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러시아 여객기 추락사고에 테러가 개입됐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연방보안국(FSB) 대변인은 이번 사고에 테러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러시아 언론들은 테러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그나첸코 대변인이 지난 25일 조사가 시작될 당시에는 테러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테러의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25일 오후부터 이를 부인한데 대해 러시아 언론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간 브레먀는 26일 러시아 당국이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를 테러에 의한 소행으로 규정할 경우 체첸 반군들에 힘을 실어줄 우려가 있는 만큼 러시아가 일부러 부인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문은 테러행위를 인정할 경우 오는 29일 예정된 체첸 대선에서 친크렘린계 알루 알하노프 후보의 당선이 확실한 상황에서 자칫 불리해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간 니자비시마야 가제타도 26일 테러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최근 5년간 체첸 반군들의 대(對) 러시아 테러는 8~10월에 집중돼 있었으며 특히 큰 테러가 발생하기 직전에 작은 사건들이 선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2년 10월 140명의 인명을 앗아간 모스크바의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오페라 극장 진입 사건만해도 극장을 장악하기 3일전에 모스크바 남서부에 있는 맥도날드 옆에서 폭발사건이 발생해 1명 사망, 7명이 부상했다.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 바로 전날에도 버스 정류장 폭발사건이 일어나 4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소치행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 여객기의 점령 사실을 신호로 알린 것은 전례없는 테러의 소행이라고 전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도 26일 소치행 Tu-154 항공편에서 탑재할 수 없는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며 테러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항공 전문가들은 2대의 비행기가 동시에 추락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공중 납치됐다는 신호를 받았다는 시비르항공(Tu-154)의 경우 체첸 반군들은 마침 소치에서 휴가를 보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제 테러문제 전문가인 피터 세더버그는 "이번 추락사고는 러시아의 심장부를 겨냥한 체첸반군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적으로 간주하는 특정 인물(푸틴)이 있는 소치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중납치 신호가 일반 조난 SOS에 불과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러시아 당국의 조사관들과 시비르항공측과 엇갈리고 있다.
조사관들은 시비르항공의 공중납치 경보가 실상은 일반 조난신호에 불과하다는 것이고 시비르항공은 발 페달을 밟아 하이재킹같은 위험신호를 알릴 때 쓰는 장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체첸 반군들은 이번 사고와 무관하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비행기를 이용해 러시아 도시들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는 점도 테러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체첸 반군 지도자인 아슬란 마스하도프는 최근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체첸인들이 비행기나 로켓을 보유하게 된다면 러시아 도시에 공중 폭격은 정당한 것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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