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07:38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농촌이 죽어야...'

지난 2004년 4월1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처음 발효된 이후 세계 각국의 특혜무역협정 제의가 봇물 터지듯 밀려오고 있다. 올 3월2일 한·싱가폴 FTA가 두번째로 발효된데 이어 한·미 FTA가 본격 협상에 들어갔고 한·일,한·아세안,한·멕시코,한·카나다FTA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중이다. 이 추세대로면 세계 모든 나라와 특혜무역협정을 체결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자유무역협정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무역질서의 재편과정이라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상대국에 요구하는 만큼 우리도 줄 것은 줘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거래라는 것은 서로 이익이 발생해야지 어느 일방이 손해를 봐서는 성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익계산의 시점을 어느 시기로 잡아야 할 것인가, 또 이익의 실체를 어떤 방법으로 계량화할 것인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의 이익을 크게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 백년대계를 중히 여길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엇갈릴 수도 있는데 함부로 거래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데 우리나라가 구사하고 있는 FTA협상전략을 보면 심히 우려가 된다. 어느 FTA협상이든 농업을 희생물로 삼고 있으니 우리 농업의 앞날은 어찌 될 것이며, 또 농업이 망하면 그 많은 인구가 뭘 먹고 살아야 하는지 걱정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하기야 외국 농산물값 싼데 별 걱정 다 한다고 핀잔을 주는 단순무식파도 한둘이 아니겠지만...

 

요즘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99년 초 배럴당(두바이유) 10달러였던 기름값이 석달만에 15달러, 그 해 말에는 20달러까지 오르더니 엊그제는 무려 66달러선을 돌파했다. 기름값 너무 올린다고 데모를 할 수도, 통사정을 할 수도 없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국제 농산물값이라고 제자리 걸음만 하라는 법은 없다. 더구나 사람이 먹고사는 농산물과 기름은 그 재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가 달라고 한참 다르다. 그런데도 앞으로 다가올 '식량 무기화'를 걱정하는 위정자는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한 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다소 엉뚱한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이러다가 '농촌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 나올까 무섭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