22

꽃 피는 겨울이 올까요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C3S)에서 '올해 1월에 이어 2월에도 지구 평균 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라 발표했다. 같은 날, 환경부에서는 2022년 4월 '제품의 포장 재질, 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제품 포장규칙)'을 개정하고, 포장 횟수는 1회 이내로, 포장공간 비율은 50% 이하로 제한하는 기준을 수립하여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4년 4월 30일부터 택배 과대포장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었는데, 돌연 2년간 추가 계도 기간을 운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23년 9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철회를 시작으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된 건 불과 1~2년 전이 아니다. '북극곰이 살 곳이 없어졌어요.'는 20여 년 전 유, 초등 교육에서 자주 등장했던 이야기이다. 과거에는 문제 제시만 했다면, 원인 제시 더 나아가 해결 방안 제시로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3R', 즉, 줄이기(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은 부족한 자원을 절약하고 가능한 한 폐기물을 최소한으로 배출해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항을 감소하자는 목적으로 한 일종의 환경 지향적인 생활 실천을 제시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안이다. '3R' 기반으로 한 제로웨이스트샵, 즉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가게를 직접 운영하다 보면 '환경'이라는 큰 꼭지 안에서 다양한 가치관으로 가지 쳐지는 그린 컨슈머 손님들을 만날 수 있다. 1. 탄소 발자국 - 로컬, 국내산 제품들을 선택하여 운송에 소요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소비 2. 노 플라스틱 - 플라스틱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은 제품 소비,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지 않는 제품 소비 3. 내 몸에 이로운 제품 - 천연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 소비 4. 환경배출에 이로운 제품 사용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 소비 내가 소비한 제품이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이 되었고, 사용 시 나의 몸이나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지, 또 버려질 땐 어떤 방식으로 재순환 하는지에 대한 건강한 가치를 담은 소비를 하러 온다. 사실, 샵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좋은 제로 웨이스트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이긴 하다. 친환경 라이프 스타일, 제로 웨이스트 실천에 있어서 일부는 어렵고, 귀찮고, 비싸기 때문에 어렵다고들 한다. 그 이유는 기후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부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트병을 소비할 때, 애초에 라벨이 음각으로 대신한다면, 소비자들이 라벨을 뜯어 배출할 필요가 없을 문제이다. 라벨이 있는 페트병과 무라벨 페트병의 선택지를 준다면, 소비자들은 분명 환경에 더 이로운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최종 선택자는 소비자라고는 하지만, 생산자가 만든 쓰레기를 소비자가 감당하고, 죄책감을 가져야 하는 건 임계치가 있다. 궁극적으로 달라져야 하는 건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고, 이를 묵인하는 정부이다. 기본 교과 과정에서 환경 교육의 기회가 늘어난 만큼 시민 의식은 높아졌으며, 소비자는 똑똑하다. 또한 윤리적으로 더 나은 기업이 되고자 ESG 경영을 실천한다. 기후 테크 산업의 성장으로 환경을 이용한 순환 경제를 만드는 스타트 업이 각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 다소 씁쓸하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14 16:40

불행 뿌시기 : 자기효능감

친구들은 종종 물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야?” 어릴 적부터 ‘자기효능감’이 높은 아이였다. ‘이거 왠지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결국은 잘될 거야’라는 믿음이 마음 가득히 채워져 있었다. 스스로를 믿어줄 수 있었던 영향 중 하나는, 나의 가치와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힘든 소아암 투병도 굳건히 잘 견뎌온 삶이기에, 그 긍지라면 앞으로도 무엇이든 잘 해낼 거라 말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나 또한 스스로에게 희망을 걸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자기효능감에 오류가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직면했을 때이다. 성장기를 보냈던 동네는 장애인분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야. 그러니까 차별하지 않아야 해’,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야’라는 인식 교육을 귀를 쫑긋하며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장애인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야 다르지 않아.’를 입력했다. 하지만 막상 스스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오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가 왜 장애인이지?’였다.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편견이 없다고 지내온 시간이 무색할 만큼 상실감이 주는 타격에 꿈꾸었던 희망들이 와르르 무너졌고, 더 이상 소망은 의미가 없었다. 마치 방금 전까지도 요동치던 심전도 기계가 ‘삐이이’ 소리를 내며 한 줄이 되는 느낌이랄까?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제야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현실이 ‘공감’으로 마음에 닿았다. ‘불가능’이라는 강박이 스스로를 더 이상 믿음이 아닌 의심으로 몰아세웠다. ‘할 수 있을까?’,‘해도 될까?’라는 불안감이 자기효능감마저 빼앗아 불행하게 만들었다. 장애는 나의 전부가 아닌, 나의 일부일 뿐. 시간이 흘러 공동체 동료들을 만났고, 인식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기획 및 참여하며 장애가 있는 ‘나’와 ‘타인’,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넓혔다.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한탄보다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한 실천의 중요성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깊게 숨어버렸던 자존감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어보기로 했다. 장애는 나의 전부가 아닌 일부에 불과하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어릴 적 인식개선 교육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나의 생각을 조금 덧붙이자면,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장애가 특별하거나 특수하거나 특이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꿈과 생계를 위해 진로를 고민하고, 때론 소소한 즐거움을 위해 이쁜 카페와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가고, 쇼핑과 문화생활도 즐기고, 일상적으로 바라는 것과 필요한 것이 그리 다르지 않다. 그저 일상적인 환경이라도 여느 사람들과 같이 평범해지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장애’는 사람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물, 현상 그 어디라도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을 경험하는 순간은 짧기도 하고 때론 길기도 하며, 극복할 수도 있으며 때론 묵묵히 감내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만의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경험할 때 우리는 시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시련에만 머물러 있기보단 ‘스스로 잘 이겨나갈 수 있다는 믿음’ 곧 자기효능감을 먼저 기억하자. 끝으로 누군가 “지금도 불행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더 이상 불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끝맺음 하겠다.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3.07 15:22

