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그 구성원을 통제하는 마지막 수단은 형벌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형벌은 최소한으로 그처야한다는 것이 인류에게 공통된 사회 통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수사권 조정’이라는 문제로 각계 각 층에서 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혹자는 “밥그릇 싸움”이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목소리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보다 큰 눈으로 살펴보자.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인 형벌과 “최소한으로 그처야 한다.”는 “인간존중의 개념” 즉 ‘인권’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 ‘형벌권’과 ‘인권’을 조화롭게 제도화 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 형벌권’의 이상일 것이다. 최근 수사권 조정논의와 관련하여 경찰의 입장에서 주장하고 있는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경찰에서 조사받은 사실을 검찰에 가서 재 진술하는 것은 시간만 끌뿐,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를 볼 때에 ‘경찰작성의 조서’가 사건 당사자의 주장이나 진술을 얼마나 정확히 표현하였는지는 많은 국민이 의아해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초등수사단계에서의 ‘경찰조서’란, 일방 통행적이므로 관련 당사자의 심리적 정황이나 사건외적인 사건당사자들간의 관계 등을 간과한 채 단순히 처벌목적인 ‘행위’ 조사에 집중되므로 형벌 형량의 경중에 참작되는 사유등 사건의 실체파악에 중요한 여러 가지 사항등을 누락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수사를 담당하는 일선 경찰조직 자체가 서장을 정점으로 단선화 되어 있어 인사권, 징계권 등을 쥐고 있는 상사나 동료의 압력을 배제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려운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재정당시 ‘검사작성 조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데 반하여 ‘사법경찰관 작성조서’에 대하여는 당사자 부인의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지 않은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지난 6. 20. 모 일간의 기사를 보니 목포경찰서 경찰관이 타 경찰서에서 처리한 교통사고 수사에 관하여 “경찰조서는 믿을 수 없으니 검찰에서 다시 조사하여 달라”고 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단순한 사례이긴 하나 경찰관조차도 ‘경찰조서의 신빙성’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형벌은 그 절차가 다소 번거롭다고 하더라도 ‘인권’이라는 대명제를 위하여 철저하고 완벽한 수사가 전제돼야만 할 것이다.
둘째, 검사의 ‘수사지휘권’은 배제돼야 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 수사의 주재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경찰이 수사권 독립에 관한 독소조항으로 들고 있는 것이 형소법 제 196조 1항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일반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현실적으로 경찰에서 초등수사 시 일반 형사사건의 80%이상을 처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항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조항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 도 사실이다.
그러나 법 일반론적으로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이 세상에 완벽한 법이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진리일 것이다. 아무리 완벽하다고 하는 법일지라도 시대 상황이나 지역, 국민의식, 생활습관 등 갖가지 원인에 의하여 개폐되고 또 달리 해석되어 왔다.
그러면 일선경찰관들이 검사의 구체적 지휘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또 진행할 수 없는가가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행 형소법 체제하에서도 사법경찰관은 임의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으며 사법경찰관이 검찰에 송치한 사건의 약 80%가 수사개시나 수사과정에서 검사의 관여가 전혀 배제된 상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위 형소법 196조는“사법경찰관은 모든 사건에 대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검사 지휘가 있는 때에는 그에 따르고 지휘가 없을 때는 자율적으로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은 교사의 지도를 받아 공부해야한다.”고 할 경우 “학생이 교사의 지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불법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 이 명제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형소법 제196조를 개정, 수사의 주재자를 검사와 사법경찰관으로 이원화할 경우의 문제점에 관하여 생각해보자.
정부조직법상 하나의 국가기능은 하나의 국가기관에 귀속시키는 것이 각국 공통의 기본원리이다. 일례로 어떤 시급한 대형사건이 발생했을 때 검사와 사법경찰관 모두 이 사건에 개입할 경우 최종적으로 누가 그 사건을 처리할 것 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검사와 사법경찰관 양 기관 간에 수시로 수사진행 및 방법 등에 대한 충돌이 일어나고 또 그 피해는 사건 당사자는 물론 일반국민 모두에게 미칠 것이다.
또한, 12,000여명의 특별사법경찰관이 배치된 약 900여개의 우리나라 각급 행정기관들까지 모두 수사의 독자적인 주체가 되어 활동할 경우 국가형벌권은 각 기관이나 지역 주변상황들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것이 예상 된다.
/이항용(전주지검 총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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