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정신적 지도자와 정치 지도자를차례로 잃은 하마스는 18일 `복수의 대폭발'을 경고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정부와 대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으며 미국이 국제사회의 이름으로 내세운 중동평화 로드맵도 폐기된 것과 다름없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22일 이스라엘군 헬기의 공습으로 사지마비 상태의 하마스 정신적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이 폭사했을때 처럼 아랍 지도자들은 대(對)이스라엘 규탄행렬에 동참했다.
아랍연맹의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범죄 정책이 극에 달했다"며 "아랍권이 자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공동의 정치,외교적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촉구했다. 무사 총장은 전날 란티시 암살 소식을 접하고 이스라엘의 행동을 "국가테러"라고 규정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등 팔레스타인 자치지역과 카이로, 암만, 베이루트,다마스쿠스, 쿠웨이트시티 등지에서는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의 군중이 이스라엘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과 미국기(旗)를 불태우고,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리엘샤론 이스라엘 총리 그리고 무능한 아랍 지도자들을 격렬히 비난하는 모습도 야신암살 당시와 다를 게 없었다.
란티시가 청년 시절 수학한 아인 샴스 대학과 유서 깊은 아즈하르 대학 등 카이로 시내 수개 대학과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수 천 명의 학생들이 추도행사와 규탄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지하드(聖戰)을 외쳤고, 알렉산드리아대학에서는 자살폭탄공격에 나설 자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란티시 살해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이를 믿는 아랍인은 한명도 없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가산 알-카티브 노동장관은 샤론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한뒤 란티시가 암살된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샤론 총리의 백악관 방문이 리쿠드당의 암살정책을 고무시켰다며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세정책을 합법화했다고 비판했다.
아흐마드 쿠라이아 팔레스타인 총리는 "미 행정부의 부추김과 친이스라엘 편향정책의 결과 이스라엘이 란티시를 살해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하산 아부 리브다 총리 비서실장도 부시 대통령이 샤론총리에게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살해하고, 정착촌을 확장하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추가 점령하도록" 공개허가해 줬다고 비난했다.
레바논의 에밀 라후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란티시 살해가 "미국의 장려로 이스라엘이 저지른 연쇄 국가 테러리즘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레바논의 시아파 급진 정치.무장단체 헤즈볼라도 성명을 내고 미국이 란티시의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는 "미국 행정부가 텔 아비브(이스라엘) 정부에 정신적, 정치적 보호막을 제공하고 물질적 지원도 해줬다"며 "미국이 이 범죄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관영 신문 티슈린은 18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부시가 손을 뻗어준 뒤샤론이 아파치(헬기)로 란티시를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바트당 기관지 알-바트도 부시 대통령이 샤론 총리에게 보여준 `맹목적 지지'는 국가 테러리즘을 허가해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역시 관영 신문인 앗-사우라는 부시 행정부의 지지와권유가 없었다면 샤론이 감히 그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의 연계설을 주장했다.
요르단의 친정부계 신문 알-라이도 부시 행정부가 샤론 총리의 정책을 지지해줌으로써 란티시를 표적살해하도록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은 지난 12일 샤론 총리와 회담 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정착촌 철수 ▲ 요르단강 서안 주요 정착촌 유지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불허 등샤론 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공개 지지했다. 이를 두고 아랍 언론과 지도자들은정치적 위기에 처한 두 지도자의 결속을 재확인 것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샤론 총리는 하마스 지도자들에 대한 암살과 대(對)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을 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란티시 암살후 처음 열린 주례 각의에서 "한편으로는 정치과정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테러조직과 그 지도자들에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랍 지도자들과 언론은 "고삐 풀린" 샤론의 다음 공격 목표에 시리아에서 하마스 해외 지도부를 이끌고있는 칼리드 마슈알 정치국장과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수반까지 포함될 것이라며 아랍권의 단결과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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