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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우 칼럼] 언론이 부정적인 면을 좋아하는 이유

박대우(한일장신대학교 영어영문학 교수)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교포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총체적 걱정을 듣는다.

 

경제적 위기, 극렬한 시위, 연쇄살인사건, 정치적 혼란, 지역감정 그리고 파렴치한 범행 등에 대한 소식의 진위확인이 중요한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그 귀결은 정치가(특히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에 대한 질타로 끝난다. 왕짜증나는 대화지만 그들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서 알게되는 고국의 소식이 대부분 암울한 내용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그들과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아직 살맛나는 나라임을 역설하기에 입이 아플 정도다.

 

고국에 대한 재미동포들의 심사가 왜 그렇게 뒤틀려 있을까? 그것은 바로 미국의 언론이 한국에 대해 밝은 면보다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더 들추어내서 편향보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수준이상의 교육을 받고 있으며,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는 뉴스보다 옛날 보리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던 시절의 보도에 익숙해있는 대중에게 한국의 노동자들의 총파업 그리고 극렬 농성 장면이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현장 뉴스야말로 그들의 시선을 끄는 것들이지 않겠는가?

 

미국의 언론매체들이 왜 한국에 대해서 좋지 못한 기사만을 주로 다루는지? 그들은 한국에 좋은 일이 있으면 침묵하다가, 작은 어려움이나 긴장되는 사건이 있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침소봉대시켜 보도하는지? 한국이 미국의 경제적 속국이라고 내리 깔아뭉개는 것인가? 상대적 우월감의 표방일까? 그런데 미국언론만 그럴까. 한국언론도 마찬가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좋은 뉴스보다 부정적이고 긴박감을 갖게 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기쁨보다 불행에 대해 대리배설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인간의 심성에 편승하여, 언론기관이기에 앞서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기에 독자나 시청자가 선호하는 부정적이고도 호기심을 유발하는 기사를 되도록 많이 다루어 보다 높은 구매효과와 이익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어떤 언론기관이 밝고 좋은 면을 많이 보도하면 어떻게 될까? 그 결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신문 또는 방송사는 일년이 채 못되어 서둘러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자극적인 기사를 좋아하는 일반 대중의 그릇된 기호성 때문에 공정한 보도를 기피한다는 것은 속단이다. 물론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심층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언론이 과연 타자의 개입과 간섭을 받지 않는 소위 ‘자유인’이 만드는 것일까?

 

호랑이는 무섭고 가죽은 탐나고…

 

아니다. 그들의 회사운영경비중 약 90퍼센트를 광고수입(미국의 경우)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기에 언론사가 광고주들로부터 광고를 얻기 위해 광고주들의 비위를 건들 수도 없고, 건들어서도 안되고, 건들려고 마음도 못먹는다. 오히려 언론사는 부도덕한 광고주들을 비호할 수밖에 없어, ‘정리정론(正理正論)’의 기치를 앞세우는 언론사는 마치 ‘새끼줄에 묶여 서커스 마당에서 어정대는 코끼리’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하물며 언론사가 광고업주의 모기업에 대한 부정부패나 약점을 추적하여 드러낸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정의를 수호하는 목탁’이 아니다.

 

“호랑이는 무섭고 그 가죽은 탐나는 법”이다.

 

언론의 속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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