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사업은 현 정부가 인정하는 갈등사업이다. 정부는 갈등해소를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내에 산자부와 환경·시민단체, 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기구를 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한 뒤 이를 대통령에게 자문, 정부의 정책결정을 돕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매우 그럴듯한 구상이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위내 공론화 기구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공론화 기구의 설치나 합의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고, 지속가능발전위의 결정이 구속력을 갖지도 못한다. 실재가 없는 그림자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지속가능발전위내의 공론화기구는 산자부가 주도한 에너지정책 민관합동포럼과 매우 유사하다. 에너지정책 민관합동포럼에는 전문가들이 주로 참여했고, 공론화기구에는 이해 당사자인 자치단체가 참여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구도는 정부와 NGO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대화의 전제와 입장도 비슷하다. 정부는 공론화기구를 통한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되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당초 일정대로 밀고 나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공론화 과정에서는 방폐장사업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자부가 주도한 민관합동포럼의 경우 NGO측이 방폐장 추진일정의 중단 등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합의가 안되면 정부정책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대화가 결렬됐다. 따라서 '정부가 방폐장 추진을 전제로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이유로 민관포럼 탈퇴와 방폐장 저지 공동투쟁을 선언한 NGO들이 지속가능발전위내 공론화기구에 참여하기에는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지속가능발전위내 공론화 기구에는 정부측 대표인 산자부와 이해당사자인 자치단체, 정당, NGO 등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어서 공론화기구가 구성된다 하더라도 참여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합의점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속가능발전위내의 공론화가 실질적인 이익이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구일 뿐 특정 사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또 공론화기구를 통해 합의점에 도달한다 하더라도 공론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세력이나 당사자에 대한 강제력을 가질 수 없다.
더욱이 공론화를 위해 방폐장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은 많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8월 15일까지 공론화 기구가 구성돼 논의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9월 15일 예비신청 마감일까지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자부장관은 강지사와의 면담에서 '예비신청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론화 과정동안 사업이 중단돼 지질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많은 지장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군산시의 경우처럼 지질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치단체장이 예비신청을 접수하는 것은 부담이 매우 크다. 더욱이 지질조사는 하루 이틀 사이에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다.
정부는 현재 반핵단체 등 강경파와는 대화가 어렵더다도 온건파까지 등을 돌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에 따라 공론화기구를 통한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에서 공론화기구를 통한 문제해결은 사실상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분명한 입장정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강지사는 "방폐장을 유치하겠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동안 주민들이 고생한 것이나 부지의 적합성 등을 따질때 부안에 유치돼 지역발전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들고 "그러나 부안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주민청원을 접수한 군산 등 다른지역 주민들이 찬성할 경우 입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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