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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엔 감사의 기도를

솔솔 부는 바람이 뭉게구름을 한 컨으로 떠나보낸다.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는 청명함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진다. 땅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황금들녘을 바둑판처럼 수놓고 있다. 그 옆길에는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잠깐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저 멀리 하늘과 땅이 만나는 지점에는 ‘지평선’이 끝도 없이 펼쳐져 사람의 가슴을 한껏 설레게 한다. ‘아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과 대지를 닮고 싶다.

 

아! 가을이구나.

 

바야흐로 사람이 지구상에서 활동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흔히 가을은 풀벌레 울음소리에서 다가옴을 느낀다고 한다. 고요한 밤에 울어대는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 소리가 그렇다. 새로운 자연이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다가왔다. 사람의 옷깃에서도 자연의 변화를 감지한다. 무더운 여름날의 노출이 심한 짧은 바지와 반팔 차림은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슬며시 긴 옷으로 단장한다. 아직 바뀌고 있는 계절을 실감하지 못하거나 지나간 여름이 아쉬워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계절이 깊어가면 갈수록 자연의 섭리에는 그 누구도 예외가 없다. 순종하고 순리대로 살아가야함을 알 수 있다.

 

조석으로 선선한 날씨와 한 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공존하는 계절이다. 그 기로의 능선에 서서 여름과 가을을 넘나들어 본다. 이 마지막 더위는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물과 거름을 주어 정성스럽게 가꾸어 온 곡식들이 익을 수 있도록 최후까지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하늘 바람이 가세하여 과일의 신선도와 아름다운 빛을 발산할 수 있도록 거들어 주고 있다. 햇살이 동풍에 나부껴 넘실넘실 춤추기 때문에 가을햇살이 더욱 포근하게 여겨진다. 같은 태양 빛이지만 폭염과의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계절적으로 볼 때 가을은 수확하는 시기이다. 풍성한 과실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있어서도 한 해 동안 세운 계획을 실천하여 결실을 거두는 때이다. 농사 중에 사람농사가 제일 귀하다고 했다. 이 가을날! 날씨가 변하는지 마는지 무감각한 행태에서 벗어나 내면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거울로 삼자. 그리고 그 풍요로움을 혼자서만 독차지 하지 말고, 가까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조금씩 나누어 갖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고 하지 않았는가? 마음의 샘물은 한 없이 퍼 줄때 더욱 더 샘솟는다.

 

가을은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환한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면 그 흐름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덧없이 살아가는 것이 아닌 하루하루 다르게 변화되어 진보하는 삶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여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미리미리 내년의 가을을 차분하게 준비하는 시간들도 마련해보자.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에서 심고 가꾸며 배우자.

 

밀레의 명작 ‘만종’을 보면 어떻게 가을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들녘에서 가을걷이를 끝낸 석양 무렵에 저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하게 만든다. 들판에 굳건하게 서 있는 이들 부부는 마치 대지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자연을 존경함은 혼연일체가 됨을 의미한다. 땅, 신, 추수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풍겨 나온다. 또, 파란하늘을 볼 수 있음에 향긋한 바람을 느낄 수 있음에 코스모스의 그윽한 향기를 맡을 수 있음에 해질 무렵 노을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이처럼 가을의 풍경을 머리로만 느끼지 말고 따스한 가슴으로 받아들이자. 감사하는 삶은 아름답다. 그럴 때 인간의 생은 더욱 충만함으로 가득 찰 것이다.

 

/채수훈(원광보건대 사회복지과 겸임교수·김제 공덕면 사회복지 전담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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