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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ㆍ中ㆍ러 정상들 '중남미 三角행보' 속내는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마친 미국, 중국, 러시아 정상들은 22일 각자 귀국길에 올랐으나 본국으로 직행하지는 않았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4시간 체류 일정이지만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시(市)에 중간 기착했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이틀 일정으로 쿠바를 국빈 방문했으며, 전날 밤 일찌감치 브라질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과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계를 주도하는 3국 정상들의 귀국길이 중남미에서 3각으로 갈린 것이다.

 

지구상에서 3국의 위치가 전연 달라 돌아가는 길이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귀국길에 일부러 귀중한 시간을 내 한 국가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본 행사인 APEC 정상회의와는 다른 `틈새 차원'에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정상들의 방문지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중남미 많은 국가들 가운데서도 미국 공화당 행정부가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많은 돈을 들인 콜롬비아를 선택했다. 2002년 8월 취임한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끌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충직한 우군이자 중남미에서 몇 안되는 친미 보수주의 성향 지도자들 중 한 명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콜롬비아내 좌익 반군세력과 마약카르텔에 맞서 싸워온 우리베 대통령의 노력을 치하하면서 앞으로도 계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중남미내 자신의 `최측근 돌보기'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민에게 아직도 브라질 입국시 지문채취를 시행할 정도로 만만찮은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비롯한 좌파 지도자들의 동맹이 날로 커지는 중남미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중남미 내 충실한 우군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끊이지 않는 내전사태에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우리베 대통령도 반군 및 마약카르테 일망 타진은 테러 척결 및 안보 확립과 연결된다며 부시 대통령과 보조를 함께 했다.

 

후 주석의 쿠바 방문은 전통적인 우방 관계라는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우선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앞서 이뤄진 후 주석의 브라질, 아르헨티나 방문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이른바 경제협력 강화를 통한 `중남미 올인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좀 더 실린다.

 

후 주석은 이번 중남미 순방에서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방문국마다 약속하며 중남미와의 경제협력 강화를 역설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뒤뜰에 해당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중남미 4개국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후 주석의 순방에는 경제ㆍ무역부문 고위관료와 기업인 200여명이 수행, 중남미를 향한 경제 외교의 단면을 엿보이게 했다.

 

이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중국이 목말라 하는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했고, 칠레와 페루도 이를 인정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후 주석은 특히 미국의 입김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남미의 대국 브라질과 협 력관계 강화에 나섰다. 미국 뒤뜰에서 입지를 넓혀 나가려는 의도로 보이며, 쿠바 방문 또한 전통적 맹방 관계 확인 및 경제협력 강화를 약속하면서 이와 비슷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이해된다.

 

푸틴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은 자국의 최대 장점인 군사ㆍ에너지 부문 기술을 한껏 활용해 브라질에 적극 협력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최대한 빨리 달성하겠다는 경제적 목표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도 푸틴 대통령은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을 공식 지지함으로써 갈수록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브라질과 상호간 이해의 폭을 넓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정상이 브라질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 푸틴 대통령이 처음이다.

 

따라서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엇갈린 귀국길에 오른 3국의 정상들은 현재의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외교행보에 나섰고 그들의 성과가 어떨지는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야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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