보조금 지원은 왜 독이될까?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보조사업을 접하게 된다. 우린 이런 보조사업을 통해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고 동력을 얻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팀들을 도와주는 보조사업 예산은 참 고마운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조사업 예산을 몇 번 지원 받아본 나도 그렇고, 지역에서 좀 활동을 해온 커뮤니티 팀들을 보면 다들 보조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들 말한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금 지원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할까? 우선 보조사업 예산의 장점부터 살펴보자. 지자체나 여러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원되는 보조금은 청년, 문화예술, 공동체, 로컬, 성평등, 환경, 장애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단체에 교부되어 활용된다. 지역 단체들은 이 예산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데 쓰인다. 보조금 예산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조사업 예산은 잘 쓰면 더없이 좋은 지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길래 지역에서 활동깨나 했다는 팀들은 보조사업을 멀리하려 할까?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건 정산이다. 나라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니 당연히 정산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정산은 생각보다 큰 품이 든다. 세상이 변하고 물가도 올랐지만, 보조금 예산 지출기준은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지출에 있어 생각보다 제약도 많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무정산 지원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산은 익숙해지면 수월해지는 법, 진짜 중요한 문제는 정산이 아니다. 2년 차 이상 지역에서 활동한 커뮤니티 및 단체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초기 보조금을 통해 활동도 이어오고 규모나 활동의 깊이도 깊어질 시기의 팀들 말이다. 이런 팀들은 이제 좀 규모 있는 보조사업에 지원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보조사업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의 인건비, 기획비 등은 여전히 지원이 불가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보조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주체는 점점 지쳐간다. 그렇게 보조사업을 받지 않겠다는 팀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그럼에도 보조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서 활동의 비용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보조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보조사업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비단 보조사업 구조의 문제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을 받은 우리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만드는 일이 아닌 해당 보조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과 그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 적절히 보조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것인지 말이다. 이런 고민이 없는 보조사업 수행은 예산을 쓰는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보조사업에만 의지하지 않고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초기 단계를 벗어난 단체들이 뚝딱 해결책을 마련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지역에서는 다양한 단체의 성장사례를 접하기도 어렵다. 지역 활동단체의 로드맵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에 남은 커뮤니티 팀들이 경쟁하기보다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21 16:38

지역에 문화예술 기획자가 필요한 이유

독자는 문화예술 기획자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IT, 시스템, 광고,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가 있다. 기획자가 하는 일은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명확히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 기획자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행사, 공연, 프로젝트 등을 기획하는 사람이며 실제 예를 들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전주세계소리축제, 전주문화재야행, 전주독서대전, 재즈페스티벌 전북은 올해로 특별자치도가 되었다. 각종 환경규제를 정부 승인 없이 직권으로 해제하고, 레포츠와 휴양 인프라를 확대해 관광사업을 키운다는 이야기를 출범식에서 발표했다. 관광 사업이 커지면 자연스럽게 문화 예술 행사가 많아지고, 이 행사들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획자들이 많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청년 기획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북의 인구문제를 살펴보면, 고령화 사회의 문제도 있지만 청년들의 탈 지역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는 청년 예술인을 대상으로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조사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지역에서 먹고 살 일이 없어서’였고, 다음으로는 ‘다양한 인프라(문화 인프라)가 없어서’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청년 기획자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기획자가 지역 내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기획을 하며 실행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적 자원은 ‘예술인’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예로 들어보겠다. 기획자가 이 축제를 기획할 때 공연을 프로젝트 내에 배치하면 공연을 실행할 수 있는 ‘무용수’, 노래를 할 수 있는 ’소리꾼’, 반주를 진행하는 ‘밴드’, 그림 공모전을 진행하며 선정하는 ‘미술인’ 등 다양한 예술인이 필요하다. 이는 전북에서 문화예술 축제(행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이 예술로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는 예술인들의 탈전북화를 막고, 타지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유입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필자가 기획했던 ‘3만 원 아트페어 <다음번엔 오릅니다.>’에서는 참여 작가 19명 중 3명의 수도권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였다. 예술인들은 어느 지역에서나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타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자연스럽게 전북으로 유입이 될 것이다. 또한 문화행사가 많아지면 다양한 산업 분야도 함께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 예로, 한옥마을에서 문화 축제를 하게 되면 주변으로 숙박업이나 식음료 사업들이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탈 지역화의 이유 중 ’다양한 인프라가 없어서’를 살펴보자. 과거의 인프라는 ‘철도, 도로, 병원, 학교’등 교통과 밀접한 자원을 말했지만, 현시대에선 ‘영화관, 미술관, 학교, 공원, 도서관, 쇼핑센터 등’ 문화시설도 중요한 인프라로 구축되어 있다. 지역 내 기획자가 많아져 관할 부처와 힘을 합쳐 문화 예술 기관이나 센터를 만들고 관리한다면, 문화 인프라가 확대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전북 특별자치 도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2024년 역사관광 문화도시 전북 특별자치도에서 절대 없어서 안될 청년 문화 기획자들, 이들을 양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인큐베이팅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동시에, 기획자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기획한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그래야 진정한 역사관광 문화도시 특별 자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5 17:30

