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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광복절 단상

2002년 2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 의원들이 708명의 일제하 친일반민족행위자의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사회·문화·예술계에서 집중심의 대상이 되었던 16인 중에는 김활란, 모윤숙, 박인덕, 송금선, 김은호, 현제명, 홍난파, 이능화, 김성수, 방응모, 장덕수, 권상노 등 광복 후 사회에 기여한 바가 큰 이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세간의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발표는 그동안 단편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친일반민족행위자 조사가 책임있는 기관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조사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실 광복 후 52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다음에야 이러한 조사가 진행된 이유는 광복 후 일제청산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데서부터 비롯한다. 첫 단추를 잘 못 꿰면 나머지 단추 역시 잘못될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친일을 했던 이들은 해방 후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자리하게 되고 이들 앞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조사는 쉽지 않은 일일 수 밖에 없었다.

 

오는 18일부터는 범정부기구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위원장 김창국)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이 1904년 러·일 전쟁 개전 때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취득한 재산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위원회의 활동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위원회가 환수할 수 있는 재산의 범위는 친일 반민족 행위자 후손이 갖고 있는 재산들이다. 대상이 되는 후손들은 400여 명에 이르는데 을사오적, 정미칠적 등 친일반민족 행위자이면서 친일활동의 대가로 토지 등을 획득했을 것으로 위원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와 별개로 조상의 땅을 돌려 달라는 소송과정에서도 앞서의 특별법과 관련해서 친일파 후손의 소송취하가 검찰에 의해 거부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거부는 일단 소송을 취소한 뒤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때 다시 소송을 제기하려는 의도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검찰의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사필귀정(事必歸正), 모든 일은 결국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근래에 진행되고 있는 일제청산의 사회적 분위기는 고무적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제의 잔제를 청산하는데 이리도 오랜 세월을 보내야만 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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