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남북공동생산에 큰 관심
지난 4월 24일 낮, 중국 북경을 거쳐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였다. 북측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리종혁 부위원장의 초청으로 원로 정치인인 김상현 선배,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시며 노 대통령의 대부로 유명한 송기인 신부와 함께 찾은 평양은 남측이나 다를 바 없었다.
진달래, 개나리, 조금 늦은 벚꽃이며 과수원의 배꽃, 복사꽃 등으로 사방천지가 울긋불긋했다. 4월의 평양은 그야말로 눈부신 꿈결같은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먹거리 문제가 바쁜 북녘에서는 농사 준비하는 동포들의 모습이 제일 바쁘게 보였다.
또한 거리 이곳저곳에서 공동사업들을 펼치고 있는 동포들의 발걸음 역시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우리네 거리나 건물이나 상점처럼 호화로움은 볼 수 없지만, 6?5 전쟁을 치른 이후 완전히 파괴되어 버렸다는 평양을 맨손으로 이만큼이라도 일구어 내느라 얼마나 피눈물 나는 고생을 했을까? 왠지 지난날의 일제 치하 36년과 6?5 동족상잔이 다시 한번 한없이 억울하고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다.
평양공항에서 내려 8차선 넓은 자동차 길을 막힘없이 달려,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아 양각도호텔 42층 25호실에 여장을 풀었다. 양각도호텔은 남측 여느 호텔과 비교했을 때에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48층짜리 신형 호텔이다. 16인승짜리 엘리베이터만 해도 11기가 가동중일만큼 대형호텔이고, 그 객실도 우리처럼 마실거리 등이 냉장고에 가득 채워지진 않고 TV 채널이 풍부하진 않지만 지내기에 불편한 일은 별로 없다. 호텔의 국제전화 안내를 보니 남측으로만 전화가 불가능하고, 그 나머지 국가는 다 할 수 있도록 적혀 있다.
양각도호텔의 젊은 여성 종업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말도 거침없이 한다. 전과는 달리 팁도 수용할 수 있고, 작은 선물도 기꺼이 받는다. 그만큼 북측 당국의 자세와 남측 동포들에 대한 통제가 부드러워졌다는 증거이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이래 꾸준히 지속된 남북교류 덕분으로 그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발전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방문 목적은 남북왕래 통일마라톤 대회를 추진하고, 국회의원 교류를 확대하여 남북 화해협력 여건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정치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협의 결과, 올 추석에는 남과 북이 함께 국토를 종단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6월 방북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북측은 “6?5 남북공동선언의 당사자이자 원로로서 선생님을 정중하게 잘 모시겠다”고 했다. 특별히 전주대학교 한지학과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한지 남북 공동생산사업을 소개하자 진지하게 검토해 보겠다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평양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우리는 북측의 중요한 대남사업 관계자들과 반복적으로 만나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서로간의 어려운 점과 협조 가능한 점을 편하게 밝히고, 함께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것은 상당한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렇게 조금씩 꾸준히 함께 나아간다면 평화적인 통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확신도 들었다.
북측 인사는 “비료가 부족하며, 어떤 땅은 비료가 안 먹히는 토질도 있다. 또 전력 사정이 어려워 비료공장을 가동하기도 쉽지 않다”는 답변으로 쉽지 않은 식량자급의 힘겨운 일단을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