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동맹을 맺은 지 반세기가 흘렀다. 판문점에서 맺은 휴전협정으로 이 땅에서 총성이 멎은 지도 50년이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온갖 '희극'을 연출해온 분단체제로 들어선 지 50년이 된 셈이다.
그동안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 사이에 많은 일들이 벌어졌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통일에 대한 의지가 고조된 사회 분위기이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재배치 문제가 한국과 미국의 당국자간에 공식 거론되기까지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러나 꼼꼼히, 그야말로 민족의 장래와 후손에게 물려줄 영광된 조국을 냉철하게 생각해보는 마음에서 꼼꼼히 살펴볼 것이 있다. 최근 연이어 터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소동'이 그것이다.
먼저 8월 7일.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경기도 포천의 미군 사격장에서 훈련중인 장감차에 올라 기습 시위한 사건이 벌어졌다. 하도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긴 하지만, 대학생들의 미군장갑차 기습시위는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들의 구호는 '한반도 전쟁반대'였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1992년 한반도 평화통일을 목표로 남북 및 제외동포 학생들이 만든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소속 '통일선봉대'가 장갑차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8월 28일. 경북 예천 경부고속도로 나들목 진입로 부근에서 대구 유니버시아드에 참가중인 북한 응원단이 도로변에 설치된 플레카드를 걷어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장면이 들어 있는 플래카드인데 "장군님의 사진이 지상에서 너무 낮게 걸려 있는 데다 비를 맞도록 방치돼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주위의 주민들에게 항의하고 취재기자의 카메라를 빼앗고, 심지어 응원단 일부는 눈물까지 흘리는 소동이었다.
그보다 앞선 8월 24일엔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대구에서 보수우익단체와 북한기자들의 충돌이 있었다. 북한 선수단 측의 대회 보이콧 운운하는 성명에 정부가 유감을 나타내자 보수단체들은 '대구만행규탄집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온나라가 들끓고 있다. 왜 그러냐고? 미국의 요청에 의해서 이루어진 파병이기 때문이다. 주둔 예상지역이 '모술'이고, 미군이 떠난 자리를 한국군이 매워 결국 사지(死地)로 보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건과 소동을 지켜보는 심정은 말할 나위없이 착잡하기 그지없다. 얼핏 서로 다른 사건과 소동인 듯하지만, 사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잔가지들이다. 분단조국의 서글픈 현실이 그것이다. 벌써 50년동안 서로 갈라져 있으면서 못 볼 골 다 보아온 분단 조국이 아니던가!
북한응원단 소동에서 보듯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 북한은 장차 통일되어야 할 같은 민족이다. 그에 비해 미국은 영원한 동맹관계의 좋은 친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관계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반미주의자라고 말했지만, 그러나 내가 미국의 역할이나 존재가치까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자국의 이익추구라는 기본적 목적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그들에 의해 대한민국이 생겨났고,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 못할 테니까. 주한미군이 6·25와 같은 전쟁억제에 일정량 몫을 하고 있음 또한 마찬가지다.
그 지점에서 '미국 자세히 알기'야말로 한·미간 돈독한 우정은 물론 국가적 신뢰구축의 지름길이 아닐까 한다. 나아가 일부 한총련 학생들과 보수단체들의 극점을 치닫는 주장과 행동들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을 터이다.
부끄럽고 죄많은 한국인으로서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미국은 '큰 나라'로서 맏형 같은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이제 대한민국은 과거 군사 독재정권처럼 정통성 없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오래전부터 구가해 마지 않는 민주주의라는 나무가 몰라보게 자란 나라이고, 그 국민들이다.
나는 확신한다. 서로 자세히 알아야 진정한 동맹국임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명실상부한 우방이고 혈맹이다. 한·미 동맹 50주년을 맞아 해본 생각들이지만, 어쩐지 답답하고 씁씁할 기분이 가시질 않는다.
/장세진(전주공고 교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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