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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범영(凡影) 김민성 선생님 영전에

 

 

 

범영 선생님!

계미 새 해가 잔설 속에 1월을 보내고, 이제 얼었던 강쇠에 봄햇살이 내려와 바야흐로 만물이 눈을 부비고 기지개를 켜려는 이 때 무슨 철천벽력같은 소식이옵니까?

 

 

새벽 6시, '여기 부안인데요'라는 자제분의 목속리에 선생님께서 구정의 밝은 덕담을 주시려니 하고 성해(聲咳)를 기다리는데 그만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을 나누는 단 한마디 '아버님이 작고하셨슴니다'였습니다.

 

 

범영 선생님!

무엇이 그리 바쁘셔서 저지난 가을에 그동안에 간행하셨던 시집들을 한곳에 묶어 전집을 내셨고, 또 오로지 지병에 전념해야 할 지난 해에도 마치 시신(詩神)에라도 홀린 듯 여러 문예지에 거침없이 작품을 발표하셨는가 하면, 미리 마지막 시집임을 예견이라도 한듯 '황혼의 숨결'을 펴내셨습니다.

 

 

그리고 매 발표작품마다 '췌장암 콘서트', '자리에 누워', '어떻게 할 것인가', '너는 나의 친구', '스페아 인생'등 주저없이 병명과 증세와 그에 맞서는 의연한 자세를 펼쳐 밝히셨습니다.

 

 

이제 회소컨대 선생님의 일생을 교육자로서나 문필가로서나 오로지 남을 위헤 일체를 베풀어오신 이타주의의 표상이었습니다.

 

 

문자 그대로 '누구에게나 마음 편하게 정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맏형같은 문인이요 교육자이며 애향인'이셨습니다. 14대 450년을 대를 이어 누려온 지금의 고택에서만도 6대를 헤아린다니 그 가문의 법도와 전통을 짐작케 합니다.

 

 

특히 선생님께서는 예향 부안을 위해 한 생 애를 아낌없이 바치셨습니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매창문학제'와 '석정문학제'의 창립운영을 도맡아오셨고 이어 '매창공원'과 '부안문화원'의 신축, 그리고 '석정 생가 복원'과 '신석정 시비건립'등 실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업적을 남기셨습니다.

 

 

석정 선생과는 한때 죽산중학교에서도 함께 계셨고, 결국 그 분의 추천에 의해 문단에 등단하는 인연도 갖지 않았습니까. 병상에서도 마지막이 된 '석정문학 15집'을 위해 노심초사하셨고, 평생의 소망이셨던 '석정문학관'건립을 끝내 이루지 못하신채 육신의 옷을 벗고 말았습니다.

 

 

범영 선생님!

어느 시집에선가 책머리에 "나는 고목 중에서도 휑뎅하니 속이 빔 오래된 고목일 것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와도 그저 모르는 체 했고…”라고 자술하신 적이 있는데 아닙니다.

 

 

선생님은 켤코 속이 빔  고목이 아니셨습니다. 누구에게난 사랑과 정을 주셨던 선비중의 선비셨습니다. 고단한 육신과 맛서시다 그마저 훌훌 벗어주시고 하늘나라로 가신 범영 선생님! 부디 평안하소서

 

 

/허소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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