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생활이 된 공부
어디로 보나 특별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능력이 출중하거나 지독한 노력파도 아닌 내가 만인 앞에 ‘나의 이력서’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고 부끄러워 거절했으나 보통사람의 이야기도 괜찮다고 해서 용기를 갖게 되었다. 이제 내 나이 겨우 칠십을 넘겼는데 무슨 경륜이 있다고 인생을 논하고 학문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평범한 생각들을 떠올려 보통사람과 대화하면서 정리하고 싶을 뿐이다.
어렸을 때는 나도 빨리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되기를 바랬는데, 어느 듯 이제는 나이를 먹는 것이 부담스럽게 생각되고, 늙기 싫어지는 노인으로 변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이를 더 먹는 것을 크게 의식하지 못했고, 세월이 쏜살같이 빠르다는 것을 더더욱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는 날짜 가는 것을 모를 정도로 세월이 빠르고 매일 매일의 일정을 날짜보다는 요일별로 체크하고 기억할 정도로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화장실의 화장지가 처음에는 많은 것 같아도 계속 사용하여 적어지면 빨리 없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 빨리 지나가니 나이를 먹었지만 나는 항상 나를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금년부터는 나도 내 나이를 미국식인 ‘만’으로 계산하기로 하고 스스로 젊어진 것처럼 행세하면서 위로를 하고 있다. 더욱이 세상이 바뀌어 평균수명이 크게 연장되면서 70도 노인취급을 하지 않는 세상을 맞아 젊어졌다고 허풍을 떨고 있다.
대학교수의 정년이 65세이기 때문에 젊어서는 나도 먼 훗날에 65세까지만 교수생활을 하고, 그 후 5년 정도만 더 강의하고는 70세가 넘으면 완전히 은퇴하려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벌써 그 5년을 넘기고도 은퇴할 생각보다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활동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니,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핑계대지만 역시 노탐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히려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까 강의부담이 없어지고 학생지도의 책임도 없어져,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고 오히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는 기쁨에 공부를 ‘즐기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30여 년을 대학에만 있었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특별한 재주도 없기 때문에 심오한 학문연구보다는 취미생활로서 공부에 열중하고 보통사람의 생각으로 살려고 마음을 정하니 세상이 편할 뿐이다.
더욱이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보통사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연금을 받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가 잘 되어야 연금이 계속 나올 수 있으니, 나라와 사회를 위해 연금 값은 하려고 작정하고 봉사와 감사의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최근 모두가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 원인으로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어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제일 낮아(1.08%) 노동력이 감소하는데, 한편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사회(8.6%)를 맞이하여 노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집도 여기에 해당하며 나 역시 요즘 잘 나가는 지공세대(지하철 공짜로 타는 세대)로서 기차·비행기도 할인되고 공공기관은 무료로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나 같은 공짜인생이 갈수록 늘어나니 경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나를 포함하여 모두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
<프로필>프로필>
△35년 군산 출생 △군산고 △중앙대학교 △미국 하버드대, 도쿄대 객원교수 △중앙대 산업대 학장 △한일경상학회 회장 △전경련 자문위원 △제24대 한국경제학회 회장 △제10대 중앙대총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중앙대명예교수(현) △경실련 공동대표(현) △한국대학총장협회 이사(현)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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