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폐기를 전제로 핵동결과 검증을 수용할 경우 미국이 대북 중유제공에 자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참가하는 방안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관련, 국내 전문가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특히 대북 중유제공시 미국의 불참을 두고 찬반 양론이 나오고 있으나 비판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안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 상당수는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데 미국도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비용부담'을 회피하면서 여타 회담 참가국의 지원은 용인하겠다고 나선 것은 6자회담 구성 때와 마찬가지로 비용 부담을 다른 국가로 전가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이들은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공화당을 주축으로 한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입어 핵폐기가 이뤄질 때까지는 '불량국가'인 북한에 대한 지원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어느 정도 외교적 과실도 거둬야 하는 상황인만큼 핵폐기를 전제로 한 핵동결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유 등 대북 에너지 지원은 용인하되, 비용부담에서는 빠지고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미국내 비판에서 벗어나려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26일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양자대신 6자회담을 구성한 미국의 의도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라며 "주변국을 끌어들여 비용을 부담시키려는 속셈이 이번 중유공급 방식에서 여실히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로서도 부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미국이 앞으로 더 큰 것을 요구할 지 모른다"며 "'6자'회담인 이상 미국을 포함한 각국이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해 12월 사실상 중단된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에서 입은 경제적 피해가 이번에도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한국은 경수로 건설비용 전체의 70%(미화 32억2천만달러)를 분담하기로 되어 있었으며 실제로 작년 12월 `일시중단'되기 전까지 총 10억 2천만달러를 투입했다.
여인곤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장도 "미국은 지금까지 북핵 완전폐기 전에는 어떤 보상도 없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1994년 제네바합의 때처럼 한국 등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경수로 지원에서 경험했듯이 미국의 안을 그대로 따르면 국내 야당과 국민의 비판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우리 정부는 미국도 비용부담을 할 수 있도록 대미 설득 외교에 좀 더 치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6자와 같은 국제협력의 '틀' 속에서 중유지원이 이뤄진다면 북한을 핵문제 해결로 끌어들인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국 등이 나서서 비용부담을 하는 것도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핵 동결의 대가로 한국, 중국, 러시아 등 관련국가들이 중유지원 등을 해야 된다는 쪽으로 사전에 정리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며 "개별국가의 지원은 안되겠지만 아직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살아있으니 그 틀을 유지하든 6자내 새로운 틀을 만들든 '틀'에 의한 지원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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