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19 04:25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어느 老교사의 발상과 푸념

 

 

 

요즈음 학교에 몸 담고 있는 나이 많은 교사들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부모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 50세 후반 교직경력 30년 이상의 관록있는 노련한 교사들은 점차 설 땅을 잃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학습지도 기술, 기본 예절지도, 인성교육 등 학생교육 전반에 걸쳐서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지식 그리고 몸소 실천으로 사표(師表)가 되기 위해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인내하며 교육활동을 충실히 펼치고 있는 노(老)교사에 대해 수요자인 학부모들의 시선은 매우 냉담하기만 하다. 다음은 어느 초등학교 노(老) 교사의 경험담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어느날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출발 직후 기관사가 안내 방송을 했다. “오늘도 저희 철도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목적지까지 편안히 모시고 갈 기관사 000입니다. 저희 운행기록은 총 몇십만 km이며 운전경력은 30년입니다.…(중간생략) - 끝으로 목적지인 00까지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 되시길 바라며 안전운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노(老)교사는 이 방송을 듣고 다음과 같은 발상(發想)을 하게 되었다.

 

 

“학부모 여러분! 저는 여러분의 자녀들을 1년간 담임하게 될 교사 000입니다. 저의 교직경력은 총 30년이며 수업시간 총 수는 3만3천시간입니다. 저의 주특기는 00과목이며…(중간생략) - 앞으로 학부모님의 귀여운 자녀를 지도함에 있어 많은 성원과 협조를 바라오며 열과 성을 다하여 사랑으로 가르칠 것을 굳게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기발(奇拔)한 발상을 다음의 두 사람에게 들려주었다. 먼저 동료교사들의 반응은 이렇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그렇게 하면 학부모들이 좋아할까요? 학부모들은 대부분 젊은 교사를 좋아하잖아요. 특히 선생님처럼 나이 많고 머리가 허연 분들은 아주 싫어한데요!”

 

 

다음은 의사 친구의 말이다. “야! 참 멋있는 아이디어야! 너 한번 해 봐라. 학부모들의 호응이 대단하겠는걸. 환자들은 젊은 의사보다도 경험이 많은 의사를 원하거든. 네가 만약 몸이 아파 수술해야 한다면 초년 의사보다는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맡기겠지? 생명이 달려있는 문제이니까 말이야.”

 

 

위의 동료교사와 의사친구 의견중 학부모의 반응은 어느쪽에 찬성하고 있을까?

 

 

현재 분위기로는 당연 동료교사의 반응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고 짐작된다. 왜냐하면 학부모들의 교사에 대한 평가는 나이많은 교사는 새로운 학습지도 방법에 뒤지고 신체적으로 활발치 못하며 시대적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교육을 시키려면 오랜 경험과 연륜(年輪)이 있어야 하고 열성과 지혜를 가지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지도력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현장은 언제부터인가 나이 많은 교사를 점차 홀대하고 있으며 젊은 교사에게 뒤지않으려고 사랑과 정성으로 학생을 지도하고 있지만 결과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누가 이런 안타까운 교육현장을 쉽게 설명해 줄수는 없는가? 학부모들도 어렷을 적엔 노령교사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오늘날 성인이 되지 않았던가?

 

 

오늘도 노(老)교사는 충실한 학생교육을 위해 푸념을 뒤로한채 교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김재춘 (전주 원동초등학교 교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