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웅(전주 덕진구청장)
“어이 친구, 대전에 계신 부모님은 잘 계신가?”
“고향만 하겠어, 늘 진안얘기만 하시지 뭐”
진안 용담에 사시던 친구 부모님은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보상비를 받고 대전으로 옮기셨다. 큰댁이 대전으로 바뀐 셈이니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이 대전으로 나들이를 가곤한다.
아들 직장도 전주이고 고향도 전북인데 굳이 대전으로 가야만 했냐고 반문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평소에도 전주보다는 대전을 오가는데 익숙했었다. 여기에다 대도시에 자리를 잡는 것이 자손들에게도 좋지 않겠냐는 가족들의 말엔 딱히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용담댐 수몰 당시에도 보상이 이뤄지기 전 보상금의 지역내 재투자를 위해서라도 수몰민들의 정착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자는 여론이 있긴 했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접근도 하지 않고 유야무야 하는 동안 보상을 받은 수몰민들은 다들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었고, 그중 대부분의 수몰민들이 대전으로 삶의 터를 옮긴 것이다.
대전이 최근 급속도로 활성화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우리 전북사람들이 일정부분의 몫을 담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혁신도시 건설이 탄력을 붙으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해 11월에 전주 만성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대로 혁신도시가 정해졌고그 규모는 450만평에 이른다. 여기에는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하여 전북발전의 큰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시행기관인 토지개발공사는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역혁신도시는 2012년에 공사를 완공하여 공공기관 이전이 이뤄지면 완성된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보면 올해 안에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완료하고 개발계획수립과 고시절차를 거쳐 바로 내년부터 토지와 지장물 보상이 시작된다.
총사업비가 1조 5천억. 보상비만도 넉넉잡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조원, 이 돈의 규모를 짐작하기 위해서는 좀 더 구체적인 비교가 필요하다. 전라북도 1년 예산이 3조원이니 한해 전북도 살림살이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다. 15년째 끌고 있는 새만금사업에 지금까지 투자된 돈이 1조 5천억. 여기에 3분의 2에 해당되는 돈이다.
문제는 이렇게 큰 돈 1조원이 어디로 가느냐는 것이다. 다시 또 대전이나 서울로 간다면 지역주민들이 그렇게 고대하던 혁신도시사업 추진과정에서의 실익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용담댐 건설당시 그랬듯이 혁신도시 예정부지 주민들도 고향을 잃을 처지에 놓여있다. 그들과 함께 전북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그들의 형편을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할 때다.
우리는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수많은 정책을 고민한다. 그중 기업유치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손꼽히지만 혁신도시 예정부지 주민들의 이주문제를 고민하는 것 또한 이에 못지않은 지역 활성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더 늦기 전에 혁신도시 건설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할 이주민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설계하고 전북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세미나와 정책토론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우리 함께 전북도민이라는 공동체 의식아래 그 대안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기업을 유치하는 효과에 버금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이, 친구! 그런데 아버님은 가끔 전주에 오시나? 내 안부도 꼭 전해주게나”
친구와 가끔 이런 전화를 주고 받으면서 대규모 국가사업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가고 전북을 뒤로하는 일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현웅(전주 덕진구청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