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전라북도 교육감)
너무나 당연한 것들의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공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의 고마움은 없을 때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모르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그분들의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부모님 다음으로 고마우신 분이 선생님들이시다. 박봉을 쪼개서 학용품을 사주시고, 또 당신의 도시락을 우리들에게 나눠주셨던 선생님의 사랑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어려운 시절에 용기를 주시고 꿈을 갖고 살라고 일러주신 분도 선생님이셨다. 그 선생님들이 안 계셨다면 오늘날의 내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올해도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들이 바늘방석에 앉은 것처럼 편하지 않다고 한다. 원래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 분들이라서 그날이라고 특별히 마련한 이런 저런 행사가 부담스럽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때를 맞춰 극히 한정된 특정지역의 극소수의 일부 교사들에게서나 일어나는 촌지나 과다한 선물 수수 등을 침소봉대하여 매도하는 언론보도 때문이다.
언론이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다루는 것은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로잡으려고 해도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갖고 있는 특정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언론이 문제가 있는 극소수의 이상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 놓으면 보통사람들은 그게 일반적인 것처럼 착각을 한다는 데 있다. 혹시라도 언론이 그런 태도를 가졌다면 이는 황색저널리즘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감각적으로만 접근해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은 황색저널리즘의 태도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학교를 들여다보자. 날이 갈수록 선생님들의 수업시수가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의 생활지도 역시 어려워져 가고 있다. 학력신장에 대한 기대 때문에 사교육에 비해 위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수행평가를 비롯한 수업외의 업무도 많다. 물론 안정된 직장일하는 장점 때문에 시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특성상 변화하는 사회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선생님들을 매도하는 풍토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스승의 날에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소에는 어색하고 어려우니까 그날만이라도 마음의 선물이나 정성스런 편지라도 써서 드리는 미덕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자세를 갖게 해줘야 한다. 가슴이 따뜻한 자녀가 커서도 부모도 생각하고 사회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들을 존경하는 것은 결코 선생님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선생님들은 자존심으로 자리를 지킨다. 그분들이 자긍심을 가져야 사기가 높아져서 우리 아이들을 잘 가르치게 된다.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고, 멀리 보면 우리 사회를 위해서이다. 공기나 물처럼, 아니 늘 곁에 계셨던 부모님처럼 가까이 계셔서 가치를 소홀히 했던 우리 선생님들께 마음의 박수를 보내는 스승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최규호(전라북도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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