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의 강렬한 붉은 색 물결
빨강 파랑 노랑을 색의 삼원색이라고 한다. 이 삼원색의 배합정도에 따라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각양각색의 색상들이 출현하게 되는데, 건축에서도 형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색(色)이다. 현대건축은 과거 암울했던 시대에 비해서 지금 우리가 거리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색상 자체가 꽤나 화려하고 다양해져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그저 칙칙할 것만 같았던 옛날 우리 건축에도 때로는 아주 화려한 색채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곤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단청(丹靑)이란 것이다. 단청은 일반 여염집에서는 감히 사용할 수 없었고, 왕이 거처하는 궁궐이나 부처님을 모신 사찰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우리 건축의 아주 강렬한 의장요소였다.
단청은 보통 삼원색의 바탕위에 흑과 백을 더하여 다섯 가지 색상을 사용하게 되는데, 그저 아무렇게나 화려하게만 칠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섯 가지 색마다 나름대로 고유의 상징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단청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좌청룡과 우백호, 북현무 그리고 남주작이라고 하는 네 가지 기본 틀 위에 중앙까지 합하여 오방(五方)색을 사용하게 된다.
우선 뒤에 앉아서 앞을 바라볼 때 동쪽은 좌청룡(左靑龍)이라서 청색이 되고, 서쪽은 우백호(右白虎)라서 백색이 된다. 그리고 남쪽에는 붉은 태양의 힘을 등에 업은 주작(朱雀)이 하늘을 훨훨 날아온다고 생각했으므로 적색이 자리 잡게 되고, 또 북쪽은 춥고 어두운 방위라고 믿었으므로 현무(玄武)가 되었다.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각각 파랑 하양 빨강 검정색을 배치하고, 그 중앙에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흙의 색깔, 누렁을 배치하게 된다. 그 결과 가장 중심에 앉아있는 왕을 황제(黃帝, 皇帝)라고 하게 되었고, 동서남북 사방에 흩어져있는 제후국의 왕은 각각 그가 위치하는 방위에 따라서 청제(靑帝), 백제(白帝), 적제(赤帝), 흑제(黑帝)라고 구분하여 불렀던 것이다.
이러한 오방색은 전통건축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일상생활에서도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장군총의 고분벽화나 조선시대의 궁궐과 사찰의 중요건축물에 칠해진 단청이 그 좋은 실례가 된다.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다. 지금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붉은 악마’의 ‘붉은 색’도 사실은 오방색에서 나왔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면서 붉은 기운으로 세상을 뒤덮는다는 상상속의 붉은 봉황새, 주작(朱雀)의 그 기운찬 정열을 우리 핏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탓인지 지금 우리는 이렇게 지구촌 전체를 온통 붉은 물결 일색으로 출렁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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