예민한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2020년도 어느 날 한 손님이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비닐봉지는 접어서 버려야 할까요? 펼쳐서 버려야 할까요?' 살림 프로그램에서 종량제 봉투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봉투를 고이 접어 버리는 장면이 스쳤고, '접어서 버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라 모호하게 답했었다. 몇 주 후 그 손님이 다시 방문했는데, '제가 환경부한테 비닐봉지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에 대한 질의를 했는데, 펼쳐서 버려야 한다.라는 응답이 왔어요. 공유해 드리려고 방문했어요!' 라 전달해 줬다. 그 손님이 가고 나서는 세 가지 부분에서 놀랐다. 첫째는 비닐봉지는 펼쳐서 버려야 한다는 것, 둘째는 단순한 호기심에 민원을 넣은 것, 셋째는 그 답을 나에게 피드백을 해 준 것.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중 하나인 비닐 쓰레기. 일단 비닐 쓰레기의 재활용 표시의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과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이기 때문에 재활용 표시가 있다면, 분리배출을 하는 게 원칙이다. 우리가 라면을 구매했다고 가정했을 때,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받은 비용 안에 재활용에 필요한 비용을 댄 것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소비했을 때는 이미 라면과 더불어 버려지는 비닐봉지의 재활용 비용을 낸 것이므로 분리배출을 해야만 한다. 예컨대 재활용 표시가 있는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면, 우리는 재활용품 비용과 종량제 봉투 비용까지 이중 납부한 셈이다. 비닐은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필름류 플라스틱'인데, 이 비닐은 폐기물 고형연료(SRF), 플라스틱 재활용 제품, 플라스틱 분해 기름 등 3가지 용도로 재활용된다. 그러나 우리가 비닐을 접은 상태에서 배출했다면,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 이유는 비교적 깨끗한 상태에서 재활용이 제대로 이루어지는데 비닐이 접혀있다면 내부를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비닐은 펼쳐서 버려야 한다. 무심코 던진 손님의 질문은 나를 환경 활동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분명한 원동력이었다. 이전의 나는 식당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면 조용히 냅킨에 싸서 버린 후 그 식당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류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식당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언급을 하고 수면 위로 올려야지만 위생에 신경 쓰는 가게가 될 것이다. 비록 예민한 사람이라는 타이틀은 생기겠지만. 그 이후로는 불편함을 지각할 때, 왜 이런 문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대안은 없는지 등의 과정들을 단순히 웹 검색이 아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과 지자체를 활용하여 찾아간다는 점, 그리고 또 그 올바른 결과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알려서 좀 더 나은 사회가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하였다. 환경 활동가의 눈으로 접근하여 풀어보면 사용을 다한 화장품 용기, 즉석밥 용기 등을 버릴 때, 시민들은 재활용 표시를 보고 열심히 분리배출하지만 사실상 복합재질이기 때문에 결국 선별장에서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거에 화가 나야 하고, 종이팩과 멸균팩 배출함이 우리 집 앞에는 없다는 거에 분노해야 하고 또 이러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파해야 화장품은 재활용 등급제를 표기하기 시작했고, 시민들은 즉석밥 용기가 더 이상 재활용되지 않는 것을 인식하는 등 하나씩 바뀌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좀 예민한 것 같은데, 편하게 살면 안 돼?' "응 안 돼." 내가 편하면 세상은 바뀌지 않아.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는 예민하다는 말이 나에겐 열심히 살고 있다는 칭찬과 같이 들린다. 나의 예민함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어벤저스다. /서늘 제로웨이스트숍 늘미곡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01 17: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