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훈(장수군 선관위 사무과장)
지난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동아시아 정치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선거과정을 관찰하면서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과 결정에 후보자들이 군말없이 승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특히 부폐한 정치자금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대통령 측근과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동아시아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경이로운 발전이며 한국의 정치개혁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굳이 외국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눈부신 경제발전과 함께 우리와 같이 민주주의를 시작한 여타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민주적인 제도·운영면에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 왔다.
특히 정치분야에 있어서 정경유착의 온상이 되어왔던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차단하고 소액다수의 정치자금 모금으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엄격한 정치자금 조사를 통한 지출 및 회계처리의 투명화, 정치인의 선거구민에 대한 기부행위 상시제한과 선거공영제 확대를 통한 정치인의 정치자금 부담의 완화와 함께 불법행위 신고에 대한 포상금 제도 및 금품을 받은 자에 대한 50배의 과태료 부과 등으로 고비용 정치구조의 타파와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문화를 이룩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함으로써 정치·선거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민주정치는 선거로부터 시작되며, 선거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정치권력이 충돌하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현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걸고 치루는 치열한 게임이다.
선거의 참된 의미가 분열된 지역과 국민을 공정한 승부를 통해 통합하고 그 통합된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여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는 힘이라고 할 때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공정한 게임에서 패배한 자는 선거결과에 승복하기 어렵고 갈등과 분열의 계곡은 더욱 깊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인의 생명은 표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그동안의 우리의 선거행태는 어떠했는가? 돈과 지역적인 패거리 문화, 상대방의 음해에 적지 않은 표가 왜곡되지 않았는지 유권자 스스로 반성해볼 일이다.
선거법상 금품·향응 제공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강화되면서 이를 빠져나가기 위한 눈속임 향응 등 지능형 선거범죄가 늘고 있다고 한다.
후보들도 표를 돈으로 사고 팔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아직도 후보자들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는 유권자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열망하고 있는 깨끗한 선거문화, 정치개혁은 결코 이루어 질수 없다.
지금 국민들은 정치인들에 대해 반성보다는 기득권 유지에 여념이 없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누구인가?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촉망받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법이 아무리 엄격하고 추상같다고 해도 유권자의 협조가 없으면 돈선거 추방은 성공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을 매도하기에 앞서 스스로 구태의연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일이다. 유권자가 깨어있어야 정치인들도 변할 수 있다.
/고명훈(장수군 선관위 사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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